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언급한 책은 <밀레니엄>시리즈 3부작이며, 작가는 스웨덴 언론인 출신 작가 스티그 라르손(1954~2004)이다. 시리즈는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부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꾸는 소녀', 3부 '바람치는 궁전의 여왕'이란 제목으로 국내 번역출간됐다.
▲ <밀레니엄>시리즈 3부작 |
미국 타임지는 오는 5월 25일 밀레니엄 시리즈의 마지막편인 3편의 미국 번역출간을 앞두고, 스티그 라르손이 남긴 1,500만 달러 규모의 인세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드라마틱한 싸움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유산싸움에는 로맨스, 갑작스런 죽음, 사라진 유서, 그리고 가족간의 불화 등 막장 드라마를 연상케하는 모든 요소들이 가미돼있다.
스티그 라르손은 1954년 스웨덴 북부의 작은 도시 우메아에서 태어났다. 18살 때 베트남전 반대시위에 참여했다가 동갑인 에바 가브리엘손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두사람은 1977년 스톡홀름으로 이주해 동거에 들어갔다. 1983년 두사람은 결혼계획을 세웠으나, 라르손이 반파시즘, 반인종주의 전문 잡지 '서치라이트'에 기자로 취직하면서 잠입취재를 위해 신원을 감춰야할 필요성이 생기면서 결혼은 무기 연기됐다. 그러나 라르손과 가브리엘손은 32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변함없는 애정을 나눠왔다.
'서치라이트'를 나와 '엑스포'란 진보적인 잡지에 근무하던 라르손은 2002년 여름휴가 중 스릴러 소설을 구상하게 된다. 자신을 닮은 잡지사 기자 블롬크비스트란 남자와 어두운 과거를 가진 여성 해커 리즈베스 살란데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었다. 라르손은 당초 소설을 10부작으로 기획했으나, 출판사의 권유로 3부작으로 축소해 '밀레니엄' 시리즈를 완성했다. 소설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애인인 가브리엘손은 편집자로서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라르손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소설이 뜻하지 않게도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둔데서 비롯됐다. 영화 판권을 제외하고도 1,500만 달러에 달하는 인세 유산이 32년간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가브리엘손에게는 한푼도 돌아가지 않고, 느닷없이 나타난 고인의 아버지와 동생 차지가 됐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결혼했을 경우에만 배우자가 남긴 유산상속권을 가질 수있도록 한 스웨덴 법에 따른 결과였다. 스웨덴 사회가 개방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재산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의외로 보수적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스티그 라르손 |
법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인 가브리엘손은 마지막 수단으로 여론호소에 나서고 있다. 최근 '서포트에바닷컴(www.supporteva.com)을 개설해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사이트는 스웨덴은 물론 스페인, 독일, 미국, 노르웨이, 프랑스 등 책이 출간된 각국의 언어들로 제작돼있다. 사이트는 가브리엘손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변호사 비용마련을 위한 일정 액수 (3~15달러) 기부를 호소하고 있다. 가브리엘손은 1,500만 달러의 인세 중 250만 달러를 나눠주겠다는 에를란드 라르손의 제안을 거절했다. 전부 내놓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밀레니엄'시리즈의 열광적인 팬들은 라르손이 만약에 살아있다면 유럽 각지의 공항과 지하철에 붙어있는 자신의 책광고, 아버지와 애인 간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궁금해하고 있다. 고인과 생존시 같은 잡지사에서 근무했던 한 동료는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특유의 심술궂은 듯하면서도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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