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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영진위원장, 이번엔 특정 작품 심사선정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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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문 영진위원장, 이번엔 특정 작품 심사선정 압력

[뉴스메이커]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위원들 기자회견 열고 외압 폭로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이번에는 영진위의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진흥위원회에 의해 독립영화 제작지원 사업의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던 심사위원 9명 중 5명인 황규덕 감독, 이미연 감독·영진위 비상임위원, 구성주 감독, 허욱 용인대 교수, 어지연 프로듀서(영화사 '소풍' 제작이사)는 20일 오전 11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문 위원장이 칸영화제 참석으로 프랑스에 있으면서 이 사업의 1차 심사를 진행중이던 심사위원 9명 중 7명에게 수 차례 국제전화를 걸어 특정 작품의 선정을 청탁했다고 폭로했다.

▲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 제작지원 사업의 심사에 참여했던 심사위원 9명 중 5명이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문 위원장이 부당한 청탁을 해왔다며 폭로했다. 왼쪽부터 구성주 감독, 이미연 감독, 황규덕 감독, 허욱 용인대 교수, 어지연 제작사 '소풍' 제작이사. 황규덕 감독은 이번 심사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문제가 된 사업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연중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억 2천만원 씩 독립영화 장, 단편 및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지원하는 '독립영화 제작지원' 사업. 기자회견에 참석한 다섯 명 외에 심사에 참여했던 심사위원은 문관규 부산대 교수, 조재홍 서강대 교수, 장민용 서경대 교수, 김석범 감독·수원대 교수 등이다. 이들 심사위원 9명은 "조희문 위원장이 심사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서에 전원 사인을 하고 19일자로 영진위 및 문광부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심사위원들은 내용증명서에서 "이러한 행위는 지원작들뿐만 아니라 심사를 맡은 9명에게 심각한 인격적 모독"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죄와 함께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 ▲ 심사기간 조희문 위원장의 압력을 명시한 내용증명서에는 심사위원 9명 전원이 서명한 가운데 19일 영진위 및 문광부로 발송됐다.ⓒ프레시안
기자회견에 나선 심사위원들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상반기 제작지원 심사 중 1차 심사가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가운데 조희문 위원장은 칸영화제 출장 중임에도 황규덕 감독과 이미연 감독을 제외한 심사위원 7명에게 14일부터 수 차례 전화를 걸어 "내부 조율이 필요할 것 같다"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등의 말을 하며 심사 분위기를 유도했고, 15일 심사위원간 토론이 열리고 있는 와중에도 심사위원들에게 번갈아가며 전화를 해 심사위원들이 회의 중 전화를 받기 위해 번갈아 자리를 비우는 사태가 발생했다. 나중에는 심지어 특정 작품의 접수번호와 제목까지 불러주며 "(이 영화가) 꼭 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편 조희문 위원장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2명의 심사위원 중 황규덕 감독은 영화아카데미 파행운영 사태로 그간 조희문 위원장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며, 이미연 감독은 비상임 영진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전 강한섭 위원장과 현 조희문 위원장에 계속 이견을 표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조희문 위원장이 청탁과 외압을 행사한 작품은 장편 1편과 다큐멘터리 2편.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중 다큐멘터리 2편은 탈북여성의 인권을 다룬 <꽃파는 처녀 : 탈북여성 인권다큐>와 신상옥 감독의 영화세계를 조명한 <신필림! 그 창연한 영욕의 영화제국>(가제)으로 알려졌으며, 황규덕 감독은 이 중 한 편에 조희문 위원장이 주요 인물로 출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두 작품은 모두 예심에서 탈락했다. 심사위원의 증언에 의하면, "조희문 위원장의 전화 때문에 해당 작품의 기획서를 재검토하기까지 했으나, 작품들을 다시 검토하게 된 순간 실소를 금치 못했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사전 조사 내용과 자료들 때문에 기획서가 때로 몇백 페이지에 달하는 경우도 있는데, 해당 작품은 고작 5, 6페이지에 해당하는 짤막한 기획서인 데다, 다른 지원작들에 비해 영화적 자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19일 귀국한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은 불과 한 시간 후인 같은 날 12시 광화문미디어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외압의 의도는 아니었으나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면 매우 유감"이라며 입장을 발표했다. 조희문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통상적으로 주의깊게 본 몇몇 작품들이 심사를 통과했는지 확인하고 의견을 피력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면서, "심사위원들이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의도는 아니며 오해다"라고 주장했다.

▲ 부당 심사개입 의혹에 해명을 하고있는 조희문 영진위원장. 그러나 이날의 해명 기자회견에는 '유감의 표현'만 있을 뿐, 사실인정이나 책임에 대한 의지 표명은 보이지 않았다.ⓒ프레시안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기자들은 조희문 위원장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통상적 부탁이었다면 심사위원장이었던 황규덕 감독에게는 왜 전화를 하지 않았느냐"는 것. 또한 "각자에게 수 차례씩 전화를 돌린 것 자체가 외압이 아니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러나 조희문 위원장은 "그럼에도 그 작품들이 떨어졌다면 나의 전화가 별 영향력이 없었고, 결국 심사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반증"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황규덕 감독에게는 현지 사정으로 전화를 못했을 뿐"이라고 답해 빈축을 샀다. 외압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말이 계속 얽히면서 오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고, 사실에 대한 깨끗한 인정이나 사과 대신 '유감' 표명으로 일관했다.

영화계에서는 "이런 부당한 외압이 비단 독립영화 제작지원 사업에만 한정되는 일이 아닐 것"이라며 영진위가 진행하고 있는 지원사업 전반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현재 영진위가 진행하고 있는 지원 심사는 독립영화 제작지원 외에도 한국영화 기획개발 지원사업, 예술영화 / 마스터 영화 / 3D 제작지원 등 제작지원 사업이 있으며, 이 사업들은 독립영화 제작지원보다도 지원 예산의 규모가 훨씬 크다. 영진위 비상임 위원을 맡고 있기도 한 이미연 감독은 "이번 건의 부당한 부분을 다른 사업과 굳이 연계시켜 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올해 영진위의 사업들이 예년에 비해 한 달 이상씩 지연되면서 급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심사위원 중에는 심지어는 하루 전날 오후 혹은 밤 12시에 위촉 제안을 받은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19일 낮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조희문 위원장이 이미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지원 사업자 선정조작의 주모자로 지목받아 기존 사업자에 의해 고발당하고 영진위 내부 감사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외압을 행사한 것은 공직을 수행할 기본적 소양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희문 위원장에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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