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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담팅도 잘린대…내가 투표권만 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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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우리 담팅도 잘린대…내가 투표권만 있었어도!"

[기고] '反전교조'가 대단한 교육 정책인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이 뜨겁다. 정국을 달구는 첫 번째 이슈는 단연 천암함이다. 원인 모를 천안함 침몰 후 '전쟁과 평화'를 놓고 국론은 두 동강이 났다. 톨스토이의 소설에 대한 격조 있는 논쟁이라면 어쩌면 국격 있다 할 것이지만, 정부가 발표한 삼류가설이 촉발한 논쟁은 국격을 떨어드릴 뿐 아니라 민족의 운명까지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지방선거에 맞춰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카드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전교조 교사 134명에 대한 대량 파면과 해임이다. 전교조의 창립기념일, 5월 28일을 일주일 앞두고 나온 대량 파면이었다. 그 규모만 봐도 가히 학살이라고 할 이번 사태 역시도 새삼 이명박 정부의 국격을 일깨워준다. 파면과 해임의 이유는 정치활동에 의한 정치중립 위반이었다. 그것도 민주노동당 후원이라니 이를 용납하는 것 역시 파쇼정권의 국격에 맞지 않았다.

역시 이번 사건에 비춰 본 글로벌스탠더드는 사뭇 달랐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모범으로 삼고 있는 형님국가 미국은 이미 1974년에 '연방선거운동법'을 개정해 교원 등 공무원들이 정치활동을 폭넓게 허용했다. △정치문제 및 입후보자에 대한 견해표시 △특정당자금의 유인 및 공여 △당활동 참여 △특정당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에 제약이 없다. 캐나다는 선거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특정정당 후보에 대해 지지나 반대는 금하지만(공무원임용 법 33조1항)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정치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보장(동법 33조2항)하고 있다.

영국도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1946년에 제정된 프랑스 '일반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거의 제한하지 않는다. 독일 역시 업무 중 정치활동은 제한하지만 근무시간 외의 정치활동은 보장한다. 가장 제약이 많은 국가는 일본인데 '국가공원법'은 특정정당의 가입과 탈퇴를 위한 조직적 운동, 정치적 목적을 위한 금품수령 등 직무와 관련한 다양한 정치행위를 금하고 있지만, 정당가입 자체는 허용한다.

이러한 나라들에 비해 한국의 정치적 기본권은 매우 취약하다. 그리고 이 점은 공적영역에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에 대한 권력의 지배개입의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교육감선거와 맞물린 기습적인 대량징계는 보수표심 결집을 위해 '反전교조' 구호를 앞세운 한나라당과 보수후보들의 야비한 전략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강조해야 할 점은 교사 등 공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하는 문제이다. 이는 정부의 일시적인 선거개입 전술을 넘어 일상적이고 근본적인 정치권리, 교육이라는 백년대계에 대한 권력지배, 법치와 법의 정신을 무시한 법적용의 문제이기 때문에 선거라는 상황에만 치우쳐 볼 문제가 아니며,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의 문제로서 강조돼야 한다.

왜곡된 '정치적 중립'과 기형적인 법치

헌법 제7조 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적고 있다. 이 조항은 1960년 3.15 부정 선거 이후 그해 6월 15일 헌법 제3차 개정에서 신설된 조항이다. 이는 부당한 정부권력에 대한 반성이다. 즉, '정치적 중립성'의 취지는 권력의 부당한 선거개입 등 관권선거로부터 공정행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의무규정이기 보다는 보호규정이라 봐야한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은 정부의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잘못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것 역시 헌법정신에 부합한다.

법의 도입 취지와 정신에 입각해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 무엇보다 권력의 의지가 아닌 법에 따른 통치가 이뤄져야 국민이 보호될 수 있다는 것이 본래 법치의 의미이다. 그러나 '법과 원칙'을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법치는 기형적이다. 법의 취지와 정신은 내팽개친 채 자구에만 집착한다. 자구의 해석조차도 자의적이다. 법의 취지가 아닌 권력의 의자와 필요에 따라 멋대로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법에 의한 통치가 반드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란 얘기가 나온다. 법의 내용이야 어떻든 일단 법이라 명명된 법은 무조건 존중돼야 한다는 식으로 법의 내용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법의 형식적 강제성만을 강조하게 되면 법은 오히려 더 권위적으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말살시키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법과 원칙'이 바로 이런 경우이며, 실제로 이명박 정권은 형식적 법치조차 무시한 전횡을 일삼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선관위가 전교조의 후원금은 정치자금법을 적용할 수 없는 교사 개인의 자발적인 후원금이거나 차용금이었다고 해석했음에도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기소했으며, 판결도 나지 않았음에도 교과부는 교직을 빼앗는 형벌을 가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행정법원은 일제고사에 대한 학생선택권에 따라 참가하지 않은 7명의 교사를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뿐이 아니다. 같은 날 대법원 역시 '공무원이 집단적으로 국가 정책을 반대하거나 정책 수립·집행을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정치적 주장을 표시하는 복장·물품의 착용을 금지'한 공무원 복무규정이 과도하다고 하여 삭제한 바 있다. 법은 교사 및 공무원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지나침을 명백히 지적한 바 있다. 교육당국이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계속 중징계 탄압을 일삼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통치 방식이 법이고 뭐고 간에 무조건 탄압하고 보자는 수준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20년 간 40명 vs. MB정부 3년 만에 196명

▲추후 예상되는 사립교사(35명)에 대한 징계까지 감안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파면 해임한 교사만 196명에 이른다. 이는 1998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이명박 정권 이전까지 파면 해임된 41명과 한눈에 비교된다. ⓒ연합뉴스
이러한 통치방식은 필연적으로 부정과 편파성을 수반한다. 이명박 정부가 자격논란을 뭉개며 임명한 김도연 전 교과부 장관은 고위간부들이 자신들의 모교와 자녀의 학교에 제 쌈짓돈인 양 정부지원금을 퍼준 사건으로 경질됐다. 교과부는 전교조 가입비율이 높은 학교 학생일수록 언어영역 수능성적이 떨어진다는 황당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코미디 연구용역을 위해 쓴 과외비용이 무려 7000만 원이다.

최근 교과부의 주요 간부는 한나라당에 교육감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른 야당의 무상급식정책에 대한 대응문건을 전달하기도 했다. 사실상 교육정책 연구는 내팽개친 채 여당과 야당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모의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 돈으로 가족 동반 해외여행을 다녀온 교사에게 경징계를, 교장·교감에겐 경고만 한 바 있고,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2000만 원 벌금형까지 받은 교사에게도 정직 처분만 내린 바 있다. 10억여 원을 불법으로 학교회계에서 납부한 대영학원, 영훈학원에 대해서는 징계는커녕 떡하니 국제중학교 선정을 받도록 해줬다. 이 뿐인가. 한나라당 등 보수정당에 가입하거나 금품을 후원한 교원 등 고위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징계는 고사하고 조사조차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전교조 탄압은 규모도 남달랐다. 2008년 12월 전교조 소속 교사 13명을 일제고사 실시 일에 체험학습을 안내하고 허용했다는 이유로 해임 파면 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마침내 2010년 1월에 교과부는 시국선언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전교조 교사 14명을 또 해임하고 41명을 정직시켰다. 그리고 지난 19일에는 민주노동당 후원을 트집 잡아 무려 134명의 공립교사를 무더기로 파면 해임했다. 추후 예상되는 사립교사(35명)에 대한 징계까지 감안한다면 이명박 정부가 파면 해임한 교사만 196명에 이른다. 이는 1998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이명박 정권 이전까지 파면 해임된 41명과 한눈에 비교된다. "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이명박 장로다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반 전교조'가 대단한 교육정책이라도 되나?

'反전교조'라는 문구를 대형선거 현수막에 내건 현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며 무슨 국격을 말하고 어떤 교육을 걱정하는가? 5000원 정당 후원금은 교직을 빼앗길 만큼 중죄이고 "100만 원 정도는 뇌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부패 교육감 공정택이 주창한 '反전교조' 구호는 대단한 교육정책이라도 되는가? 교육과 공무에 관여한다는 이유로 개인적인 정치적 기본권은 박탈당해도 되는가? 공무원의 정치중립은 보장해야 하는 권리인가? 정부지시에 무조건 따르라는 의무인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이명박 정권의 대답은 간단하다. 교원을 자르건 말건 그건 법에 의해 부여받은 정부의 권한이며, '법과 원칙'이다.

무더기 파면 해임이 발표된 다음날인 24일 고등학생 서넛이 버스정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중딩 때 담탱도 짤린데."
"아~우, XX. 내가 투표권만 있어도 000 같은 XX는 안 뽑았을 텐데."

반쯤 은어이고 반은 욕설이지만 왜곡된 현실에 찌들지 않은 건강함이 묻어난다. 짐작컨대 중학교 담임선생님이 이번에 해직된다는 것, 그 일에 대한 짜증을 투표 잘못한 어른들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교조 교사 대량 파면 해임 사태가 던지는 고민에 대한 학생들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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