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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 또 다른 변수 '부부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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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 또 다른 변수 '부부젤라'

[월드컵] 부부젤라와 꽹과리

6.25 전쟁 당시 유엔 연합군을 괴롭히는 중공군의 강력한 무기가 있었는데 '피리'였다고 한다. 참호 속에서 대치하고 있으면 중공군은 공격은 하지 않고 몇날 며칠이고 밤만 되면 '삐리리~삐리리~' 피리만 불어댔다.

고음의 피리 소리에 익숙치 않은 유엔군은 피리 소리가 거슬리는데다 언제 공격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잠을 한 숨도 자지 못하고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나중에 포로로 잡은 중공군 중에는 총은 없고 피리만 차고 있는 중공군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부부젤라'라는 나팔이 화제가 되고 있다. 부부젤라는 남아공 줄루족이 부족들의 사냥을 독려하는 피리에서 유래된 뿔피리인데, 2001년 플라스틱 소재로 대량 생산되며 응원도구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부부젤라를 불고 있는 남아공 루스텐버그의 시민들 ⓒ연합뉴스

문제는 부부젤라의 소음도가 127데시벨로 100데시벨의 전기톱보다 더 시끄럽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저장단 없이 '뿌~' 하고 울리는 소리가 경기 내내 끊임없이 울려 익숙치 않은 이들에게는 상당히 거슬리는 소리라는 점이다. 실제 11일 열린 남아공과 멕시코의 개막전에서도 끊기지 않는 부부젤라 소리가 경기장을 덮었고, 비 아프리카국 경기인 프랑스-우루과이 전에서도 부부젤라는 우렁차게 울렸다.

나이지리아와 맞붙는 한국 국가대표팀도 이 부부젤라 소리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실제 나이지리아와 북한의 평가전에서도 관중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위력적인 부부젤라 소리는 '잡음이 더빙된 화면'이라는 느낌이 들게 할 정도였다.

이에 경기 중 선수들 간의 소통이 어렵게 하고, 집중력을 떨어뜨려 경기력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부부젤라에 대한 비 아프리카권 팀들의 항의가 있었고, FIFA는 부부젤라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를 검토했으나 주최국인 남아공의 최대 응원도구인 점을 감안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런 광경이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도 전통악기인 '꽹과리'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는 아시아농구연맹이 "호각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서 경기장 내 꽹과리 반입 금지를 요청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북과 함께 꽹과리도 경기장에 반입이 금지됐다. 국내에서도 2006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당시 꽹과리 응원을 금지하는 등 관중석에서 꽹과리는 사라지는 추세다.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도 일부 외국 팀이 꽹과리 사용 금지를 FIFA에 요청했으나, FIFA는 꽹과리를 금지하지 않았다.

이런 저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힘이 되는 응원은 목 젖을 울려 내는 육성일 것이다. 내게 익숙치 않다고 다른 나라의 전통 문화를 불편해 할 것만이 아니라, 우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원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의 응원이 아닐까. 남아공까지 들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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