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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이 민간인 '불법사찰'…사찰 담당자는 '행방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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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이 민간인 '불법사찰'…사찰 담당자는 '행방불명'

"이런 정권에서 어떻게 숨을 쉬고 살겠나"

국무총리실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자기 블로그에 퍼와 게시한 일반인을 불법 사찰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일을 벌인 국무총리실 소속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일반 국민에 대해서는 조사할 권한이 없다. 다만, 공직자 비위와 관련된 일반인의 경우에만 혐의가 포착되면 수사기관에 이첩할 수 있다.

공직자 비위와 전혀 무관한 '정권 비판 동영상' 게재를 이유로 총리실의 불법 사찰을 받았던 이 시민은 자신이 운영하던 사업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회사 지분까지 이전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남 민주당 의원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총리실을 상대로 "불법 사찰" 사건에 대해 질의할 예정이었으나 담당자는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사라져 자취를 감췄다. 이성남 의원은 "이런 정권에서 어떻게 국민들이 숨을 쉬고 살겠냐"고 허탈해했고, 여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마저 총리실을 향해 "무슨 조직이 이러냐"고 질타했다.

총리실 의뢰 받은 경찰, '무혐의' 결론내렸다가 서장 지시로 재조사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한 시중은행 용역업체 대표로 있던 김모 씨는 2008년 자신의 블로그에 동영상을 게재했다. 이 동영상은 "지금 한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것으로 촛불집회 영상과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 내용 등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다. (☞동영상 바로보기)

김모 씨가 이 동영상을 퍼 나를 때는 이미 2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해당 동영상에 접속한 후였다. 정작 김모 씨의 블로그는 그해 5월 말 개설돼 하루 방문자가 20명도 채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같은해 9월부터 김 씨에 대해 내사를 벌였고 11월에는 서울 동작경찰서에 '제보 자료 이첩'이라는 공문을 보내 수사를 의뢰했다. 총리실이 경찰 측에 보낸 자료에는 김 씨가 운영하던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던 모 은행의 고위 인사를 만나 김 씨에 대해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내용도 들어 있었다.

총리실의 의뢰로 내사를 벌인 동작경찰서의 최종 결론은 무혐의였다. 하지만 동작경찰 서장은 담당 수사관을 바꿔 재조사를 지시했고, 이 사건은 결국 검찰로 송치됐다.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김 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해 12월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이날 "민간인에 대해 조사한 것은 잘못"이라며 "지적대로라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상황을 파악해서 보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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