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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사태, '부패민국'의 더러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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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대 사태, '부패민국'의 더러운 현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상지대 사태와 한국 사회의 위험

내가 원주의 상지대학교에 재직한 것도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그 동안 상지대는 실로 커다란 발전을 이루었다. 학교의 교육 여건이 크게 개선된 것은 물론이고 교수의 연구 실적도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상지대의 발전은 지표로 명확히 확인된다. 한국 대학의 실태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러한 상지대의 발전에 크게 놀라게 된다.

한국 대학에서 거의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상지대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확실히 상지대는 한국 대학의 대표적인 발전 모델로서 널리 연구되어야 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상지대가 이룬 놀라운 발전의 핵심 동력은 부패의 척결이다. 그런데 지금 상지대에는 또 다시 거대한 부패의 해일이 몰려오고 있다. 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상지대의 발전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서는 일단 20년 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민주화의 물결이 전국에서 일렁이던 그 시절, 극히 낙후한 봉건 영지였던 상지대에서도 민주화의 격랑이 일게 되었다. 교수와 학생과 직원이 모두 굳게 뭉쳐서 부패와 비리를 일삼던 구재단에 맞서서 싸우기 시작했다.

결국 구재단은 1993년에 교육부에 의해 해체되었다. 교육부가 상지대의 구재단을 해체시킨 직접적인 이유는 1978년부터 1993년까지 무려 15년 동안이나 상지대의 구재단이 이사회를 단 한 번도 소집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구재단의 이사장에 대해 그 자격이 '원인 무효'라고 결정했다. 이로써 상지대의 구재단은 해체되고 교육부는 상지대에 관선이사를 파견했다. 나아가 구재단의 이사장은 대법원에서 입시 비리로 무려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상지대의 발전은 구재단의 해체로부터 시작되었다. 재단이 부패와 비리의 주범인 곳에서 학교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옛날의 상지대에서는 각종 비리와 부패가 이어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학생들에 대한 용공 조작까지 행해졌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상지대는 그야말로 '막장'이었다.

그러나 '비리의 백화점'으로까지 비판을 받았던 상지대의 구재단이 해체되고 양심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관선이사가 학교의 운영을 맡게 되자 상지대는 놀라운 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상지대는 재정과 학사의 모든 것이 가장 투명하게 운영되는 대학이다. 바로 이 때문에 상지대는 놀라운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상지대는 지금 또 다시 부패와 비리의 수렁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정말로 중대한 문제적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월 29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상지대의 정이사를 상지대 구재단 5, 교육부 2, 상지대 구성원 2로 구성하라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부패와 비리로 교육부에 의해 해체된 상지대의 구재단에게 다시 상지대를 넘겨주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상지대 사태는 박원순 변호사가 지적했듯이 한국 사학의 개혁을 짚어 보게 하는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원인 무효'로 해체되고 각종 부패와 비리로 엄벌을 받은 구재단에게 교수, 학생, 직원이 힘을 모아 놀라운 발전을 이룬 학교를 넘겨주라는 결정을 대체 이 세상의 어느 나라에서 볼 수 있는가? 상지대 사태는 지금 이 나라가 극심한 비정상적 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지표가 아닌가? 부패의 척결은 선진화에 앞서서 정상화의 기본인데 지금 이 나라는 선진화는커녕 정상화조차 강력히 부정되고 있지 않은가?

사분위의 황당한 결정과 관련해서 사분위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비판이 다시금 크게 일어났다. 지난 6월 22일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안민석 의원(교과위 민주당 간사)과 김상희 의원의 공동 주최로 사분위의 문제와 사학 부패의 복귀에 관한 긴급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안민석 의원은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서 사분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다시금 제시했다.

그러나 정말로 놀라운 문제는 6월 28일 오전에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열린 상지대 비대위의 긴급 기자 회견에서 밝혀졌다. 사분위에서 상지대의 구재단을 열렬히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현역 판사인 A 위원이 상지대의 구재단과 긴밀히 유착되어 있다는 의혹을 A 위원의 오랜 친구인 상지영서대의 강영태 교수가 밝힌 것이다. 정말 현실은 너무나 무섭고 더러운 것 같다.

▲ 각종 부패와 비리로 엄벌을 받은 구재단에게 상지대학교를 넘기라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지금 이 나라가 극심한 비정상적 상태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지표다. ⓒ프레시안

만일 사분위의 결정대로 상지대의 운명이 결정된다면 이 나라에서 사학의 개혁은 영원히 불가능해지고 만다. 학교를 온갖 부패와 비리의 수단으로 악용한 자라고 하더라도 영원히 학교의 주인으로 행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교육부에 의해 '원인 무효'로 해체되고 대법원에 의해 엄청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자라고 하더라도 다시 학교의 주인으로 복귀할 수 있다.

심지어 교수, 학생, 직원이 힘을 모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서 놀라운 발전을 이룩한 학교를 고스란히 넘겨받아서 더욱 더 큰 부패와 비리를 저지를 수 있다. 사분위는 상식은 물론이고 정의와 거리가 먼 기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사분위는 이미 '사학분쟁조장위원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사학부패분식위원회'라는 식의 비판도 받기 시작했다. 이 나라는 정말 '부패민국'이 되었는가?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었던 지난 6월 25일, 수원의 아주대에서는 아주대 법학연구소 주최로 위험과 국가의 책임에 관한 학술 토론회가 열렸다. 나는 이 자리에 사회학에서의 위험 연구에 관해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 참석했다. 내 논문에서 한국 사회의 위험에 관한 핵심적인 주장은 한국은 사회체계의 부실이 큰 문제이며 그것은 부패에서 비롯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이지만 부패도는 세계 40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에서 한국이 가장 썩었다. 한국의 부패에서 두 축은 언제나 토건과 교육이 차지하고 있다. 교육이 한국보다 더 썩은 나라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 핵심에 사학 부패가 자리 잡고 있다. 사학 부패는 한국을 '서구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위험사회'로 만드는 주범인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국가에게 있다.

사분위는 하루빨리 폐지되거나 다시 태어나야 한다. 사분위는 사학 부패의 개혁자가 아니라 오히려 그 조장자가 되고 있다는 비판에 정말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A 위원과 상지대의 구재단이 긴밀히 유착되었다는 의혹은 너무도 심각한 것이다. 부패와 비리의 대명사로 알려진 상지대의 구재단과 서울고법의 부장판사가 유착되었다는 의혹은 사학 부패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서 이 나라의 사법 정의에 대해 제기되는 강력한 의혹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사분위는 정당한 회의록 공개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인가? 사분위가 조금이라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상지대 정이사 결정을 재심해야 하며, 사분위 회의록을 당장 공개해야 하고, 문제의 A 위원을 즉각 해촉해야 하고, '사학분쟁조정'의 기준을 투명하게 확립해야 할 것이다.

2001년 전 봄에 상지대에 처음 갔을 때, 나는 학교 곳곳에 이상한 '안내판'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정심정도'라는 글자를 써 붙인 쇠말뚝 안내판이 학교 곳곳에 서 있었던 것이다. 교수들의 설명을 듣고는 나는 더 놀랐다. 구재단의 이사장이 '알박기'를 하듯이 학교 부지를 사 놓고는 이런 식으로 교정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것이었다.

구재단의 이사장이 많은 문제들을 일으킨 사람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 쇠말뚝 안내판을 보고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다음 해 초에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졸업식을 앞둔 어느 날 새벽에 구재단의 이사장은 트럭을 동원해서 거대한 강철 H빔들을 실어다가 체육관 앞 도로에 어지럽게 부려놓았던 것이다. 이 광경을 보고 나는 정말이지 너무나 기가 막혀서 그야말로 말을 잃고 말았다.

사분위의 결정이 내려지자 구재단의 이사장은 자신을 이사장으로 복귀하도록 한 결정이라며, 당장 자신을 이사장으로 맞으라는 내용의 글이 적힌 커다란 현수막을 상지대 주변에 내걸었다. 그리고 전기충격기인지 삼단봉인지를 지닌 청년들을 동원해서 상지영서대의 공간을 불법 점거해서 사무실을 차렸다. 구재단의 이사장은 몇 년 전부터 상지대 후문 아래 길가에 '大自然靈'이라는 글이 적힌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어 놓고 있다.

이게 대체 뭔가 했더니 '대자연령'은 어떤 신흥종교의 '신'이고 '정심정도'는 이 '신'의 법이라고 한다. 그가 정말 '대자연령'을 따르고 '정심정도'를 지킨다면, 무엇보다 상지대 구성원의 뜻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사분위의 문제는 너무나 크다. 사분위의 잘못된 결정이 상지대 사태를 빚었다. 사분위는 시급히, 철저히, 개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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