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중 FTA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던 한국이 적극적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지난달 28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 산관학 타당성 공동연구 종료와 함께 양해각서(MOU)가 교환되었다. 앞으로도 협상과정에서 민감 분야에 대한 상호이해, 대내적인 의견 조율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산관학 공동연구 종료는 한·중 FTA 추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한·중 FTA논의는 2004년 11월 민간 공동연구 합의 이후 이미 5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중국의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과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주관 아래 2005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공동연구보고서를 발표하였다. 2006년 11월에 개최된 한·중 통상장관회담에서 산관학 공동연구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하고, 2007년 3월부터 2008년 6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공동연구를 추진하였고, 2년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산관학 공동연구가 종료되었다.
국내에는 한·중 FTA가 추진될 경우 한국의 농업이나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FTA를 추진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중 FTA는 공격적 이유와 방어적 이유를 모두 가지고 있다. 중국 시장의 개방을 촉진함으로써 우리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국으로부터 중국 시장을 방어하는 것이다.
첫째, 한·중 FTA는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높은 관세와 비관세조치를 이용해 시장을 보호하고 있다. 특히 소비재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중국의 소비재의 평균 수입관세율은 15%를 넘어선다. 특히 한국산을 대상으로 한 수입에 있어서는 평균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중간재가 78%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을 수출기지로 활용하여 왔던 한·중 간 분업구조가 중요한 원인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높은 관세와 비관세장벽도 그 원인 중 하나이다. 중국은 내수시장을 육성함으로써 중장기 성장기반을 마련하려 한다. 수입을 확대함으로써 무역불균형도 해소하려 한다. 수출용 중간재 위주의 대중국 수출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FTA는 향후 대중국 수출을 급성장하는 중국 내수용 자본재, 중간재, 소비재로 다변화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둘째,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비즈니스 여건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도 FTA는 유효한 방안이 될 것이다. FTA 추진에 있어 관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경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에 대한 협상이었다. 중국의 내수시장이 중요한 만큼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투자할 때 내국인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상품이외에 서비스와 투자를 포함한 포괄적 FTA를 체결할 경우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여건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투자부문에 투자 보호ㆍ투명성ㆍ효과적 분쟁해결 절차 등을 반영할 경우 대중국 투자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중국의 서비스시장을 개방할 수 있다면 경쟁국에 앞서 중국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방어적 입장에서는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중국과의 FTA 체결이 필요하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을 계기로 FTA 친화적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인접국가와의 FTA를 통해 자국 중심의 지역주의를 형성하고자 한다. 중국은 금년 1월 1일부터 아세안 국가와는 무관세화를 실시하고 있으며, 홍콩과의 CEPA에 이어 대만과 '경제협력 기본협정(ECFA)'을 추진함으로써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 중화경제공동체를 형성해 가려하고 있다. 중ㆍ대만 ECFA가 체결되면 중국시장에서 대만과 수출구조가 유사한 한국 입장에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대만은 기계, 석유화학, 전자, 자동차, 방직 등 5개 산업 500개 품목의 조기자유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 밖에 투자나 서비스 분야에서도 대만기업이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 시장에 대한 방어가 긴요한 상황이며, 한·중 FTA가 바로 그 기반이 될 것이다.
넷째, 한·중 FTA의 추진으로 동아시아 경제통합이나 여타 FTA의 추진과정에서 우리의 전략적 협상력(leverage)이 제고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동아시아 경제통합이라는 장기적 목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경제위기를 계기로 동북아 각국은 내수시장의 성장을 포함한 안정적 수요기반의 확대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국과 중국에게 큰 수출시장을 제공했던 미국의 소비시장이 위기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중·일 등 동북아의 주요 산업국들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의 침체를 대체할 새로운 안정적 시장의 창출이 필요하다. 급성장하는 동아시아에 통합된 공동시장이 형성된다면 역내 기업들에게 더욱 안정적 수요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한·중 FTA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형성이라는 장기적 목표로 항해 나아가는 첫걸음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기 체결된 아세안과의 FTA에 더해 중국과의 FTA를 체결할 경우 동아시아 FTA 허브 국가로서 역내 경제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일본과의 FTA는 물론 한·중·일 FTA 추진에 있어서도 한국이 주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한·중 FTA에 대한 많은 논의와 연구를 진행하여 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한·중 FTA의 극대화하고 피해는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 것은 매우 적었다. 이제 한·중 FTA는 대내외적 협상 단계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중국의 입장에서도 한·중 FTA는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주변국 우선, 중국과의 상호 보완적 협력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가와의 우선적 FTA 추진이라는 원칙과도 부합한다. 또한 중국의 FTA 추진에 있어서도 4대 교역국가(미국, 일본, EU, 한국) 중 하나인 한국과의 FTA는 매우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중국의 이러한 입장을 활용한다면 한·중 FTA에 따른 국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협상 결과도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대내적으로는 한·중 FTA 추진에 대한 대국민 협상과 더불어 FTA로 영향을 크게 받는 분야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시킬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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