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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배심제', 검찰은 '야심작' 밖에선 "면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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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기소배심제', 검찰은 '야심작' 밖에선 "면피용"

전검사 화상회의 개혁안 확정…시민단체 '싸늘'

'스폰서 검사' 추문에 시달리고 있는 검찰이 '기소배심제'라는 개혁안을 내놨다. 검찰 스스로 기소독점에 대한 통제 장치를 만든다는 다소 획기적인 안이지만, 결국 '내부 개혁'에 그친 것이고 특히 접대·향응 근절을 위한 외부 감시 기능 보완 요구와는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어서 시민단체들은 즉각 '면피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검찰청은 11일 오전 전국 1700여 명의 검사들이 참여하는 화상회의를 열고 △기소배심제도 도입 △감찰본부 신설 △검사 범죄 수사·기소를 위한 특임검사 지명 등의 자체 개혁안을 확정지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기소배심제'다. 기소배심제는 시민이 참여해 기소 여부를 심의하는 미국의 대배심(grand jury)제를 바탕으로 도입한 제도다. 검찰은 입법에 앞서 사회 각계의 추천을 받은 시민 9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를 전국 검찰청에 즉각 설치해 뇌물, 정치자금, 부정부패 등 중요 사건의 기소 여부를 직접 심의케 할 방침이다.

검찰이 이 제도를 내놓은 것은 오직 검사만이 기소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소독점권'에 대한 비판 때문이다. 항고와 재정신청 제도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는 있지만, 모두 불기소처분된 사건에 대해서만 개입할 수 있고, 항고제도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검찰이 심의한다는 점에서, 재정신청 역시 대상 사건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상설특검' 등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으나, 검찰이 '기소배심제'를 통해 스스로 기소독점권 일부를 양보한 셈이다.

검찰은 또한 기존의 감찰부를 해체하고 감찰본부를 설치해 감찰 기능과 지위를 격상시킬 계획이다. 감찰 인원도 2배로 늘려서 보통 진정이나 고발을 통해 이뤄지던 사후 감찰 시스템을 평상시 감시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특히 검사 범죄의 경우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적인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기소토록 해다.

"감시 인원 늘린다고 '제식구 감싸기' 사라질까"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손질하는 등 전날 발표된 진상규명위원회의 권고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결국 내부 자체 개혁에 중심을 둔 것이기에 '외부의 감시'를 요구하는 야권과 시민단체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하태훈 고려대 교수)는 즉시 논평을 내고 "검찰이 가진 권한은 하나도 내놓지 않겠다는 개혁안"이라며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를 외면하는 면피용"이라고 일축했다.

우선 '기소배심제'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검찰이 아무리 문제를 일으켜도 스스로를 수사하고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기소 여부를 심사하게 하더라도 검찰이 자신들의 비리에 대해 아예 수사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소심사위원회 자체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외부 인사들을 참여시켜도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사건을 다루다 보니 검사들의 의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사실관계의 파악, 증거조사부터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가 아니라면 외부인사를 참여시켜도 검찰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는 기구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감찰부의 감찰본부로의 확대 개편도 획기적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자체 감찰 기능이 약했던 것은 인력 부족의 문제도 있지만 '제 식구 감싸기'라는 근본적 한계였기 때문에 조직을 확대 개편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임검사 임명도 상시적인 감시 기능을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

참여연대, 한국투명성기구 등 17개 시민단체는 이날 "검찰 전체에 대한 외부 감찰이 필요하다"면서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모두 근본적 해결을 외면한 것"이라며 "검찰의 독점적 기소권을 분리하고 견제할 수 있는 외부기구로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를 다시 한 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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