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중앙일보> 29일자에 실린 인터뷰에서 "재벌이 잘 돼야 경제가 잘 된다"며 "기업이 잘 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노동부 장관의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재벌이 잘 돼야 경제가 잘 된다"
과거 노동인권변호사로 활동했고 초선의원 시절이던 13대 국회 당시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국회 노동위원회 3총사로 이름을 날렸던 이력에 비춰보면, 이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크나큰 인식의 전환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상수 장관은 지난 1996년 국회에서 "우리 경제의 저효율 구조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에서 비롯됐다"며 재벌에 대개 날을 세웠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서는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며 "그때는 가치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조화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잘 하는데…"
재벌에 대한 인식 전환은 노조에 대한 인식까지 바꿔버린 듯했다. 이 장관은 "노동운동도 안정돼 갈 것이다. 시대 흐름이 그렇게 간다"며 "한국노총이 그렇게 가고, 민주노총도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노총은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다. 참여해 협력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투쟁의 외길만 간다. 민주노총에 대해 정부나 국민이 잘한다고 칭찬한 적이 있는가. 없다. 흐름을 보고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장관 취임 이후 민주노총에 대한 가장 강도 높은 비판이다. 이에는 최근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 불참을 선언하는 등 노사정 대화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데 대한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장관은 지난 4월 한국노총과 코트라(KOTRA) 간의 외자유치 협력 약정식에 참여해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향해서는 "높은 뜻과 깊은 철학이 있는 우리나라의 훌륭한 지도자 중 한 사람"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요컨대 이 장관은 양대노총과의 관계에서 전형적인 투 트랙(Two Tracks)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상수 장관은 그간 노동외교가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앞으로는 노동외교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 시작으로 오는 6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를 꼽았다.
이 장관은 지난 3월 ILO의 '결사의 자유 위원회(CFA)'가 우리 정부에 5급 이상 공무원에게도 노조 가입을 허용하라고 권고한 것에 대해 "ILO 총회 때 내가 연설하는데 그때 정면으로 얘기하겠다"며 "이젠 노동외교를 적극적으로 펴야 하고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년 폐지돼야"…"합리적 차별과 해고 막아선 안 된다"
이밖에 이상수 장관은 고용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정년연장 등을 통해 고령자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대신 나이가 아니라 능력에 따라 노동자가 평가돼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장관은 고령자 일자리 문제에 대해 "점차 정년을 연장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정년제를 없애야 한다"며 "앞으로는 '나이가 많으니 그만두라'가 아니라 '능력이 없으니 그만두라'는 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합리적인 차별과 해고는 막아서는 안 된다"며 "비합리적인 차별을 얘기해야지 합리적인 것까지 논쟁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양대노총, 엇갈린 반응
한편 이상수 장관의 이번 발언에 대해 민주노총 이수봉 대변인은 "신자유주의적 철학을 갖고 있는 장관에게 칭찬을 듣는 노동운동은 모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열린우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왜 이렇게 죽을 쓰는지를 이번 장관 발언을 통해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장관으로부터 칭찬을 들은 한국노총은 이 장관 발언에 대해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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