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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의 성병 환자…원인은 동성애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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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제중원>의 성병 환자…원인은 동성애 탓?

[근대 의료의 풍경·32] <제중원> 보고서 ⑧

지난 회에 이어 <조선 정부 병원 제1차년도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는 입원 환자들의 구체적인 치료에 대해 질병 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종기(농양)

종기로 입원한 환자 26명 가운데 20, 30대가 2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평균 나이는 31.9세였다. 여자 환자는 2명뿐이었다. 종기가 생긴 부위는 항문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3명은 항문 누공(瘻孔·주로 염증 때문에 조직에 생긴 구멍)이 함께 있었다. 그밖에 두피, 목, 겨드랑이, 유방, 허리, 엉덩이, 넓적다리, 오금, 발 등 거의 모든 부위에 종기가 생겼다. 여자 환자 1명은 폐농양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몸 표면에 생기는 일반적인 종기와는 달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치료로는 19명(73퍼센트)이 배농 수술을 받았으며 1명은 습포제(파스)를 발랐다. 항문에 누공이 병발한 환자 3명 가운데 2명은 괄약근 절제 수술을 받았고, 1명은 시술을 거부하고 이틀 만에 퇴원했다. 이 환자를 포함하여 4명은 외과 처치를 받지 않았다.

이들 환자의 평균 입원 일수는 17.1일이었으며, 괄약근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1명은 53일 만에 퇴원했다. <보고서> 작성 당시 아직 입원 중이었던 4명을 제외하고 "완치" 14명, "효과 좋음" 7명, "효과 없음" 1명으로 치료 효과가 매우 좋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폐농양이 있던 여자 환자도 개방성 배농술을 받고 23일 만에 치료 효과가 좋은 상태로 병원 문을 나섰다.

대장항문 질병

대장과 항문에 누공이나 치질이 생겨서 입원한 환자도 22명이나 되었으며, 평균 나이는 27.9세였다. 이러한 환자가 많았던 것은 목욕을 거의 하지 않는 등 불결한 위생 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직장-질 누공이 있는 55세의 여자 환자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였다. 여자에게 대장항문 질병이 적었는지, 아니면 병이 있어도 제중원을 찾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 치질 치료용 주사기(<A Textbook on Surgery―General, Operative, and Mechanical>. 미국 D. Appleton and Co, 1889년). 제중원에서 치질 환자를 어떻게 치료했는지 자세한 언급은 없지만 당시 널리 사용하던 이러한 관장용 주사기로 치질 부위의 대장(직장)을 확장시켰을 것으로 생각된다. ⓒ프레시안
여자 환자 1명을 제외하고는 누공 환자들은 모두 괄약근 절제 수술을 받았다. 이 여자 환자는 병소 부위 조직이 "너무 약해서(too feeble)"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3일 만에 퇴원했다. 치질 환자는 모두 확장술(dilatation)을 받았는데, 아마도 관장용 주사기로 치질이 생긴 부위의 대장을 확장시켰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의 여자 환자를 제외한 대장항문 질병 환자들의 평균 입원 일수는 19.1일이었으며, 모두 완치되거나 치료 효과가 좋은 상태에서 퇴원했다.

안과 질병

눈에 생긴 질병으로 입원한 환자는 43명(16퍼센트)으로, 질병 부위별로 보아서 으뜸이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안검내반이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남자는 5명, 여자는 9명으로 여자 환자가 많은 이례적 경우이다. 남자 환자의 평균 나이는 33.6세였으며, 10대도 2명 있었다. 여자 환자의 평균 나이는 55.1세나 되었다.

안검내반 환자는 전원이 수술(제30회)을 받고 완치되어 평균 4.9일 만에 퇴원했다. 입원 기간은 가장 짧고 치료 효과는 가장 뛰어난 질병이었다. 각막에 이상이 생긴 12명(궤양 2명, 혼탁 6명, 포도종 4명)은 안검내반과 달리 각막 포도종 환자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 환자였으며 평균 나이는 35.2세였다.

각막 궤양 환자 1명은 치료 받기를 거부하고 3일 만에 퇴원했으며, 1명은 천자술을 받고 치료 효과가 좋은 상태에서 8일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각막 혼탁 환자 6명은 모두 홍채 절제술(iridectomy)을 받고 치료 효과가 좋거나 양호한 상태에서 평균 8.7일 만에 퇴원했다. 각막 포도종 환자 중에서 1명은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고 6일 만에 퇴원했으며, 2명은 천자술, 1명은 홍채 절제술을 받고 치료 효과가 좋은 상태에서 평균 9.3일 만에 퇴원했다.

백내장 환자 11명은 모두 남자로 30세~70세였으며, 평균 나이는 51.8세였다. 초기 환자 1명은 천자술로 치료했고, 1명은 <보고서> 작성 시 입원 2일째로 수술을 기다리는 중으로 생각되며 1명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30일 만에 퇴원했다. 나머지 8명은 모두 수정체 적출 수술(enucleation)을 받고 평균 20.5일 만에 퇴원했다. 백내장 수술은 전부 알렌이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치료 효과는 "완치" 3명, "효과 좋음" 3명, "효과 나쁨" 2명이었다. 아래는 경과가 나쁜 경우에 대한 언급이다.

"사례 22번은(60세의 남자로 47일 동안 입원했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이다. 그 환자는 어느 날 오전에 수술 받은 4명 중의 하나로, 다른 수술들은 잘 되었지만 그 환자는 전안염(全眼炎)이 생겨 눈을 잃었다. 사례 155번 환자(58세 난 남자로 17일 만에 퇴원했다) 역시 전안염이 생겼으나 눈은 구했다.

이 사례는 매우 실망스러운 경우이다. 이것은 백내장 수술 가운데 가장 잘 된 경우였다. 수정체가 단단했으며 따라서 아무런 문제없이 수정체 전체를 들어내었다. 그러나 환자는 앉아 있기를 고집했고, 담배를 피웠으며, 우리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관리들이 문병을 허락한 친구들에게 자기 눈을 보여주려고 붕대를 풀었다.

그런 짓을 했으니 환자가 시력을 잃은 것은 당연히 그에게 내린 벌로 우리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잘 된 수술이 망쳐진 것은 우리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보고서> 31쪽 "입원 환자에 대한 설명")

▲ 백내장 수술법(<A Course of Operative Surgery>. 미국 P. Blakiston, Son & Co, 1884년). 단순히 수정체(렌즈)를 적출하는 수술로 편차는 있지만 시력 회복 효과가 괜찮았다고 한다. ⓒ프레시안

안염(眼炎) 환자 3명은 모두 20대 남자로 외과적 처치는 받지 않았으며, 두 사람은 각각 10일, 11일 만에 치료 효과가 좋은 상태에서 퇴원했고 1명은 16일째 입원 중이었다. 안검유착 환자는 48세의 남자로 알렌에게 절단 및 봉합 수술을 받고 57일 만에 치료 효과가 좋은 상태에서 퇴원했다.

사시 환자는 20세의 남자로 헤론이 건(腱)절단 수술을 했지만 치료 효과는 없는(nil) 채 3일 만에 퇴원했다.

▲ 사시 수술법(<A Course of Operative Surgery>. 미국 P. Blakiston, Son & Co. 1884년).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의 힘줄(건)을 자르는 수술이다. ⓒ프레시안

익상편 환자도 40세의 남자로 알렌이 결찰 및 절제 수술을 하여 입원 26일 만에 완치되어 퇴원했다. 망막 박리 환자 역시 40세의 남자로 별다른 외과적 처치는 받지 않았지만, 치료 효과가 양호한 상태로 30일 만에 퇴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안과 환자들에 대한 치료 효과는 대체로 좋은 편이었으며, 특히 알렌의 수술 솜씨가 괜찮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개원 초에는 없었던 안과 병동(제19회)을 나중에 설치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알렌은 선교본부 총무인 엘린우드에게 보낸 편지(제16회)에서 자신은 제대로 외과 훈련을 받지 못했으며, 나중에 정식으로 외과 교육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는데, <보고서>의 기록은 그 편지 내용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성병

성병으로 입원한 환자는 모두 38명으로 전체 입원환자의 14퍼센트를 차지했다. 그 가운데에서도 매독이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성하감(10명), 경성하감(3명), 횡현(3명)이 뒤를 이었다.

▲ 매독으로 입원한 제중원 환자들의 특성과 치료 효과 등. ⓒ프레시안

매독 환자 22명 중 20명이 남자였고 여자 환자는 2명뿐이었다. 나이는 10대가 5명, 20대가 15명, 30대가 1명으로 평균 21.6세였다. 그리고 매독성 항문 고무종이 18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매독성 궤양이 2명, 매독성 여각진과 발진이 각각 1명이었다.

▲ 매독 환자 손목에 생긴 고무종 궤양(<A System of Syphilis>. Oxford University Press, 1914년). 제중원을 찾은 매독 환자들은 이러한 고무종이 주로 항문 부위에 있었다. ⓒ프레시안

이들 환자 가운데 4명만 절제술과 압착술 등 수술을 받았으며, 대부분은 수은 등 내과적 치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치료 효과는 3일 만에 퇴원한 2명을 제외하고는 좋은 편이었고 평균 입원일수는 20.3일이었다.

"병원(입원실)과 외래에서 본 많은 항문 점액성 종양 환자들은 감홍(염화수은)을 국소 도포하여 치료했으며 내복약으로 항매독 치료를 했다. 이것은 여성 대신 소년을 이용하는 변태적인 성행위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그러한 행위는 또한 항문이나 그 근처에 많이 생기는 연성하감과도 관련이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보고서> 30쪽 "입원 환자에 대한 설명")

동성애와 성병을 연관 짓는 태도는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19세기말 구미에서 동성애에 대한 혐오가 극심했던 것이 의사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더구나 일반인보다 동성애에 대한 증오가 더욱 강한 기독교 선교사들은 낯선 이국에서 접하는 성병에 대해 과도한 종교적, 인종주의적 해석을 했을 법하다.

연성하감 역시 남자 8명, 여자 2명으로 남자 환자가 대부분이었으며 평균 나이는 33.9세로 매독 환자보다 12세가량 많았다. 절개술과 도관삽입 등 외과적 처치를 받은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과 치료만 받았다. 항생제 등 특효약이 나오기 훨씬 전이므로 대증요법과 소독처치를 받았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치료 효과가 좋은 상태("완치" 8명, "효과 좋음" 2명)에서 평균 14.2일 만에 퇴원했다고 적혀 있다.

경성하감 환자는 여자 2명, 남자 1명이었으며 외과적 처치는 받지 않았다. 여자 환자 1명은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채 4일 만에 퇴원했고, 또 다른 여자 환자는 9일 만에, 남자 환자는 32일 만에 치료 효과가 각각 양호하거나 좋은 상태로 퇴원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 수은 치료법(<Modern Surgical Therapeutics>. 미국 D.G. Brinton, 1878년). 수은을 사용하는 경우 짧은 기간 동안 다량을 적극적으로 주는 것이 당시의 경향이었다. ⓒ프레시안

요컨대, 당시는 효과가 뚜렷한 성병 치료제가 나오기 전이어서, 실제 회복되었을 가능성이 많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제중원에 입원했던 성병 환자들은 대개 치료 효과가 좋은 상태로 퇴원했다고 <보고서>는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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