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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와 박지성이 호흡 맞출 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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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세와 박지성이 호흡 맞출 날 기다린다"

[현장] 봉은사 북한 응원전…"정대세 '조국통일' 세리머니 봤으면"

그렇게 원하던 골은 터지지 않았다. 북한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 모인 1000여 명의 시민들은 안타까움의 한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수고했다"며 북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21일 밤 8시 30분. 봉은사 주차장 공간은 북한 대 포르투갈 전을 응원하기 위한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차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주변으로는 한반도기가 걸려 있었다.

응원을 하는 시민들은 '우리는 하나다, Viva One Korea Reds Run Together!'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또한 태극기 대신에 한반도기가 시민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서울광장에서 외쳤던 '오 필승 코리아' 대신 '오 피스(peace) 코리아'를 외치며, 연신 북한의 첫 골을 기대했다.

"눈물 흘리는 정대세 선수를 응원하고 싶었다"

전반전만 하더라도 응원전을 열기를 띠었다. 북한 차정혁 선수의 중거리 슛이 골대를 약간 빗나가자 곳곳에서는 '아유~'라는 아쉬움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대세 선수가 볼을 몰고 포르투갈 문전을 향해 갈 때는 '그렇지, 옳지, 잘한다' 등의 추임새가 이어졌다.

▲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북한을 응원하고 있는 시민들. ⓒ연합뉴스

포르투갈에게 선취점을 빼앗긴 채로 전반전이 끝났을 때도 시민들은 북한에 대한 선전을 기대했었다. 강남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박정기(가명·45) 씨는 "지난 번 브라질 전에서 눈물을 흘리는 정대세 선수를 보고, 그를 조금이라도 응원하고 싶어 이렇게 봉은사를 찾았다"며 "비록 실점은 했지만 이 정도 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응원을 위해 왔다는 이상수(25) 씨는 "전반전은 북한이 우세했다"며 "몇 차례 득점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못 살린 게 아쉽다"고 했다. 그는 "후반전에는 이런 기세를 몰아 반드시 만회 골을 넣으리라 믿는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급격한 체력 고갈과 집중력 부족으로 북한 선수들은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연속해 3골을 포르투갈에 내 줬다. 이후에도 추가로 3골을 더 내줘, 도합 7골 차로 패배했다. 봉은사에 모인 시민들은 허탈했다.

그렇다고 지난 한국 대 아르헨티나 전 응원전이 벌어진 서울광장에서처럼 골 차이가 벌어지자 자리를 떠나는 시민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되레 북한 정대세 선수가 문전을 향해 볼을 치고 들어가거나 패스를 하면 "한 골만!"을 외치며 응원을 포기하지 않았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도 시민들과 함께 응원을 이어갔다.

"정대세 선수가 박주영, 박지성 등과 호흡을 맞췄다면…"

여자 친구와 함께 응원을 온 박기성(가명·24) 씨는 "후반전에는 한 골만 넣어달라고 응원을 했다"며 "하지만 결국 단 한 골도 들어가지 못해 아쉽다"고 시합을 본 소감을 밝혔다. 그는 "북한이 선전을 했다면 내일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렇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봉은사를 찾은 이명수(36) 씨는 "후반전에 너무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며 "북한 상황 때문에 고기를 먹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남과 북이 갈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밝히는 시민도 있었다. 회사원 최은기(35) 씨는 "정대세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걸 이번 시합을 통해 알 수 있었다"며 "그가 박지성, 박주영 등과 호흡을 맞췄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최은기 씨는 "오늘 응원을 하면서 결국 남과 북은 한 동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며 "다음에 있을 경기에서도 북한을 응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전반전 기대감, 무너진 후반전

경기를 지켜보던 누리꾼들도 전반전까지만 해도 예상 외의 북한의 공격 전술에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었다. 특히 호날두가 드리블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북한 수비진에 완벽하게 막히자 '호날두 거품론'과 함께 "북한 선수들의 체력과 투지가 한국 선수들보다 나은 것 같다". "질 때 지더라도 이렇게 화끈하게 해야 한다"는 글이 각종 게시판들을 뜨겁게 달궜다.

어떤 누리꾼은 "김정일 위원장이 스텔스 전화기로 작전 지시를 한다는데, 김정일 위원장이 허정무 감독보다 한 수 위인가?"라는 풍자를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밖에 홍영조 선수의 측면 돌파도 높이 평가 받으며 정대세 선수와 함께 '남북 단일팀'을 만들면 어떻겠냐면서 가상 팀 구성에 관한 게시글도 많았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 실점이 줄줄이 이어지자 대부분의 누리꾼들이 낙담에 빠졌다. '아오지 탄광' 운운하는 조롱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너무 큰 패배 탓인지 "가슴이 아프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누리꾼은 "한국이 아르헨티나 전에서 졌을 때는 화가 났는데, 이번 북한의 참패를 보면서는 슬프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그래도 정대세가 한 골 넣어 조국통일 세리머니를 보고 싶었는데, 코트디부아르 경기에서는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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