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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 느는데, 최저임금은 깎는다?"

[기고] 한국의 최저임금, OECD 꼴찌 수준

매년 최저임금은 6월말에 결정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동결 안을 제시하면서 내부적으로 삭감을 주장하는 안을 철회시키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다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경총은 최저임금 결정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도 동결 안을 고수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장에서 농성하면서 사용자의 동결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일 3차 위원회 전원회의 직후 2박3일 동안 회의장을 점거해 동결안 철회를 요구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11일 4차 전원회의도 5시간 넘게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지만 경영계는 0.1%의 수정안도 제시하지 않고 동결안을 고수했다. 결국 11일 회의 직후부터 다시 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이 농성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함께 농성하던 같은 근로자위원인 이찬배 민주노총 여성연맹위원장이 집회에 참여한 조합원들을 만나고 다시 회의장에 들어오면서 출입을 저지당해 현관 밖에서 떨면서 지난 4일 동안 밤을 지새우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농성하는 5층 회의장 앞에 열쇠를 달고 감시원을 배치하고, 급기야 음식을 배달하는 조합원과 1층 현관에서 만나는 상황을 틈타 해당 여성위원을 남성 경찰들이 사지를 잡고 끌어내는 비인간적이고 폭압적인 상황이 15일 저녁에도 벌어졌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들어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은 협의 한 번 없이 일방통행으로 진행돼 왔으며, 공익위원들은 전부 정부 편으로 구성됐다.

나는 민주노총 사무총장이던 지난 2003년 최저임금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한 이후 만 7년만에 다시 들어왔다. 바뀐 것도 있고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바뀐 건 공익위원들이다. 7년 전에는 그나마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할 여성민우회 대표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목소리를 낼 공익위원도 없다. 바뀌지 않은 건 위원회 사무국의 관료적 태도다.

한국 최저임금 OECD 최하위 수준

최저임금공익위원들이 작년처럼 경총의 거수기 노릇을 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경영계가 동결 안을 뻔뻔스럽게 주장하는 게 아니냐는 경계심마저 있다. 지난 5월 1일 새벽 근로시간면제심위위원회가 공익위원들이 주도해 정부안을 일방적으로 날치기 통과시키는데 일조했던 전례를 최저임금심의위원회도 되풀이 하는 게 아니냐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사회안전망이 전무한 한국에서 임금의 중요성은 거의 절대적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학자금대출상환에 허덕이고, 결혼하면 전세금 대출에 허덕이고, 아이를 낳으면 육아와 교육문제로 허리가 휘고, 집안에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집안이 파탄 나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8.1%로 지난 7년 동안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은행과 OECD 등은 올 한국 경제성장률을 5% 후반대로 수정 전망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고성장 앞에서 출구전략을 언제 쓰느냐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동결하자는 경총의 주장은 누구도 동의할 수 없다.

무너진 중산층, 더 늘어난 빈곤층

우리나라는 임금 불평등이 OECD 가입국가 중 최악이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 기준 최저임금이 평균임금 대비 32%로 21개국 중 17위이다. 중위임금으로 대비해도 39%로 21개국 중 18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법정최저임금제도가 없는 OECD 회원국을 감안하면 한국의 순위는 더 낮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총을 적극 설득해 수정안을 내게하고 회의를 원활하게 진척 시켜야 한다. 그런데 위원회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고민이 없으면 우리 사회는 근로빈곤충의 확대로 불평등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다. 우리나라 빈곤율은 2009년 기준으로 전국 가구 시장소득 기준으로 18.1%여서 대충 5가구당 1가구 꼴로 월소득 75만 원이 채 안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 보건사회연구원은 빈곤계층을 209만 명으로 추정했다. 이는 빈곤의 확대가 일반화된 수준에 이르렀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정부는 빈곤 계층을 장애인, 노인, 여성가장 등 전통적인 특수층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나온 정부의 빈곤정책은 공공근로 같은 단기일자리 확산에만 매몰돼 있다. 단기일자리는 결국엔 고용의 질만 악화시키고 실업률 하락이란 착시현상까지 불러와 빈곤 해결에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

고려대 강성진 교수와 <매일경제신문>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지난 6일 발표한 '2010 한국 중산층 보고서'는 주목할만하다. 구제금융위기 직전인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중산층과 빈곤층의 비율 변화를 추적한 결과, 중위소득 50~150% 사이인 중산층 비율이 1997년 73.6%에서 2008년 63.2%로 10% 넘게 사라졌다. 같은 기간 중위소득의 절반이 안 되는 빈곤층은 63만 가구에서 149만 4000가구로 크게 늘었다.

노동계는 경제지표가 올랐으니까, 물가가 올랐으니까 최저임금을 인상하라는 단순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늘어나는 빈곤층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지름길이 최저임금 인상에 있기에 지속가능한 성장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의 인상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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