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이후 최악의 대량해직 사태를 막기 위해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은 10일로 16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8명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자치와 민주주의를 짓밟고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을 거스르는 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물러날 교육감에게 교사 징계 요구하나"
교과부가 지난 4일 16개 시·도 교육청에 "기소된 전교조 소속 교사 134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빨리 밟으라"고 지시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방선거 이틀 뒤에 나온 조치였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통상적인 징계 절차에 따르면 검찰이 공무원의 비위행위를 통보한 시점부터 한달 이내에 징계의결 요구를 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기소한 전교조 교사 명단을 교육당국에 통보한 시점이 대략 지난달 10일 전후인 만큼, 통상적인 절차를 밟은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현재 각 교육청들이 새로 당선된 교육감을 맞아야하는 '권한 이행 시기'라는 데 있다. 사실상 권한이 없는 교육감들에게 사회적 논란이 큰 교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셈이다. 재선에 성공한 교육감은 16명 가운데 6명에 불과하다.
'통상적'이지 않은 교과부의 이런 지시의 배경에는 지난 2일 치러진 전국 동시 교육감 선거 결과가 있다. 서울과 경기 등 6곳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됐고, 이들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전교조 교사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달 1일 공식 취임할 이들 가운데 2명은 전교조 지부장 출신이기도 하다.
"국민의 선택받은 교육감 무시하는 중앙정부의 얄팍한 술수"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의 단식 농성은 10일로 16일째가 됐다. ⓒ연합뉴스 |
야당 의원들도 교과부를 비판했다. 권영길, 김상희, 김영진, 김유정, 변재일, 안민석, 유성엽, 이상민 의원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교육감이 징계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교과부가 서둘러 징계를 강요하는 것은 누가 봐도 중앙정부의 얄팍한 정치적 술수"라며 "교과부가 심각한 정치적 편향을 스스로 드러냄으로써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졸속징계의 강행은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대 반전교조' 구도 속에 치러진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무한 경쟁위주의 MB 교육정책을 분명히 반대하고 나선 6명의 교육감을 선택해 교과부의 '전교조 마녀사냥'이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했음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회의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은 졸속징계의 강행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무시하는 매우 엄중한 '행정부의 도발 행위'"라며 "징계요구 이전에 국회에 긴급 현안보고부터 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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