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무대 위에서 담담하게 지지발언을 이어나갔다. 당초 참석이 불투명했던 그였기 때문에 그의 참석은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23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는 전국 65개 단체로 구성된 '비리재단 복귀 저지와 상지대 지키기 긴급행동' 주최로 '상지대 지키기 한여름밤의 시민문화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 김상곤 교육감은 "짧은 기간 동안 상지대에서 임시 이사로 있었다"며 "지금 여러분이 투쟁하는 마음과 열정적인 민주화 의지를 함께 호흡하고자 이렇게 함께 했다"고 참석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상지대학교는 단순히 소중한 곳이 아닌, 우리 사회에서의 귀중한 배움터"라고 칭했다.
김상곤 교육감은 "현재 여러분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잘 안다"며 "하지만 이 고통이 극복하기 어렵더라도 함께 힘을 합쳐 헤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독려했다. 그는 "지금 지난한 싸움을 통해 우리는 함께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기에 여러분은 결코 외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 지지발언을 하고 있는 김상곤 교육감. ⓒ프레시안(허환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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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바꿔서라도 상지대 문제 해결해야 한다"
그의 말이 끝나자 이날 보신각에 모인 500여 명의 시민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사회를 맡은 개그맨 노정렬 씨는 "고마운 말씀 감사한다"면서도 "내일 당장 보수언론에서 교육감이 과격 발언을 했다고 집중 포화를 가할 듯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천정배 민주당 국회의원의 발언은 한술 더 떴다. 천정배 의원은 "과거 10년 동안 여당에서 법무장관 등을 했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해 폭력 정권을 불러 들였다"며 "그 결과가 지금 여러분을 이렇게 거리로 나오게 한 거 같다"고 사과했다.
천정배 의원은 "1993년 당시 비리재단 문제가 터졌을 때 상지대 고문 변호사로 온갖 소송을 맡았다"며 "지금 마음은 여러분과 함께 촛불을 들고 삭발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설명했다. 천정배 의원은 "상지대를 살리고 김문기 씨가 상지대에 범접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이라도 바꿔야 한다"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여러분을 보니 과거에서 시간이 멈춘 듯하다"
웹툰 만화 '아파트',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사람' 등을 히트시킨 만화가 강도영(강풀) 씨는 "이 곳에 와서 여러분을 보니 과거에서 시간이 멈춘 듯하다"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상지대학교 국문학과 94학번 졸업생이다.
강도영 씨는 "학교를 졸업한지도 10년이 됐는데 김문기라는 이름을 아직도 듣고 있다"며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학교를 다닐 때 비리 재단을 몰아내기 위해 나 역시 거리로 나섰다"며 "하지만 당시 '나는 왜 이렇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강도영 씨는 "그때 열심히 투쟁을 하지 않았던 게 후배들을 지금도 거리로 나오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는 게 맞는지 생각을 해야 한다"며 "상식에 맞지 않는다면 그것을 거부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상지대 투쟁을 지지했다.
▲ 문화제에 참석한 상지대 학생들. ⓒ프레시안(허환주) |
박병섭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상지대가 무너지면 한국 대학, 사학이 무너지는 걸 의미한다"며 "우린 결코 물러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비리재단이 들어오는 걸 묵인하고 있다"며 "이래서야 어떻게 대통령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병섭 위원장은 "만약 오는 30일에 사분위가 기존 결정을 확정한다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며 "30일은 투쟁의 끝이 아니라 사학비리 척결의 시작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상지대 비대위는 26일부터 30일을 집중 투쟁기간으로 선정, 대규모 삭발식 및 단식, 교과부 장관 면담 등을 계획하고 있다.
▲ 이날 행사에는 가수 손병휘 씨가 참여해 노래를 불렀다. ⓒ프레시안(허환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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