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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을 거부하는 용감한 실험, '초록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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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개발'을 거부하는 용감한 실험, '초록후보'들

'생활밀착형 환경정치' 뿌리내릴 수 있을까?

5.31 지방선거에서도 역시 '개발' 바람이 거세다. 충청권의 어느 후보가 내놓았던 '서해안부터 중국까지 해저터널 건설' 같은 황당한 공약이야 정치면보다 사회면을 장식했지만 당선권의 주요 후보들도 앞 다퉈 대규모 토목사업을 통한 개발공약들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의 사정도 별 다르지 않다. 주요후보들은 '개발'을, 강남북 격차해소를 위한 첫 방안으로 꼽고 있다.

'친환경 후보'를 자임하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현재 26곳인 뉴타운 사업을 50곳으로 늘려 강북 상권을 부활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 역시 "강북을 되살리기 위해 용산 일대 612만 평을 재개발해 아파트 16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 26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2006지방선거시민연대가 16개 광약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내놓은 총 997개 공약 중 무려 55.3%에 달하는 551건이 개발공약이라며 '막개발'을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동네 뉴타운 전면 재검토"…'용감한 공약' 들고 나온 후보들

그러나 '더 이상 개발로는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 '초록정치'를 내걸고 나선 '무모한(?)' 후보들도 눈에 띈다. 초록정치연대, 군포 풀뿌리정치연대를 비롯한 8개 지역정치 단체가 참여한 '풀뿌리·초록정치 네트워크-531 공동행동'은 무소속으로 전국 각지에 21명의 후보를 냈다. 이들은 시민사회운동 기반의 '초록정치'를 실현하고자 하며 향후 한국의 '녹색당'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들과는 별개로 민주노동당 일부 후보들도 공약을 통해 '초록'의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개발방식 대신 지역 현안들에 대해 친환경적이며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새로운 방식의 선거 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이번 지방선거에 나타난 '정치 실험'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그 중 두 후보를 만나봤다. 서울 도봉구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초록정치연대 이창림 후보(무소속)와 서울광역시의회 성동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최병천 후보. 이들은 지역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개발의 경연장'이 되다시피 하고 있는 서울 강북에서 '우리동네 뉴타운 전면 재검토, 건물 신축 자제' 등 얼핏 보면 거꾸로 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슬로건으로 내걸고 현실의 벽에 도전하고 있다.

주변에서조차 "물정 모르는 짓을 하고 있다"는 핀잔을 듣고 있는 두 후보지만 이들은 "직접 만나보는 주민들의 반응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만났다면 서로 무슨 얘기가 오갈까? 다음은 기자가 두 후보와 각각 인터뷰한 내용을 두 후보의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한 가상 대담이다.

"지역주민들이 개발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은 선입견"

최병천: 내가 출마한 성동구는 강북 뉴타운 사업의 중심지역으로 현재 왕십리뉴타운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말이 좋아 뉴타운이지 지역주민의 입주 비율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세입자나 자산이 부족한 원주민을 위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뉴타운 정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이창림: 개발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보지 않고, 많은 후보들이 환경보호 공약과 개발 공약을 동시에 내걸고 있는데 이건 정말 모순이다. 사실 선입견과 달리 지역주민들은 환경에 더 관심이 많다. 내가 출마하는 도봉구의 초안산에는 몇 년 전 골프연습장을 건설하려 했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최병천: 밀어붙이기 식 개발이 정말로 지역주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건설업자와 외지인 투자자를 위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성동구 대현산 공원에서도 밀어붙이기 식으로 국제 규모의 유료 축구장 건설이 추진 중이다. 그런데 이 공원은 만들어진 지 2년밖에 안됐고 또 주거지역 한 복판에 있어 그야말로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 구에서는 지역주민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축구장 건설을 집행하려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진행하는 개발공사 가운데 이런 경우는 부지기수다.
▲ 최병천 후보의 유세 차량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 '초록'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인조잔디를 깔았다.

이창림: 요즘 아이들의 건강문제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데 따져보면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탓이 크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낮은 아파트가 밀집한 창동에는 어린 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이 많은데 이들은 아토피센터 설치, 학교급식조례 제정 같은 공약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병천: 2000개가 넘는 공장이 밀집해있는 성동구도 대기질이 워낙 나쁘기 때문에 아토피센터에 대한 호응이 높다. 주민들이 절박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지역을 돌아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이창림: 서울 어디가 안 그렇겠냐만 도봉구도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미세먼지가 많다고 알려진 도봉구에서 오염저감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맑은공기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내 목표다.

최병천: 개발 공약은 잘 추진하면서, 정작 필요한 공약에는 심드렁하니까 주민들은 화려한 복지공약들은 전부 '헛공약'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은 어린이도서관 짓기를 주요한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지금 하나도 실행되고 있는 게 없다. 이런 식이면 공약 자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창림: 나도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 공약을 갖고 있는데 주민들과의 수차례 '미니포럼'을 통해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도 유세 중에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공약을 외치다보니 "아이들이 '엄마 이 아저씨 꼭 찍어!'라고 말하니까 한 표 던지겠다"고 말씀하시는 엄마들도 많다.

최병천: 광역의원에 입후보 한 데에다가 성동구는 지역이 넓어서 유세차량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렇게 하는 대신 차량에 인조잔디를 깔고 돌아다니니 주민들이 신선하게 본다. 아이들이 차량에 올라타기도 하며 놀이터에 온 것 같이 놀다 간다.

주민들에게 인사하면, "최병천은 시원하고 기분좋고 유쾌하다"고 말씀해주신다. 초반 인지도가 50%를 넘겼던 것도 색다른 유세의 효과가 아닌가 한다.
▲ 이창림 후보의 '풀잎차 만들기'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는 지역주민의 모습.

이창림: 우리는 '풀잎차 만들기' 퍼포먼스를 시도했다. 종이로 만든 풀잎에 주민들과 아이들이 바라는 것이나 하고 싶은 말을 써서 내 차에 붙여 녹색풀잎으로 뒤덮인 차를 만드는 건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후보와 유권자 간의 또 하나의 소통구조를 만드는 방법이다.

저녁에는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야외에서 음악과 함께 동영상으로 이창림이란 후보를 소개하기도 한다. 쿵쾅 거리는 로고송 보다 사진 같은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다.

최병천: 신선하다, 새롭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는데 사실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양당 위주의 정치구조 속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기 보다는 당을 보고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창림: 나는 선거자금이 부족한 것이 큰 어려운 점 중 하나다. 무소속이라 더 그렇다. 민노당도 어렵겠지만 나는 때때론 민노당 후보들이 부럽기도 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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