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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삼키는 4대강 사업…"합천보 공사 강행하면 주민 총궐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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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삼키는 4대강 사업…"합천보 공사 강행하면 주민 총궐기할 것"

낙동강 함안·합천보 인근 지역 주민 반발…'함안 수박'도 위기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되는 합천보로 인해 이 일대의 침수 피해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2일 오전 경상남도 합천군 덕곡면 주민 10여 명은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합천보 공사를 강행한다면 1000여 명의 덕곡면 주민이 총궐기해 공사를 막을 것"이라며 강력한 저지 운동을 벌일 것을 시사했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 20공구인 합천보는 높이 9m, 길이 322.5m(관리수위 10.5m)로, 현재 33% 안팎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합천보의 모습. 합천보는 현재 태풍 '뎬무'로 인해 공사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연합뉴스

그러나 보의 공정률이 올라갈수록 주민들의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서가 비교적 강한 이 지역에서 주민들이 '총궐기'까지 시사하며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까닭은 바로 합천보로 인한 농경지 침수 피해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

덕곡면 주민들은 합천보의 10.5m 관리수위 유지로 인해 주변 저지대 농경지의 침수와 지하수위 상승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진행한 주민 설명회 자료만 봐도, 덕곡면 인근 병배리·표두리·학리·율지리 등 4개 마을의 농경지 표고는 11.4~13.5m로, 합천보 관리수위(10.5m)와 0.9~3m 차이에 불과하다. 물 흡수량과 농작물 생육 등을 고려하면 피해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4개 피해 예상 지역의 농지 면적만 120만㎡(36만3000평)로, 200가구 400여 명의 주민이 이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특히 이들 지역은 낙동강과 회천, 덕곡천 등 3개 하천에 둘러싸여 있는 곳으로, 보 공사로 인해 이 일대의 수위가 5~6m만 올라가면 이에 따라 지하수위가 농경지 표고보다 높아져 인근의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덕곡면 인근의 농경지는 지하 3m 정도에서 지하수가 표출되는데, 강의 관리 수위가 상승하면 지하수위 역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3일 한나라당 일색인 합천군의회(한나라당 7명, 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 2명) 역시 이례적으로 '합천보 건설 관련 피해 대책 촉구 결의문'을 채택해 정부에 보 공사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군의회는 "4대강 사업 착수 이후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농경지에 큰 피해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합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4대강 사업에 긍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면서 "그러나 합천군 덕곡면은 합천보 건설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주민들이 피해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수차례 관련 기관 방문, 건의, 탄원 등을 하고 있으나 묵살되고 있어 심히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의회는 이어 "현 설계대로 합천보가 완공되면 덕곡면 일대는 농작물 피해가 자명할 것"이라며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정밀 조사를 한 뒤 결과를 공표한 후 사업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5일 경남도의회 역시 도에서 제출한 '합천보 인근 농경지 피해 조사 용역비' 7500만 원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여러 논란과 여-야의 힘겨루기 끝에 경남도는 올해 말까지 합천보 일대에 대한 피해 조사를 벌이기로 했지만, 조사 기간 동안 공사 중단을 예정하고 있진 않아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 12일 합천군 덕곡면 주민 10여 명은 합천보 인근의 농지 침수 피해에 대한 정밀 조사와 보 건설의 즉각적인 중단을 정부에 요구했다. ⓒ연합뉴스

이날 '합천보건설관련덕곡면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서재천)는 "피해 조사 결과 합천보로 인한 농경지 침수와 농사 피해가 드러나면, 근본적이며 항구적인 대책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며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합천보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정밀 조사 이후에 대책을 반영한 공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어 "만약 합천보 공사를 강행할 경우, 전 주민이 총궐기해 공사를 저지할 것"이라며 "정밀 조사 과정에서 주민과 주민 추천 전문가가 참여하게 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현재 낙동강 합천보와 함안보 일대는 태풍 '뎬무'로 인해 공사가 일시 중단된 상태다.

농지 삼키는 4대강 보 공사…'함안 수박' 사라지나

보 건설로 인한 농경지 침수 문제는 '함안 수박'으로 유명한 함안보 일대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경상남도 함안군 일대는 수박으로 유명하다. 섬유질이 적고 육질이 치밀해 대표적인 지역 특산물로 꼽힌다. 그러나 이 지역 주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수박 농사를 더 이상 짓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고 있다. 함안보 관리수위가 필요 이상으로 높아, 함안과 의령, 창녕 등지의 농경지가 침수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인제대 박재현 교수(토목공학과)는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시뮬레이션 결과, 함안보의 관리수위가 정부의 원안인 7.5m로 유지되면, 함안천과 남강의 수위가 상승해 인근의 지하수위 또한 높아지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인근의 농경지 침수와 더불어 안개일수 증가로 인한 농작물 피해, 가옥 피해 등이 점쳐졌다. 이로 인한 침수 위험 구간만 40㎢(1210만 평).

그러나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근거가 없다'며 박 교수의 지적을 일축했다. 박 교수가 "투수 계수를 잘못 적용해 계산했다"며 "학자의 아이디어 수준"이라고 그의 연구 결과를 깎아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불과 2개월 만에 뒤집어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월 국토해양부는 저지대 침수 피해에 대한 대책으로 함안보의 관리수위를 2.5m 낮춘 5m로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관리수위를 낮추면서 함안보 건설에 따른 침수 피해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된 것.

▲ 경상남도 창녕군 길곡면 함안보 공사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2.5m 수위를 낮췄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관리수위를 7.5m에서 5m로 낮추면 침수 면적이 14㎢에서 0.744㎢로 줄어 주민들에게 미치는 피해는 미비한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지만, 전문가와 지역 주민들은 관리수위 하향 조정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며 여전히 침수 피해 우려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침수 면적 0.744㎢(22만5060평) 역시 박재현 교수가 제기한 수치와 차이가 난다. 관리수위를 5m로 낮췄을 경우에도 예상 침수 구간은 4.1㎢(124만2000여 평)에 이른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재현 교수는 지난 3월 민주노총경남본부에서 열린 대한하천학회의 기자회견에서 "관리수위를 3m 이하로 낮추거나 함안보의 위치를 낙동강과 남강의 합류지점보다 상류 쪽으로 옮겨야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배수 시설 정비로 침수 피해를 막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함안보의 침수 피해와 관련해 정부의 신뢰도에 커다란 흠집이 난 상황에서, 공사는 계속 강행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함안보피해대책위원회 조현기 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함안보가 건설돼 지하수위가 상승하고 안개일수까지 늘어나면 함안 일대에서 주로 생산했던 수박, 참외, 오이, 메론 등 물에 민감한 작물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며 "그러나 정부는 함안보의 관리수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보상은커녕 피해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관리수위를 5m로 낮추기 이전에도, 낮출 당시에도, 낮춘 이후에도 시종일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태도야 말로 문제"라는 지적이다.

조 위원장은 이어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홍수를 예방하겠다고 하지만, 낙동강 본류의 경우 지금 상태로도 홍수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보를 짓지 않아도 잘 살아왔는데, 홍수 예방을 명분으로 한 함안보 건설을 이해할 수 없다. 보 건설을 전면 중단해야하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관리수위라도 3m 이하로 낮춰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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