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염기훈, 그리스 '질식 수비'를 질식시켜라

[월드컵] 관전포인트, 한국의 '측면 창' vs 그리스 '방패'

12일 오후 8시 30분, 한국인들의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된다. 한국 대표팀은 이날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B조 첫 경기로 그리스와 만난다. 백중지세의 경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중요한 관전포인트를 짚어 봤다.

■ 포메이션

이번 경기는 결국 양 팀의 수비력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4-4-2 포메이션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허정무 감독은 11일 밤 15분간 가진 공개훈련에서 이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양 측면 수비수(풀백)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활용해 그리스 수비진의 뒷공간을 열겠다는 공격적 진형이다. 중책은 이영표(좌, 알 힐랄)와 차두리(우, 프라이부르크)가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력이 좋은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 대상포진에서 회복한 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이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장할 가능성이 높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이 좌우 날개를 맡고 김정우(광주 상무)와 기성용(셀틱 FC)은 각각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은 박주영(AS 모나코)과 염기훈(수원 삼성)이 나서며, 이동국(전북 현대 모터스)은 후반 교체출장해 조커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골키퍼는 정성룡(성남 일화)이 선발출장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 ⓒ뉴시스

그리스가 스리백과 포백 중 어떤 진형을 택할지는 아직 단언하기 어렵다. 중앙수비수 반겔리스 모라스(볼로냐)가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결장하기 때문이다. '오토 대제' 오토 레하겔 그리스 대표팀 감독은 확실한 승리를 노릴 때 스리백으로 수비를 두껍게 한 후 역습을 노린다. 유럽 지역예선 12경기 중 8경기에서 이 전략을 썼다.

그러나 최근 북한(2대 2 무), 파라과이(0대 2 패)와 가진 두 차례 평가전에서는 포백을 사용했다. 4-3-3 진형으로 한국처럼 공격적인 전술을 가동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포백을 짤 경우 지우르카스 세이타리디스(아틀래티코 마드리드)가 이영표와, 바실리스 토로시디스(올림피아코스 CFP)가 차두리와 맞붙는다. 중앙에는 그리스 수비의 핵인 소티리오스 키르키아코스(리버풀 FC)와 디미트리오스 파파도풀로스(US 레체)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의 최전방은 유럽 지역 예선에서 10골을 몰아넣은 테오파니스 게카스(프랑크푸르트)가 나설 가능성이 확실하며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셀틱 FC)와 안겔로스 차리스테아스(뉘른베르크)가 그 뒤를 받칠 것으로 보인다. 중원 싸움은 게오르고스 카라구니스(파나시나이코스 FC)의 지휘를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벤피카)와 알렉산드로스 치오리스(시에나)가 보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백과 포백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리스가 사실상 파이브백을 고정 활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젊은 스타 수비수인 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폴로스(제노아)가 가운데 수비진형을 지휘하는 가운데, 미드필드에는 불과 두 명만 놓는 극단적인 수비 전술을 처음부터 쓸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설사 그리스가 예상대로 포백을 들고 나오더라도 양쪽 풀백은 한국과 달리 적극적인 공격 가담은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허술한 미드필드의 양 측면을 메워 한국의 빠른 역습을 차단하는 임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첫 골은 후반에?

11일 열린 A조의 두 경기가 모두 무승부(1대 1, 0대 0)로 끝나 이번 월드컵 첫 승팀이 B조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후반전'에 '세트피스' 상황서 골이 나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양팀이 모두 세트피스 전술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8 프랑스 월드컵 예선 첫 경기인 멕시코전, 2002 한일 월드컵 예선 두 번째 경기인 미국전, 2006 독일 월드컵 예선 첫 경기인 토고전 등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된 경기에서 모두 프리킥 골을 넣었다. 한국보다 훨씬 극단적인 수비 전략에 의존하는 그리스는 프리킥 골에 대한 의존도가 한국보다 크다.

후반전 또한 한국팀에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한국이 최근 월드컵에서 얻은 10골 중 9골은 후반에 터졌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이 밖에 경기 관전포인트로 △한국이 월드컵에서 기록한 22골 중 절반(11골)은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기록했고 △유로2004(그리스 우승)를 제외할 경우 그리스는 12번의 A매치에서 23골을 실점하고 2골을 기록해 10번 패했으며(2무 10패) △유로2008에서도 3전 전패했다는 점을 꼽았다.

▲허정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염기훈을 빼고 이동국과 안정환, 이승렬 중 한 명을 교체멤버로 출격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