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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남 말 하는 정운찬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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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돈 남 말 하는 정운찬 총리

[김종배의 it] '원포인트 총리' 정운찬의 예고된 실패

정운찬 총리의 사퇴 여부를 지켜볼 필요는 없다. 그것과는 별개로 평가할 수 있다. 정운찬 총리는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실패하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서 총리직을 수락하며 "미래세대에게는 창의적이며 신명나는 사회를", "소외된 분들에게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회를", "(국민에게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품격 있는 나라"를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보수 정권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취임하자마자 세종시 문제에 먼저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맞다. 바로 이게 문제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취임 전부터" 세종시 문제에 매달리도록 기획된 게 문제였다. 이 점이 그의 실패를 예고하고 있었다.
▲ 정운찬 총리 ⓒ프레시안 자료사진

정 총리는 '대타'였다. 심대평 전 충남지사를 대신해 충청 민심을 달랠 '핀치 히터'였다. 애당초 그에게 "신명나는 사회"와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회"와 "품격 있는 나라"를 만들 기회와 여지는 부여되지 않았다. 그는 출발부터 '원포인트 총리'였던 것이다.

정 총리는 '산물'이었다. 충청 민심을 충청 인사로 달래려는 정치적 계획의 산물이었고 전략적 판단의 소산이었다. 애당초 그에게 "균형추 역할"은 부여되지 않았다. 그는 출발부터 '특임 총리'였던 것이다.

이처럼 그는 출발부터 궁지에 몰려있었다. 거덜 나기 직전에 마지막 판돈을 거는 게이머처럼 벼랑 끝에서 일도양단의 베팅을 강요받고 있었다. 호흡을 고를 여지도 내공을 쌓을 여유도 그에겐 부여되지 않았다.

물론 정 총리 본인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세종시 문제에만 매달리고자 한 게 아니라 "신명나는 사회"와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회"와 "품격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포부를 품고 있었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덥석 받았을 것이다. 세종시 소임을 냉큼 받았을 것이다. 여권에 아무 기반도 없는 그가 보수정권의 "균형추" 역할을 하면서 사회와 국가를 뜯어고치려면 입지를 쌓고 기반을 확대해야 했으니까 세종시를 디딤돌 삼으려 했을 것이다. 세종시를 "시대의 십자가"가 아니라 '정치적 도약대'로 활용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패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충청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와 "정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그의 '도약대'는 '십자가'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그가 총리직을 받을 때부터 익히 예상됐던 "목소리"와 "이해관계"였기에 탓할 일이 아니다. 총리직에 앉을 때부터 '돌파'하리라 다짐했던 "정략"이었기에 탓할 일이 아니다.

아니, 탓할 수가 없다. 정치인의 "정략적인 이해관계" 못잖게 전략적 판단을 하고 정치적 행보를 그은 게 정 총리 자신이기에 탓할 수 없다. 청와대의 전략적 구상에 적극 부응한 게 정 총리 자신이고 정치권의 지역논리를 역이용하려 한 게 정 총리 자신이기에 탓할 수 없다.

정 총리가 마지막 순간만이라도 떳떳하고 싶다면 말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세종시)문제로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되며 모든 논란과 갈등도 해소되기를" 바라는 게 그의 진심이라면 말하지 말아야 한다. 사돈 남 말 할 바에야 침묵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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