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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검문 강화한다는데 어떡하죠?

[김종배의 it] 안보와 치안이 사람 잡겠네

1.

보태지도 빼지도 않은 실화입니다.

대학교 4학년 때의 일입니다. 밤 11시를 갓 넘긴 시간에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역에 들어섰는데 사복형사 두 명이 다가와 주민등록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더군요. 이유를 대기 전에는 못 내놓겠다며 버티기를 5분여, 결국 사복형사가 말하더군요. 며칠 전에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났는데 제 얼굴이 용의자 몽타주와 비슷하다고, 그래서 미행했다고.

2년 후. 직장 야유회를 끝내고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남대문 시장 정류소에서 시청역 지하철로 향하던 중에 불심검문을 당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무려 9번. 남대문에서 시청역까지의 그 짧은 거리에서 대략 1분 30초에 한 번꼴로 전경에 의해 통행이 제지당했습니다. 그 때 시위가 있었는데 행색이 시위 참가자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그 뒤 자진해서 거울 용도를 제한했습니다. 선한 인상을 갖고 있다는 나르시시즘을 과감히 버리고 거울은 눈곱이나 이에 낀 고춧가루 색출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2.

남 일 같지가 않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달 27일 통과시킨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꼭 저를 겨냥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불심검문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입니다. 불심검문 시 경찰이 검문대상자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게 하고, 신분증이 없을 경우 지문 채취나 다른 연고자를 통해 신분을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거동 의심자에 대한 소지품 검사 범위도 확대해 '흉기'로 한정됐던 검사 대상에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추가했습니다.

시민이 이같은 불심검문을 거부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지문 검사 외에는 거부할 수 없도록 했거든요.

3.

어쩌겠습니다. 북한의 도발로 안보와 치안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상황 아닙니까? 그래서 "싫다"는 말은 차마 못하겠고 자위책을 찾아봅니다. 이런 것들입니다.

주민등록증 뒷면에 양면테이프를 붙여 거리를 걸을 때 이마에 붙이고 다니는 겁니다. 그러면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는 일도, 손가락에 잉크 묻혀 지문 찍는 일도 피할 수 있겠죠.

가방은 투명가방으로 바꿔야 합니다. 경찰관이 소지품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먼저 자진 공개하는 겁니다.

등산이나 낚시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습니다. 레저용 칼이나 지팡이, 낚싯대 거치대를 지참했다가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한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거든요.

4.

헌데 어쩌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같이 인상이 '더러운' 사람들은 소용없습니다. 그래 봤자 거동 의심자 대열에서 열외 처분을 받을 수 없습니다. 어쩌다가 집회 장소를 지나다가 채증이라도 되는 날엔 소환장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승용차를 애용하자고, 동네 슈퍼에 담배를 사러 갈 때도 승용차를 몰고 나가 불심검문을 당할 여지를 아예 없애자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소용없습니다. 검문 대상에 차량 탑승자도 포함되거든요.

결국 남은 방법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성형수술을 하는 겁니다. '더러운' 인상을 선한 인상으로 바꿔 '모범시민'으로 대접받는 겁니다. 적잖은 돈이 들겠지만 길거리에서 수없이 당할 불쾌감과 모멸감을 생각하면 적금 들어 수술비용 대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합니다. 주위에서 지인들이 그러네요. '너는 견적이 아예 안 나온다'고.

전 어떡해야 하나요?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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