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는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9일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서울시청과 최종협의를 끝냈다"며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길거리 응원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붉은 악마는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을 서울시청이 모두 수용함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서울 시민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붉은 악마는 △일체 브랜딩 및 슬로건 노출 금지 △서울광장을 활용한 마케팅 금지 △응원가 제약 금지 등을 요구했다. 서울시도 이날 브리핑을 열고 "그동안 붉은 악마와 접촉해 서울광장에서 남아공 월드컵 거리응원전을 모두 함께하는 시민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붉은 악마 측에서도 상업적인 마케팅을 배제하려는 서울시의 의지와 붉은 악마와 함께하려고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기대감과 책임감에 부응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서울광장에는 일체의 기업로고나 브랜드 노출 금지 등 상업 마케팅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가 됐던 응원가를 두고 서울시 관계자는 "융통성 있게 하기로 했다"며 "당초 기업을 상징하는 노래는 광장 안에서 부르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붉은 악마는 자유로운 응원을 하기를 원해 마찰이 있었다"고 밝혔다.
▲ 붉은 악마가 서울 광화문에서 전광판으로 생중계되는 98 프랑스 월드컵 E조 예선 한국 vs 멕시코전을 지켜보며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
붉은 악마 불참에 난감해진 서울시, 적극적으로 요구안 수용해
이번 붉은 악마의 서울광장 응원 참여는 지속적인 서울시의 러브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월드컵 응원을 위해 모든 기업, 단체에게 서울광장을 개방하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기업만 서울광장을 차지한 반면, 응원단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붉은 악마가 불참을 선언하자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특히 2006년에 이어 상업성 논란이 일며 서울시와 기업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결국 서울시는 9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붉은 악마 관계자를 만나 거리 응원 후원기업들이 서울광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광장을 기업에 넘긴 것 자체가 광장을 상업주의로 물들인 근본원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광장의 상업성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광장에서는 일체 기업로고나 브랜드 노출, 대형 이벤트 금지 등 상업마케팅을 엄격히 제한키로 했으나 상업성 배제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지현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팀장은 "서울시가 아무리 상업성을 배제하겠다고 하지만 대기업들은 기업이 기업을 후원하는 방식 등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홍보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며 "과거 2002년, 2006년에도 서울시는 상업성을 배제하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지현 팀장은 일례로 "서울시는 광장 주면인 광화문 일대 건물에 대형 기업 홍보 스티커를 붙이는 걸 불허했지만 알다시피 곳곳에 응원전 주최 기업의 홍보물들이 붙어 있다"며 "그러면서 상업성을 배제하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결국 서울시가 광장에 기업들을 들여보내 준 뒤에 광장은 모든 이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붉은 악마라는 상징적인 존재를 억지로 끼어 넣었다"고 비판했다.
최 팀장은 "서울광장이라는 열린 공간을 특정 기업에게 넘긴 것 자체가 광장을 상업주의로 물들게 만든 근본 원인"이라며 "광장은 특정 단체나 사람들만의 것이 아닌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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