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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하드락 카페', '드라큘라', '마리아마리아'까지 내로라하는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고경만을 남뮤지컬 아카데미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는 현재 남뮤지컬 아카데미의 재즈강사로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올해엔 작품 활동을 잠시 쉬고 지도강사에만 몰입 중이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여러 무대에서 실력을 쌓아온 고경만 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00년 뮤지컬 '페임'이다. 그에게는 1999년 서울시립예술단을 하면서 무릎을 심하게 다쳐 면직 대상자에 처하게 된 치명적인 순간이 있었다. 뮤지컬 '페임'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그에게 힘을 준 뮤지컬이다. 단연코 다시 활동할 수 없을 거라는 절망적인 생각으로 목발을 짚고 보러 갔던 뮤지컬 '페임'에서 고경만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피나는 훈련을 요하는 재활치료 이후 2000년 감격스러운 오디션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그 작품 역시 뮤지컬 '페임'이었다. 오디션 합격 후 그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출연에 이어 세종대 편입까지 달성하며 탄탄대로를 탔다. 이제 뮤지컬 강사로서 후배를 양성하는 그에게서 '여유'와 깊이가 느껴진다. 뮤지컬 배우가 되기까지 과정이 힘들고 고됐던 만큼 따끔한 충고도 따뜻한 권면도 아끼지 않는 그에게 뮤지컬 배우준비에 관해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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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방에 있어서 뮤지컬을 접하기가 더 어려웠어요. 뮤지컬에 대해선 서울에서 오신 선생님에게만 들을 수 있었죠. 그 중 한분이 남경읍 선생님이셨어요. 선생님께서 제게 뮤지컬 배우가 되는 건 어떻겠냐고 제의하셨고 시립예술단 오디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어요. 정말 많이 노력 했어요. 남경읍 선생님께선 그런 제게 오디션 준비곡 음악자료까지 친히 챙겨 주셨고 결국 합격할 수 있었어요.
Q.남경읍 선생님께는 어떤 것들을 배우셨나요?
1년 동안 선생님께 배운 것들이 참 많았어요. 제가 큰 덩치 때문에 턴이 잘 안됐었거든요. 그래서 공연을 못한 적도 있었죠. 될 때까지 계속 연습했어요. 턴만 꼬박 3개월이 걸렸죠. 선생님께서 발전과정이 그래프를 보듯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저 모퉁이만 돌면 성공인데, 하고 싶은 것을 이룰 때까지 안 되면 즐겨서라도 거기에 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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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이란 장르는 개인의 '끼'만으로 다 되는 게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노래가 돼야지만, 대본을 가지고 음악으로 승화시켜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그게 뮤지컬의 방식이거든요. 요즘은 이것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가볍게 보는 친구들을 있어요. 뮤지컬을 진정으로 좋아해야 거듭날 수 있거든요. 뮤지컬을 자기 끼를 발산하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로 생각해선 안돼요. 제가 가르치는 과목은 재즈지만 결국 뮤지컬 댄스라고 보시면 되요. 감정과 대사를 어떻게 춤으로 푸느냐를 가르치죠. 그걸 하기 위해서 발레에서부터 재즈 등을 해야 하는 거고요. 뮤지컬을 하려는 친구들은 의욕은 넘쳐요. 하지만 아쉽게도 마음이 급해 진득하게 하지 못하죠. 뮤지컬 한 길만 바라보는 친구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요. 또한 춤을 배우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서 선생님이 가르치는 뮤지컬이 틀리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래서 저를 포함한 여기 선생님들은 강력한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쳐요(웃음).
Q.지도하시면서 가장 보람될 때는 언제세요?
실력은 뛰어났지만 평소 숫기가 없는 한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발로 툭툭 차면서 시비를 많이 걸었죠. 밥도 사주고요. 기분 좋으면 좋다고, 화나면 화난다고 말을 하라고 늘 충고했어요. 8개월 만에 그 친구가 입을 열었는데, 뮤지컬을 하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아는 기획자에게 그 친구를 추천해줬고, 오디션에 합격해 지금은 뮤지컬 '그리스'를 시작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이 많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먼저 지목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갈구하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특권이죠. 오디션 볼 때 어시스트도 많이 해줘요.
무대 위에서는 열정을 다하는 배우로 스승으로서는 선배이자 조언자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고경만. 그에게 가장 보람되는 순간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제자들을 보게 될 때다. 고경만도 활동하는 건재한 배우이다 보니 가끔은 낯 뜨거운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한번은 남자 오디션을 보러갔는데, 40명 중 30명이 저에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는 거예요. 알고 보니까 30명 모두 다 제자인거죠. 제가 교단에서는 선생님이지만 나가면 선배잖아요. 선배라고 불렀으면 좋겠어요. 저도 젊어 보이고 싶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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