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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밟기', '날개꺾기'…경찰 '피의자 고문'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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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밟기', '날개꺾기'…경찰 '피의자 고문' 충격

인권위, 고문혐의 경찰 고발…"이명박 정권 인권 홀대 결과"

지난 3월, 절도 혐의로 연행된 A씨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심각한 고문을 받았다. 강력 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은 A씨에게 수갑을 뒤로 채운 뒤 "지금부터 자세히 얘기를 잘 들어라, 여기서 병신 되어 나간 놈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인정하면 살 것이고 부인하면 죽는다"라는 협박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니, 갑자기 경찰들은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A씨를 그 위에 눕힌 뒤 수갑을 찬 팔을 위로 꺾고 폭력을 행사했다. 너무 아파 소리를 지르자 이번엔 수건으로 입을 막고 투명 테이프로 돌돌 말아 감고 구타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자백을 하려면 눈을 깜빡거리라고 했다. 죽을 거 같아 잠시라도 살기 위해 눈을 깜빡거리자 수건을 입에서 떼어 주었다. 하지만 재차 진술을 부인하자 다시 재갈을 물리고, 똑같은 방식으로 고문을 시작했다. 이것은 20~30분 동안 계속됐다.

지난 3월, 절도 혐의로 체포된 B씨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서에서 범죄 행위에 대해 이를 부인하자 창문 쪽에 있는 3칸짜리 소파의 방석을 떼어내 바닥에 깔고 난 뒤 수갑 상태인 B씨를 방석 위에 쓰러뜨리고 발로 밟았다. 경찰관은 신발을 운동화로 갈아 신고 장갑까지 끼고 있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경찰은 B씨를 일으켜 세우고 가랑이 사이에 B씨의 목을 끼우고는 수갑 찬 손을 위로 당기면서 고문을 했다. 결국 B씨는 재차 고문을 당할 것이 두려워 범행에 대해 모두 시인했다.

▲ 16일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인권위 유남영 상임위원(오른쪽)과 정상영 조사관(왼쪽)이 경찰 조사중 고문을 당했다는 진정 관련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국가인권위는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강력사건 피의자들이 조사를 받다가 고문을 당했다는 진정을 접수한 뒤 직권 조사한 결과 피의자들을 고문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관계된 5명의 경찰에 대해 고발조치 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인권위, 경찰관 5명 고문행위로 고발조치

이상의 내용은 16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시 양천경찰서 강력 팀에서 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이송된 피의자를 조사해 발표한 내용이다. 조사 결과 32명 중 22명이 경찰로부터 심한 고문과 구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찰의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유린이 발생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의자들에 대한 경찰관들의 고문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해당 경찰관 5명을 고발조치했다. 인권위는 지난 5월 "경찰서에서 범행을 자백하라고 폭행을 당했다"는 진정서를 접수한 후, 조사에 착수했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경찰청장에게는 양천경찰서에 대한 전면적인 직무감찰을 실시하고 그 책임 정도에 상응하는 인사조치 및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해당 경찰서에서는 인권위의 조사발표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인권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위해 양천경찰서에서 조사받은 피해자 32명에 대한 대면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22명은 양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범행사실 및 여죄 등을 자백하라며 심한 구타, 입에 두루마리 휴지나 수건 등으로 재갈을 물린 채 머리 밟기, 날개꺾기(뒷 수갑을 채운 채로 팔을 꺾어 올리는 행위) 등의 고문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여죄 등에 대한 진술 받아내려 고문했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양천경찰서 형사과 강력 팀 팀장 외 경찰관 4명은 절도 관련 피의자를 검거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범 관계 및 여죄 자백을 목적으로 피의자들에게 일명 '날개꺾기' 고문을 가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한 의자에 앉힌 후, 혹은 바닥에 3인용 소파의 방석을 벽 쪽 바닥에 깔고 피해자들의 입에 두루마리 휴지 또는 수건 등 재갈을 물린 상태에서 피해자들을 엎어놓고 등을 밟고 머리를 방석에 눌러가며 날개꺾기 고문을 가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숨을 쉬지 못하고, 팔과 어깨의 고통을 못 이겨 자백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피해자의 진술뿐만 아니라 경찰서 유치인 보호관 근무일지, 의약품 수불대장 등을 통해서도 고문피해 흔적을 확보했다. 또한 피해자 변호사가 직접 피해자의 허벅지 등에 피멍이 들어 있는 것을 본 뒤, 이것을 검찰에 알려주었다는 진술내용, 또한 고문으로 팔꿈치 뼈가 골절되었다는 피해자의 병원진료기록, 고문과정에서 최근에 보철해 넣은 치아가 깨진 상태 및 치아가 빠진 사진 등을 확인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사실을 종합해 경찰관들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여죄 등에 대한 자백을 받아낼 목적으로 호송 중인 차량 안에서, CCTV가 녹화되지 않거나 사각지대인 경찰서 사무실 내에서 고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말도 안 되는 충격적인 일"…경찰은 부인

경찰서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인권위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자체 조사 결과는 이와 다르다"면서 전면 부인에 나섰다. 양천경찰서는 "해당 직원 조사 결과, 인권위에서 지적하는 피의자 가혹행위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피의자들이 어떤 자해행위를 할지 몰라 수갑을 뒤로 채웠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양천경찰서 측 관계자는 "피의자가 검거하는 과정에서 반항을 했기 때문에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다만 인권위에서 경찰관 5명을 직무 고발했기 때문에 발표 직후 직무정지에 해당하는 대기발령을 했다"고 밝혔다.

해당 경찰서의 이러한 신속한 해명에도 경찰관의 고문행위 의혹은 좀처럼 가라 앉지 않을 전망이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결국 경찰이 고문만 빼고 다 한다고 했는데, 이젠 고문도 하는 걸로 밝혀졌다"며 "국가가 자행하는 범죄인 고문이 실체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이러한 사태가 오게 된 배경을 두고 "이명박 정권이 인권을 홀대하고 인권의 중요성을 단 한 차례도 지적하지 않은 결과"라며 "이 정부 들어 인권단체에서는 지속적으로 이번 인권위가 발표한 조사내용과 유사한 제보들이 잇따라 제보됐었다"고 주장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경찰은 자신들의 치적을 위해 무리한 수사방법을 동원하는데 그것이 고문"이라며 "이것을 통제하는 게 정치권력의 역할이지만 현 정권은 이런 역할이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고문 등과 같은 국가폭력은 국정 방향 전반이 바뀌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며 "끔찍한 국가권력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인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독재정권의 물고문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박종철을 비롯한 수많은 죽음을 우리 국민은 아직도 잊지 않았다"며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아직도 고문이 횡행할 수 있는지 참담한 심정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고 토로했다.

민주노동당은 "고문에 가담한 경찰관 전원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물론 해당 경찰서장을 비롯해 경찰청장 또한 책임을 지고 면직시키는 것이 당연하다"며 "또 폭력집단으로 전락한 경찰을 개혁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도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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