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어느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알바생'의 사연이다.
1988년부터 시행된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이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말한다. 하지만 최저임금이라는 말을 듣고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 그리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 같은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신 최저임금 하면 사람을 쥐어짠다는 뜻의 착취(搾取)가 떠오른다. 구글 한국어 사전은 "자본가나 지주가 근로자나 농민에 대하여 노동에 비해 싼 임금을 지급하고 그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로 착취를 풀이한다.
1인 생계비 밑도는 최저임금
한국 경제의 양과 질 그리고 전체적인 국민소득을 감안할 때 시급 4110원인 현재의 최저임금은 터무니 없이 낮아 노동자의 생활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이루는데 실패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009년 5월 낸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주요 노동·경제 지표 분석>을 보면, 2008년 기준으로 미혼 단신(單身) 노동자의 생계비는 월 119만 원인데 반해, 그해 법정 최저임금은 월 78만 원에 불과하다.
연령대별로 나눈 월 생계비는 15~29세 136만 원, 30~39세 150만 원, 40~49세 98만 원, 50~59세 96만 원으로 (60세 이상 61만 원을 뺀)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최저임금이 미혼 단신 노동자의 생계비를 한참 밑돈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정해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는 마감일(6월 29일)이 다가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자-사용자-공익 대표들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사용자대표 전원과 공익대표 일부는 현재의 최저임금액이 충분하다며 억제를 주장한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억제를 주장하는 그 누구도 시급 4110원을 받고 생활하고 있지 않으며, 그걸로 생활하라면 절대 불가능하다고 펄쩍 뛸 사람들이다.
최저임금법 개악하려는 정부
최저임금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은 점도 심각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그조차 제대로 못 받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이다. 1600만 노동자 가운데 법이 정한 최저임금도 못 받는 이가 210만 명으로 8명 가운데 1명꼴이다.
이들 가운데 몇이나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6일 노동 후의 하루 유급(有給) 휴일을 보장받을까. 근로기준법은 8시간이 넘는 노동을 연장근로(overtime)로 규정하고 50퍼센트의 할증임금을 추가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건 또 어떨까. 관련된 통계는 물론 대략적인 실태에 대해 사용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나 노동계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게 대한민국의 솔직한 현실이다.
올해도 사용자대표들은 정확한 데이터 없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업주들이 폐업하고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거리로 나앉는다는 선동을 되풀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전국적으로 통일되어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지역과 업종으로 쪼개 차별해 적용하고, 감시·단속업의 최저임금을 깎고, 수습기의 10% 감액 기간도 늘리자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또한 고령 노동자의 최저임금 삭감을 새로이 도입하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노사 위원을 배제한 채 공익위원에게만 최저임금 결정권을 주는 방향으로 최저임금법 개악안을 추진하고 있다.
▲ 최저임금 삭감 방안이 담긴 정부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노동계는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프레시안(여정민) |
착취로 연명하는 사업주 사라져야
최저임금이 1991년 18.8%, 2000년 16.6%, 2007년 12.7% 올랐고, IMF 위기 때조차 2.7% 올랐지만, 전적으로 그 이유 때문에 문 닫았다는 업체를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노동자 평균임금의 30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폐업할 정도로 경쟁력 없는 사업주라면 임금 착취로 근근이 연명하기보다 폐업하는 게 국민경제는 물론 업주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지금 노동계는 2011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천원 올린 5180원을 주장한다. 이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고 이들이 매주 하루치의 유급휴일 수당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에 못 미친다.
경제학의 착취 이론에서 가장 대표적인 게 마르크스의 잉여가치론이다. 구글 사전에 따르면 잉여가치란 "노동자가 생산하는 생산물의 가치와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임금과의 차액"을 말한다. 잉여가치가 기업의 이윤, 이자, 지대 같은 자본가 소득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모든 경제적 가치는 노동에서 생긴다는 노동가치설을 고수한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가 잉여가치를 뜯어가는 착취 없인 돌아가지 않는다고 결론내리고, '착취' 메커니즘이 자본주의 작동 원리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경제 순위 10위권을 넘나드는 한국 경제가 전체 노동자의 12%를 착취와 다름없는 최저임금 밑으로 묶어두어야 돌아가는 수준을 넘어선 지는 오래되었다. '강부자' 정권인 이명박 정부의 모토는 어이없게도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다. 그 지름길은 착취 수준의 최저임금을 법 취지에 맞도록 크게 고치는 것이다. 2010년 대한민국의 경제력은 시급 천원 인상을 감당하고도 남음이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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