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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위는 호랑이고 우리들은 떡장수 엄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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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위는 호랑이고 우리들은 떡장수 엄마인가?

[기고] 상지대를 위하여

고작 열흘을 연기했다. 상지대 학생, 교수 등 수백 명이 300여 일을 농성하고 삭발하고 단식하여 사학분쟁조정위(이하 사분위)를 향해 얻어낸 결과이다. 사분위는 상지대 이사선임을 오는 8월 9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상지대에 부패 당사자인 김문기 전 이사장이 돌아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상지대 구성원들의 교육과학기술부 앞 농성이 절박한 이유다.

지난 7월 말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상지대지키기 한여름밤의 시민문화제'에 갔었다. 수십 년 전 상지대를 다니던 한 어머니의 편지낭독 시간이 있었다. 온갖 비리를 저질러 학습권을 침해한 김문기 씨에 대해 무관심함으로써 결국 지금 딸 세대가 고통 받는다며 장기농성에 들어간 딸을 격려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이처럼 모녀의 학습권을 대대로 침해한 사례는 아마 세계 역사상 드물 것이다.

상지대 사태는 전적으로 사분위 탓이 크다. 최근 사분위는 세종대, 조선대 등을 문제 사학에 넘겨주었다. 오는 8월 9일에는 상지대도 비리 재단에게 넘겨주려하고 있다. 최근 사분위 위원 개개인에 대한 편향성 논란이 큰데 사분위는 개정 사립학교법 재개정 당시 사학분쟁을 조정하고자 2007년 법제화된 국가기관이다.

사분위를 생각하면 고개를 넘을 때 마다 나타나 떡 장사를 마치고 자식들에게 달려가는 고단한 엄마의 떡과 팔과 다리를 떼어먹은 호랑이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호랑이는 사분위이고 우리들은 떡장수 엄마인가?

사분위의 임무는 과거 비리로 재단 운영진이 퇴출된 대학에 임시이사를 파견하고, 임시이사가 임기가 끝나면 심사를 통해 정이사를 선임하는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비리사학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사학분규에 휘말린 대학들은 오로지 언제 사분위가 열려 학교정상화가 이루어지나 노심초사한다. 그만큼 사분위에 거는 기대도 크고 행여나 사분위가 잘못 판단했을 시 돌아올 파장도 크다.

ⓒ프레시안(허환주)

현재 사분위원 11명 위원은 대법원장이 5명,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3명을 추천해 구성하는데 대체로 보수적이어서 사학에 주인이 있다는 인식, 사립학교의 공공성보다는 사학 주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편이다. 그러나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은 상지대 주인이 아니다. 설립자도 아니다.

그리고 사학의 주인은 학생, 교수, 교직원이지 이사장 혼자가 아니다. 김문기 씨는 정권에 의해 상지대에 임시이사로 갔다가 그대로 학교에 눌러앉아 이사장이 되어 온갖 사학비리는 다 저지른 사람이다.

몇 년 전 상지대를 가보니 학교 정문 앞에 봉고차가 세워져있고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대략 김문기 씨에게 상지대를 돌려주어야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십 수 년 간 김문기 씨는 끊임없이 학교를 뒤흔들고 있다. 왜 그런 그에게 학교를 넘겨주어야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몇 년 전 사분위 위원으로서 분규사학에 실사를 나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비리를 저지른 가해자와 피해자인 학교 구성원을 놓고 '조정'을 한다는 자체는 불가능했다. 비리 당사자에게 조정이 먹힐 상황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애당초 그런 어마어마한 비리를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보는 불가능한 얘기였다. 그래서 대부분 구 비리 재단에게는 이사 추천을 2명 이하로, 최소한 인원만 배정한다. 그래도 학내가 소란하다.

그런데 이번 사분위는 상지대 구 비리 재단에 이사 9인중 5인의 추천권을 주어 과반수를 넘게 했다. 왜 5인인지 전 사분위위원인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분위가 학교를 망칠 생각을 하지 않은 이상 내릴 수 없는 결정인 것이다.

더구나 이사후보가 5명일 경우 2배수 추천 10명 후보를 추천하게 되어 있는데 김문기 씨는 5명만 추천했다고 한다. 이는 사분위를 얕잡아 봤을 뿐 아니라 앞으로 김문기 씨가 학교로 복귀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과거에는 비리대학주체들의 호소와 몸부림에 교과부는 비리재단을 단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해 중재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 역할이 국가기관 사분위로 넘어간 후 두 손을 놓은 것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분위원 3명을 추천한 청와대는 아직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8월 5일, 시민사회단체들은 상지대에 다시한번 임시이사를 파견할 것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내기도했다.

사학비리는 양심과 비양심의 싸움이다. 사학민주화를 바라는 교육주체들은 그간 비리 재단과의 싸움에서 수없이 패하고 수없이 학교를 쫒겨나 거리를 서성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양심의 승리였다.

지난 교육자치선거에서는 학교 비리를 고발해 학교에서 쫒겨난 교사가 교육위원에 당선 되기도했다.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속도를 내지 못해서 그렇지 늘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8월 9일, 2학기가 얼마 남지 않은 방학의 막바지 그동안 방학을 반납하고 학교민주화를 지키겠다며 서울에서 줄곧 소금땀을 흘려온 상지대 주체들이 다시한번 환하게 웃을수 있는 사분위의 판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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