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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 비빔밥·떡볶이로는 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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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 비빔밥·떡볶이로는 곤란해!

[판다곰의 음식 여행·27] 한식이 세계화되어야 한다고?

한식 세계화가 과제라는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다. 서구에서 이름난 프랑스 음식과 이탈리아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오래전부터 세계적 음식인 중국 음식이나 건강식으로 인기를 얻는 일본 음식도 거의 세계화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기는 보트피플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보급된 월남 음식도 그렇고, 관광객을 그러모은 태국 음식도 우리보다는 처지가 훨씬 좋은 것 같다.

사실 이제는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 교포들이 운영하는 한식집이 있으며, 현지인이 하는 어설픈 한식집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국 음식점의 분포와 수효를 본다면 한식이 세계화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싶다.

하지만 그 내용을 알고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외국에 있는 한국 음식점의 손님들 대부분은 현지에서 사는 한국인이거나 한국 관광객이 차지한다. 곧, 한국 음식점이 주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소라는 뜻이다. 그러니 외국인도 먹을 수 있고 함께 즐기는 한국 음식점이 바로 한식 세계화의 모토인 셈이다.

한식을 세계화해야 하는 이유

그러면 우리는 왜 한식 세계화를 외치는가? 우리 음식을 우리만 먹으면 그뿐이지 외국인들에게도 이를 먹여야 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가?

예로부터 손님 접대는 자신이 먹는 음식으로 했다. 그것이 동일 문화권일 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문화권이 다를 때에는 다르다. 예컨대 티베트에서는 야크 젖으로 만든 버터를 차에 녹여 대접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고역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잘 먹으면 친밀도는 급상승하게 된다. 많은 원시 부족에게서도 이런 경향이 발견된다. 자신이 즐기는 음식을 자신들처럼 잘 먹으면 동류로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력이 같지 않을 때에는 접대에서 이런 원칙도 무시되어 가급적이면 손님이 원하는 것을 대접하려 한다. 이를테면 조선에 온 중국 사신을 대접할 때에는 가급적 중국 사신이 좋아할 고기 위주의 음식으로 식단을 마련했다. 중국식 음식까지는 몰라도 우리 음식 가운데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일부러 차려낸 것이다. 구한말에 서구 열강의 사람들과 접촉할 때에도 그들의 입맛에 맞는 서양식 메뉴를 제공한 노력이 보인다. 물론 우리 식과 절충한 것이어서 완전한 서양식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그들의 취향으로 대접하려 노력한 것이다.

어쨌거나 내가 즐겨 먹는 것을 남들도 즐겨 먹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더군다나 풍습이 다른 이들이 맛있게 먹는다면 뿌듯한 자부심도 들고 동질감도 느끼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음식이라는 것이 문화이기도 하기에, 남들이 우리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인정한다는 뜻도 된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런 이해가 꼭 필요하다. 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오른 것을 예로 들면, 서구인들 처지에서는 자신들이 만든 축구라는 경기에서 이방인이었던 아시아의 한국이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위치에 있음을 인정하는 일이며, 축구라는 그들의 세계에서 일원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 음식을 외국 사람들이 즐긴다는 것은 뿌듯함을 넘어 우리를 인정하고 우리 문화를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것이 한식을 외국 사람들이 먹어줬으면 하는 궁극적인 이유일 테다.

이런 이유 말고도 한식이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돋움했으면 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을 듯하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외국 사람들이 우리 음식을 즐긴다는 것은 식자재 수출로 말미암은 경제적 효과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외국에 있는 한국 음식점에서 요리사를 구할 수도 있으니 국외 취업의 기회도 늘어나게 된다. 마치 일본의 스시가 선진국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듯, 한식이 훌륭한 고급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면 국가 이미지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참신성과 보수성의 줄다리기

그렇지만 음식이란 굉장히 미묘한 것이다. 우리만이 우리네 음식을 즐기고 이를 먹지 못하면 미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아니다. 다른 모든 사람도 자신이 먹던 것을 가장 최고로 치고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호기심이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 자신이 어릴 적부터 먹던 음식에 대한 원초적인 그리움을 품고 있다.

음식 세계화에 성공한 중국인도 외국에 나가면 자신이 집에서 먹던 음식들을 그리워하고, 프랑스인도 늘 먹던 치즈와 빵을 그리워한다. 심지어 음식 문화에서는 패스트푸드로 싸구려 취급을 받는 미국 사람의 입맛도 햄버거와 콜라, 피자에 목말라한다. 그런 것들을 먹지 못하면 아쉬워하고, 그 음식을 대할 때는 마치 자신의 고향을 찾은 듯한 안도감을 느낀다.

반면, 일상의 지겨움을 떠나 색다른 것을 맛보고자 하는 마음도 동시에 존재한다. 따분한 일상을 날려주기에는, 단순히 새 옷을 입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보다는 평소에 즐기지 않던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이 오히려 좋다. 혀끝이 주는 새로움으로, 느슨한 일상을 탈출해 이국의 새로움을 느끼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모험을 맛보며 새로운 활력이 솟아난다.

한식 세계화에서 가장 큰 동인이 되는 것은 한국이라는 미지의 나라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이다. 한국이 선망의 대상이면 한국 음식의 맛도 새로울 테고, 한국의 맛이 훌륭하다면 한국이라는 나라도 멋져 보일 것이다.

한식 세계화는 이 묘한 두 가지 상이한 요소 속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보수성을 파고들어 그들이 느끼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가야 하며, 그런 가운데 새롭고 신선하며 흥분할 만한 그 무엇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새로운 그 무엇의 아이콘이어야 하고, 한식은 그것을 상징하는 새로운 맛이어야 한다.

새로운 한식은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적극적인 유도와 보상이 있어야만 다른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려면 한식이 지난 맛의 특성은 무엇이고 재료의 우월성은 무엇이며 식감은 어떤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해야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기본 맛으로 전략을 세워라

우선 맛으로 따지자면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이 일반적인 다섯 가지 맛이다. 이 가운데 단맛, 신맛, 짠맛은 인간에게는 공통된 입맛이고 신맛과 쓴맛은 기호에 따라 좋아하기도 싫어하기도 하는 부수적인 맛이다.

이것 말고도 다른 맛이 있다. 육식의 아미노산에서 나는 달콤하고 비릿한 맛이다. 이 입맛을 정형화하여 인식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인간에게는 단백질의 수요를 채우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었으니 사실 무척 오래된 맛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 맛을 인공적인 방법으로 추출한 것이 L-글루타민산나트륨, 흔히 말하는 MSG의 주성분이다.

우선 짠맛은 가장 기본적이고 공통적이지만 지역차도 많이 나는 맛이다. 더운 열대에서는 땀을 많이 흘려 생리적인 염분 수요량도 크고 보관의 문제도 있기에 추운 지역보다 훨씬 짜게 먹는다. 그리고 짠맛은 중독성이 강하므로 소금의 공급에 문제가 없는 한 더욱 짜게 먹으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산업화가 진행되고 더 잘사는 지역일수록 음식을 짜게 먹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일상생활이 바빠 패스트푸드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더욱 짜게 먹는다. 패스트푸드의 중독성에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이 바로 이 짠맛이기 때문이다.

짠맛이 워낙 기본적인 맛이라 별것도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부분 사람은 이 짠맛의 정도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며 음식 맛의 기준으로 간의 적절함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생소한 음식을 가지고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음식의 간을 현지 음식의 표준 염도에 맞춰야 함이 기본이다.

단맛은 짠맛보다는 그 엄밀함이 비교적 떨어진다. 전통 사회에서는 그 수용 범위도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설탕 산업이 발전해 설탕의 값이 내려감에 따라 지역별 개인별 격차가 늘어나게 되었다. 때에 따라서는 아주 단 것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멀리하기도 한다. 이런 점으로 보아 단맛은 그 강도보다는 다른 맛과의 조화가 우선된다. 아무튼 설탕의 과잉 섭취로 건강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므로 가급적이면 단맛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신맛은 굉장히 보편적인 맛이다. 식초는 과일이나 곡식으로 빚은 술이 자연적으로 초산발효가 되어 널리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거의 전 세계에서 별다른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맛이다. 하지만 신맛은 음식의 주된 맛으로 쓰이기보다는 짠맛이나 단맛과 어울려 부수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쓴맛은 차나 커피 같은 기호품으로 쓰긴 했지만 음식의 본맛으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쓴맛 자체가 식물의 보호 작용으로 탄생한 맛이어서 그렇거니와 사람에게 거부감을 일으키게 하는 요소도 있어서 그러하다. 쓴맛이 나는 것은 흔히 독을 포함한 것으로 인식되기에 사람들은 쓴맛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국 음식은 특이하게 이 쓴맛을 적절하게 이용하는데, 달래나 씀바귀, 도토리묵과 고들빼기김치가 그렇다. 도토리와 고들빼기는 쓴맛을 우려내고 중화하여 이용하는데, 적당한 정도의 쓴맛은 오히려 식욕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음식에서 쓴맛을 내는 것은 금기 사항에 속한다.

다양한 강점과 가능성이 있는 우리 매운맛

매운맛은 지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즐기는 맛이다. 우리 음식은 매운맛이 특징이라 하지만 사실 멕시코나 중국의 사천요리에 비하면 그다지 맵지 않은 편이다. 매운맛은 충격적인 통각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힘들어하지만 그만큼 중독성도 강하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며 매운맛을 본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강한 자극을 즐겨 찾게 된다. 멕시코 음식의 강한 매운맛은 전파하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타바스코소스에 힘입어 많은 사람이 즐기게 되었다.

우리의 매운맛은 나름대로 강점이 있다. 먼저 매운맛의 대표인 김치도 단순히 매운 것만이 아니다. 한국의 고추가 멕시코와는 달리 단맛이 강한 종자를 우선시하기도 하지만 김치에는 젓국이 들어가, 설탕의 단맛과는 다른 동물성 아미노산의 단맛이 어우러져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김치는 익으면서 젖산균에 의해 발효되어 신맛이 난다. 신맛과 단맛이 매운맛과 묘하게 어우러진 것이 김치의 맛이다. 김치가 세계화될 수 있는 이유는 그 맛이 단순한 매운맛이 아니라 복합적인 맛이 가져다주는 상큼한 맛이기 때문이다.

고추장의 매운맛도 이에 못지않다. 매운맛을 내는 고추 이외에 찹쌀이나 보리와 같은 곡물을 떡으로 만들고 엿기름으로 당화시켜 단맛이 난다. 또한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가루로 넣기 때문에 아미노산의 구수한 맛도 지녔다.

이렇게 복합적인 좋은 맛을 내지만 고추장에도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점성이 강해서 소스로 쓰기에는 적합지 않다. 고추장의 세계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점은 고추장의 형태를 개선하는 일이다. 식초, 간장, 허브 등을 첨가한 형태로 샐러드드레싱으로 개발할 수도 있으며, 매운맛의 정도를 다양하게 하거나 짠맛의 강도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퓨전 형태의 고추장은 경쟁력이 있다.

또한 메주의 맛은 고추장에 결정적이지만 메주의 냄새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낯설다. 이를 개선하려면 메주의 냄새를 탈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멕시코의 소스는 집집이 요리하는 사람마다 수천 가지지만, 그것을 타바스코소스로 표준화해내는 것이 멕시코 음식 세계화의 첫걸음이었다. 고추장도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회 전략이 필요하다.

떡볶이가 고추장 바른 고무라고?

한식 세계화를 논할 때 부딪히는 문제가 자국의 입맛을 위주로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이다. 흔한 예로, 햄버거가 크게 유행하면서 비빔밥이 한국식 패스트푸드의 후보로 떠오른 적이 있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메뉴에, 고기와 나물이 어우러진 비빔밥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빔밥은 전형적인 슬로푸드다.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는 데에 온갖 정성을 쏟지 않는다면 그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패스트푸드로 개발한 비빔밥은 그 맛을 지닐 수 없다.

또한 비빔밥은 차려놓았을 때에는 보기에 좋지만 비비고 나면 호감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밥의 식감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근하지만 빵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낯설다. 특히 우리가 좋아하는 차진 밥은 외국 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식감을 주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비빔밥을 세계화할 수 있다.

우리는 음식을 씹을 때의 식감을 별로 의식하지 못하거나 곧잘 무시하는 편이지만 이 식감은 무척 중요하다. 우리가 밥을 먹을 때 고두밥이냐 진밥이냐에 상당히 민감한 것과 같다.

떡을 예로 들어보자. 떡은 맛에서 큰 편향이 없이 무난하며 쌀이 새로운 건강식으로 주목받기에, 한식 세계화에 가장 유망한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떡볶이는 당장에라도 세계화가 가능할 만큼 유망하다고 손꼽는다. 그렇지만 우리가 차진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꼭 좋아하라는 법은 없다.

우리 음식을 보면 차진 것을 상당히 즐기는 편이다. 멥쌀보다는 찹쌀을 좋아하고 멥쌀이라도 가능한 차진 종을 좋아해 자포니카종을 심는다(사실 세계적으로는 우리가 싫어하는 푸슬푸슬한 인디카종이 훨씬 많이 생산된다). 옥수수도 찰옥수수를 좋아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씹는 맛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덜 차진 멥쌀로 떡을 만들더라도 떡메로 쳐서 쫄깃쫄깃하게 만든다. 가래떡이나 절편 같은 것은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외국 사람도 이 질감을 좋아하느냐 하면 꼭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효모로 팽창시킨 빵을 주식으로 하는 지역에서는 이 가래떡의 질감을 '고무 씹는 것 같다'고 표현한다. 지금의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가 세계화되기에는 그 식감이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의 콩과 팥, 견과류를 이용한 다양한 떡이 세계적으로 잠재적인 경쟁력이 있지만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떡의 질감을 완화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식감 취향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 음식의 차와 포를 떼자

또 하나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음식의 냄새다. 냄새는 인간에게는 많이 약화된 능력이기는 하지만 뇌의 원초적인 감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기에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나는 음식은 본능적으로 피하게 된다.

우리 음식에서 냄새가 문제가 되는 것은 파와 마늘, 젓갈, 된장 정도다. 파와 마늘이야 본디 재료 자체의 냄새가 심한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된장과 젓갈 같은 식품은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냄새가 심해진다.

서양의 치즈도 냄새가 심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치즈를 꽤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우리가 즐기는 것은 냄새가 비교적 심하지 않은 일반적인 치즈거나 가공 치즈다.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냄새가 심한 치즈는 아직도 접근하기 쉽지 않다.

우리에게 치즈 냄새가 그렇듯 서구인들에게도 된장의 냄새는 참기 힘들다. 동아시아의 한국, 일본, 중국 모두 이 콩된장이 있지만 아직은 어느 나라의 된장도 국제적인 식품의 이름으로 등재하지는 못한 것은 아마 이런 냄새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콩이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이 시점에는 된장 또한 국제화할 수 있는 유망한 식품 가운데 하나다. 냄새 하나로 보면 일본 된장이 가장 앞서 있는 것 같다. 쌀과 함께 발효시킨 일본 된장은 맛도 부드럽고 냄새도 그다지 심하지 않다. 우리 된장도 경쟁력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가공 과정에서 탈취에 더 신경을 쓴다면 우수한 콩 발효 식품으로 세계화할 가능성이 크다.

김치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마늘과 젓갈의 냄새다. 마늘이야 필수품은 아니니 서구인용에서는 제외해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젓갈은 식품 공정에서 탈취가 가능하리라 본다. 우리에게는 김치 냄새가 좋을지 몰라도 처음 김치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기괴한 냄새일 수 있다.

혹자는 말할지 모른다. 한식에서 냄새 나는 것 빼고 식감까지 바꿔 차포를 다 뗀 한식을 한식이라 해야 하느냐고. 하지만 모든 음식은 현지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에 있는 중국 음식점도, 일본 음식점도 전부 현지화를 거쳤다. 서양 음식이라 해도 다를 것 없다. 우리나라 서양식 식당에서 정통 프랑스식, 이탈리아식을 맛보여주는 곳이 몇 곳이나 될까?

일본은 서양 음식뿐만 아니라 한 번도 접하지 못했던 철판 음식 같은 몽골 음식조차도 자기식대로 해석해 외국에 보급하기까지 한다. 미국에서 파는 피자는 이탈리아의 피자와는 다른 종류이고, 햄버거는 함부르크에서도 보기 어렵다.

한식 세계화에 성공하려면 현지 방식대로 다른 입맛의 사람들을 배려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게 차츰 입맛을 들인 사람들이 좀 더 한국적인 것을 찾고 본격적인 것을 추구하는 때까지는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도 치즈 맛을 보다가 조금 더 색다른 치즈 맛을 시도하지 않는가.

ⓒ프레시안(손문상)

판다곰의 추천 음식

전 세계적으로 비만 방지와 건강이 화두가 되는 시점에 한국 음식 가운데 가장 강점이 있는 것은 나물이다. 서양은 샐러드처럼 날로 먹는 간단한 형태밖에 없고 일본은 장아찌 종류 빼고는 특별한 나물이 없다. 중국도 기름에 볶아 먹는 것 말고는 특별한 채소요리를 찾기 어렵다. 한국처럼 다양한 종류의 잎사귀와 줄기, 뿌리를 데치거나 볶거나 아니면 생으로라도 다양하게 양념해 먹는 곳은 거의 없다.

나물의 원재료를 공급하는 것이 문제겠지만, 종자를 보급하고 공장에서 만든 다양한 나물 양념을 보급하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우리의 자랑인 불고기도 양념의 공급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도 공장에서 만든 불고기용 양념이 나와 있긴 하지만 이는 너무 일본화된 것이다. 조선간장의 진간장을 써서 너무 달지 않게 만든 '코리안 바비큐소스'를 공급한다면 한국식 불고기의 세계화 전략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유망한 한국 음식을 하나 더 들자면 보통 신선로라 부르는 열구자탕이 있다. 음식을 담는 그릇이 중국 것이라 하여 황급히 우리 음식을 대표하는 것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열구자탕은 전골의 고급화된 표현으로, 엄연히 우리 음식이다. 궁중 음식이라 만드는 법이 아주 까다롭고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지만 이를 조금 더 단순화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특히 육수로 우려낸 국물 맛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맛이다. 여기에 어우러지는 각종 견과와 두부, 생선전과 편육 같은 것을 표준화한다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세계화의 첫 걸음

한식 세계화에서 자칫 빠지기 쉬운 함정은 문화적 우월주의다. 곧, 우리가 즐기는 것이 이렇게 우수한 음식이니 이를 먹고 우리의 뛰어난 문화를 배우라는 식의 발상이다. 우리가 서양 음식이나 일본 음식을 먹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듯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리 음식을 먹으며 그런 감정을 느끼지는 않는다. 다만 손님에게 우리 것을 권하며 우리와 동감할 수 있는 그런 공감대를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즐긴다면 당연히 한국에 대해 조금은 호감과 친근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문화는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지 강요하고 핍박하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습관과 풍습을 배려하는 것이 한식 세계화의 첫 걸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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