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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흐르는' 생태 하천?…"4대강 사업에 석면 오염물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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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흐르는' 생태 하천?…"4대강 사업에 석면 오염물 투입"

환경단체 추적 채취 "석면 함유 석재 1000톤 이상 사용돼"

충청북도 지역의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에서 석면이 함유된 석재가 다량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 물질로, 석면에 노출되면 10~50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진폐 등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석면이 함유된 석재를 사용하는 것을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제천환경운동연합·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은 지난 10일 충북 제천시 수산면 수산리 '한강 살리기 15공구' 일대의 석재를 조사한 결과, 각섬석 계열의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다량 검출됐다고 12일 밝혔다.

트레몰라이트 석면은 슬레이트와 천정텍스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백석면과 달리 입자가 곧고 뾰족해, 호흡기를 통해 깊숙이 흡입되면 입자가 폐에 박히기 쉬워 발암성이 강한 물질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사용이 금지돼 왔다.

석면이 함유된 석재는 4대강 사업 중 '생태 하천 조성 사업'이 진행되는 15공구의 제방 공사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용된 석재의 양은 1000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 한강 살리기 15공구(제천지구)의 생태 하천 조성 현장. 석면이 함유된 석재 조각이 흩어져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 4대강 사업이 진행 중인 것을 알리는 안내판. ⓒ환경보건시민센터

ⓒ환경보건시민센터

이밖에도 석면 함유 석재들은 제천시 일대의 수해 복구 공사 현장에서도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이 지난 8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제천시 백운면 평동리 평동소하천의 수해 복구 현장을 조사한 결과,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함유된 석재가 2000톤 가까이 쓰인 사실이 확인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하천 공사에 석면 오염 석재를 사용할 경우, 강물에 석면이 쓸려 내려가 하류를 오염시킬 수 있고, 비가 오지 않는 경우라도 바람에 석면이 비산되면 인근 농가나 주민들이 석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면이 검출된 이들 석재는 모두 제천시 수산면에 위치한 폐석면 광산 인근의 한 채석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환경단체들은 지난해부터 이 채석장의 석면 오염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실제 지난해 7월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문제의 채석장 주변에서 석면 오염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형 시료는 물론 대기 중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검출된 바 있다.

▲ 석면 함유 석재를 사용한 4대강 사업 현장과 석재를 공급한 채석장의 항공 사진 위치도. ⓒ환경보건시민센터

"정부, '생태 하천' 만든다며 '석면 하천' 조성하나"

이에 대해 최예용 소장은 12일 오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천시에만 7개의 폐석면 광산이 있고, 이들 대부분이 안전한 폐광 조치 없이 방치돼 있다"며 "수산면의 대규모 채석장은 폐석면 광산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석면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 소장은 이어 "석면 함유 자재가 쓰인 4대강 사업 15공구는 이 채석장과 직선거리로 불과 1.8㎞ 떨어진 곳"이라며 "정부가 '생태 하천'을 만든다면서 오히려 석면이 흐르는 '석면 하천'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5공구의 하천은 말 그대로 산골의 오염되지 않은 생태 하천인데, 굳이 그곳을 인공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석면 함유 자재들이 반출된 제천시 수산면 전곡리 일대의 채석장. 이 채석장은 폐석면 광산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석면 자재를 생산하는 문제의 채석장을 즉각 폐쇄하고, 이미 팔려나간 석면 오염 골재는 즉각 회수해 매립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제천시의 폐석면 광산은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안일한 대책이 또 이번 사건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지난해에도 폐석면 광산 인근의 채석장 가동으로 이 일대의 석면 오염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제기해 왔고, 이에 제천시는 채석장 가동 중지 등 행정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채석장 측이 이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 소송에서 시가 패소함에 따라, 채석장의 석면 공해는 계속돼 왔다. 이번 4대강 사업에 사용된 석재의 석면 오염은 환경단체들이 채석장에서 반출된 석재 운반 차량을 추적 조사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석면 함유 제품의 제조·수입·양도·제공·사용을 금지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해당 석재의 제조업체와 시공사 등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4대강 사업 현장의 석면 자재 사용 논란이 일자, 충청북도와 시공업체는 현재 공사를 중단하고 성분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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