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4대강, 세종시, 새만금…꼭 투표해야 하는 이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4대강, 세종시, 새만금…꼭 투표해야 하는 이유

[이정전 칼럼] 지방자치를 무시하는 '수도권 정부'

6·2 지방선거일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투표율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경우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매우 저조하였다. 선진국의 어떤 나라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벌금을 부과한다고 한다.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는 행위는 벌금을 부과해야할 만큼 사회적으로 나쁜 행위다. 우리나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이제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선거란 다 중요하지만,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 한 표가 중요하다. 선거의 속성상 이번 선거가 사실상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띠고 있고 또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의견을 물어 결판내야 할 굵직한 사안들이 줄지어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권위 있는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종교단체들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대가 심하다는 것은 그 만큼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여권에서는 애서 외면하려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수가 있을까. 무상급식 문제를 둘러싸고도 여권과 야권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서는 여권 내에서도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여권 한 쪽에서는 투표로 국민의 뜻을 물어보자는 말도 나왔다. 도대체 무엇 하나 시원하게 합의된 것이 없으니 국민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좋은 기회다.

돈(재정지출)도 큰 문제다. 4대강 사업에 약 20조 원, 세종시 수정안에 약 20조 원, 여기에 새만금간척사업에 또 20, 30조 원이 추가된다. 어쩌면 새만금간척사업에는 이 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농지 이외의 다른 용도는 절대 허용치 않겠다고 정부가 분명히 여러 차례 공언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만금간척사업의 목적이 농지조성에서 산업단지 조성으로 어느 새 슬그머니 바뀌었는데, 농지를 만들기보다는 산업단지 만드는데 돈이 더 들 것은 뻔하다. 환경오염문제도 더 심해질 것이다. 이렇게 용도가 바뀌었는데도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하여 2000년도의 타당성검토처럼 공개적으로 그리고 큰 규모로 경제성 검토가 있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그러지 않아도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 걱정인데, 수십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문제투성이 사업에 이렇게 마구 틀어넣어도 되는지,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이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가 지방선거이지 중앙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일체 천안함 얘기도 나오지 말아야 하며, 여권은 북풍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 인사들의 선거연설을 들어보면, 북풍 지피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4대강 사업이나 무상급식에 관한 사항은 아예 선거 현수막에 써 넣지도 못하게 금지시키고 있다. 과연 이래도 되는지.

그건 그렇다고 치자. 우리 국민 대부분이 앞으로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과 같이 서울만 잘 사는 세상이 아니라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모두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가지 사업들이 지방자치의 정신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지방에서 주도해야 마땅할 사업들을 중앙정부가 마구 추진하고 있으니 말이다.

4대강 사업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4대강을 이렇게 온통 뒤집어 놓을 일이 아니다. 수질개선과 홍수방지가 4대강 사업의 주된 목적이라고 하지만, 4대강 전 구간이 온통 썩은 것도 아니요 4대강 전 구역에서 홍수가 빈발하는 것도 아니다. 극히 일부 구간에서만 수질오염이 심하며, 극히 일부 구간에서만 강바닥이 썩어 있으며, 극히 일부 구간에서만 홍수가 발생한다. 그나마도 수질오염과 홍수의 대부분이 4대강 본류 밖에서 일어나는 문제다. 그렇다면 왜 그런 국지적 문제에 온 국민의 세금을 퍼부어야 하는지, 이번 선거에서 물어봐야 한다. 일의 순서로 보면, 문제가 있는 지역별로 우선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노력해보고 나서 잘 안 되면 중앙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방자치단체를 싹 제쳐놓고 중앙정부가 마구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아마도 국토해양부는 4대강 본류가 국가하천이므로 중앙정부의 소관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하천 정비 사업은 수계별로, 강 유역별로 추진되어야 옳다. 이명박 정부가 노상 벤치마킹하는 선진국이 그렇게 한다. 선진국에서 중앙정부가 온 나라의 강을 홀까닥 뒤집어놓았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4대강 사업이 미래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물 공급도 수계별로 지방자치단체의 주도로 이루어짐이 원칙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정부 산하기관인 수자원공사가 물 공급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들은 물 공급 문제를 아예 중앙정부에 일임한 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과거 지방자치단체들이 잘 이용하던 상수원들마저 폐쇄되는 형편이다. 진정한 지방자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우리 마을의 물은 우리 마을이 알아서 한다."는 원칙부터 지켜야 한다.

세종시 문제 역시 지방자치의 차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만일 원안대로 행정복합도시를 건설한다면, 세종시 문제는 중앙정부 소관 사항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제안한 수정안대로 기업도시를 만든다면, 세종시 건설은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의 주도로 추진될 문제다. 어떠한 성격의 기업도시를 어떤 규모로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관련 지방자치단체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이다. 다만, 중앙정부는 조용히 뒤에서 도와주면 그 뿐이다. 어느 한 지역에 기업도시를 건설하는데 왜 온 국민의 혈세를 퍼부어야 하는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무상급식 문제 역시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본다. 부자 동네가 있고 가난한 동네가 있으며, 어린애가 많은 동네가 있고 노인이 많은 동네가 있다. 사정이 제각각 다르다. 무상급식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어떤 식으로 무상급식을 할 것인지,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각각 자신의 사정에 따라 알아서 결정할 사항이 아닐까. 선거에 참여하지도 않는 여권 핵심인사들이 포퓰리즘이나 경제원리를 들먹거리면서 무상급식 논의 자체에 찬물을 끼얹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들 대부분이 자신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주관아래 처리할 인적· 물적 능력이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중앙정부가 온갖 일을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 지방자치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주도로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과 자금을 갖추는 방향으로 중앙정부가 적극 도와주어야 한다. 서울사람들만 잘 사는 시대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골고루 잘 사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수도권은 온통 바글바글, 시끌벅적한 반면, 지방은 텅텅 비어있는,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개선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적극적인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저간의 세종시 논쟁에서도 들어났듯이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의 경쟁력만 너무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 이명박 정부는 서울사람들만 잘 살게 만드는 정부라는 비난이 나온다. 과연 수도권의 경쟁력이 중요한지, 전 국토가 골고루 잘 이용됨으로써 모든 지방이 골고루 잘 살게 되는 것이 중요한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표로 심판해야 한다.

▲ 이번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중간 평가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4대강, 세종시, 새만금 등 국가의 미래와 연관된 사업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택을 보여주는 장이 돼야 한다. ⓒ프레시안(허환주)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