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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심판' 바닥 민심, '천안함 북풍'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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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심판' 바닥 민심, '천안함 북풍' 뚫었다

지방권력 대이동…MB 독주, 전국에서 브레이크

언론과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대이변이 벌어졌다. 4년 전 한나라당이 '싹쓸이' 했던 지방권력은 6.2 지방선거를 통해 야권으로 대이동했다.

95년 이래 4차례 치러진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허니문 기간'에 치러진 98년 6.4 지방선거를 빼면 대대로 민심은 정권에 호된 회초리를 들었다. 그렇게 자리 잡은 '지방선거=정권 심판' 공식이 6.2 지방선거에서도 또 한 번 확인됐다.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던 '정권 심판론'이 북풍을 뚫고 분출했다.

낙승을 의심치 않았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가까스로 방어전에 성공했으나 인천에서 송영길 후보에게 일격을 당했다. 한나라당 수도권 기초단체장 성적표는 더욱 처참하다. 총 66곳 가운데 15곳의 당선자를 내는데 그쳤다. 서울 25곳 중에선 21곳에서 패했다.

전국적으로도 정권심판론이 폭발했다. 충남·북·대전 등 중부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단 한 곳도 얻지 못했다. 전통적 '보수 벨트'인 강원도도 이명박 정부의 심판 대열에 섰다. 대구·경북·부산·울산 등 영남 4곳을 지켜냈지만, 경남에서 친노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파란을 일으켰다.

영남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무소속 후보들이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대거 당선되기도 했다. 특히 달성군수 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선거기간 내내 상주하며 한나라당 이석원 후보를 지원했으나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선거의 여왕'까지 녹다운시킨 '텃밭의 반란'이다.

ⓒ연합

'표의 심판', 무서웠다

선거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하다. 선거를 두 달 앞두고 터진 천안함 침몰 사건은 지방선거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천안함 사건이 '북풍'으로 둔갑하는 순간부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더티 플레이'가 시작됐다. 정부는 선거 막판까지 천안함 관련 사건을 쏟아냈고, 여당 지도부와 후보들은 이를 색깔론 소재로 써먹었다. 전교조 마녀사냥도 도를 넘었다.

지나친 북풍몰이는 역풍으로 돌아왔다. 야권의 '안보 실패론' 공세와 아울러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는 "북풍몰이가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니냐"는 여론이 싹텄다. 중진 의원인 이윤성 의원의 "천안함 사건이 인천에서 발생해 다행"이라는 헛발질이 기름을 부었다. 이렇게 쌓인 북풍 피로도는 정권심판론이 분출하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부메랑이 됐다.

50% 안팎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민주당 지지율보다 15~20%포인트 가량 늘 높았던 한나라당의 지지율 등 겉보기에 유리한 선거 환경도 바닥 민심과의 심한 온도차를 드러내며 허상으로 확인됐다. 2008년 촛불 사태, 2009년 용산 참사와 방송장악 논란,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2010년 세종시 수정 및 4대강 사업 밀어붙이기 등 이명박 정부의 지난 2년 반 동안 발생한 초대형 사건들을 거치며 켜켜이 쌓인 불만이 결국 '표의 심판'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같은 민심은 선거 종반 들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4대강, 무상급식, 세종시 수정 찬반론 등이 재부상하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부자 감세, 청년 실업 등 경제적 불안요인도 적지 않았다. 선거 사흘 전 발표된 여론조사에는 정권심판론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65%로 나타나기도 했다.

격변의 소용돌이로

역대 지방선거는 정권을 흔들었다. 95년 6.27 지방선거는 김영삼 정부에 심각한 내상을 안긴 반면, 승리한 DJ는 그해 9월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고 정계에 복귀해 2년 뒤 대통령이 됐다. 2002년 6.13 지방선거는 DJ 아들들의 소위 '3홍 비리'에 정치적 쐐기를 박고 김대중 정부를 도덕적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2006년 5.31 지방선거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몰락의 신호탄이었다.

이같은 교훈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 직전, 지방선거 이후의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어 놨다. 국무회의에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더욱 국정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며 "각 부처별로 어떻게 국정성과를 낼 것인지 미리미리 준비하고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도 선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6.2 대이변'으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은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역점 과제인 4대강 사업도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4대강 반대를 내건 광역과 기초단체장들이 전국에서 당선된 만큼 청와대는 궤도수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도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준 대표는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선거에 기여도가 전혀 없었던 박근혜 전 대표도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렵다.

반면 지방선거 민심은 야권에게는 활로를 크게 열어줬다. 협상 과정에서의 난항에도 불구하고 중앙과 지역 쌍방향으로 진행된 야권연대는 혁혁한 성과를 냈다. "뭉치면 산다"는 명제를 충분히 입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야권 재편 논의는 새로운 수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리더십 교체도 주목할 대목. 정세균-정동영-손학규 등 기존의 리더십을 뚫고 송영길, 안희정, 이광재 등 '40대 신예'들이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하지만 야당의 승리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의 측면이 강해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흐름이 향후에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당장 오는 7월 재보선이 예정돼 있다. 정치권의 파장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전후해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6.2 민심'을 수렴해 그동안의 독선적 국정운영에서 탈피하느냐, 야권이 '민심의 선물'에 호응하는 질서를 창조해 내느냐에 따라 2012년 총선과 대선의 풍향까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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