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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사라진 선거…'노풍(盧風)'이 부당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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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사라진 선거…'노풍(盧風)'이 부당한 까닭

[기자의 눈] 천안함 프레임+노무현 프레임, 이명박은 '꽃놀이패'?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있다면? 이런 가정으로부터 시작해보자. 그랬다면 친노 인사들이 지금처럼 지방선거에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올 수 있었을까? 너도나도 '친노' 공인인증서를 받으려고 안간힘을 썼을까?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해 충남, 강원, 경남, 부산 등 주요 광역 단체장 후보는 물론이고 기초단체장 선거까지 '노무현의 후예들'이 요로를 꿰찼다. '친노 벨트'라고 한다. 선거 구도가 짜였다. 이명박 대 노무현.

이들은 4년 전 지방선거 때 전국적인 반(反)노무현 정서 때문에 궤멸 수준의 참패를 맛봤다. 선거마다 도미노처럼 무너져 정권도 내줬다. 작년 5월23일까지는 스스로를 '폐족(廢族)'이라 했다. 아무도 이들이 이렇게 금방 부활할 거라 예상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의 죽음이 이들의 족쇄를 깼다.

선거가 임박해지니 이들의 존재 의미를 따지면 한나라당 2중대 취급받기 일쑤다. 하지만 불과 넉 달 전 국민참여당이 간판을 달 때,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물었던 질문이다. "넌 누구냐"고, "뿌리가 같은데 왜 민주당과 따로 살림 차렸냐"고…. 정당문화가 민주당과 다르다는 정도 외에 그들로부터 납득할만한 답을 들은 일은 아직 없다.

정치할 권리는 그들에게도 있다. 노무현의 정치적 몰락과 함께 찍힌 폐족의 낙인은 대단히 정치적이었고, 어떤 면에선 부당하기도 했다. 정치가 본업인 그들을 노무현과 함께 순장시시키는 것도 노동력 손실이다. 실패의 경험도 경험인 만큼, 치밀한 자기 성찰을 통해 새로운 집권의 동력으로 축적된다면 생산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제를 다시 묻게 된다. 집권기의 실패에 대한 반성은 어디에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느냐고. 정치할 권리는 있으나, 그 정치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권력을 슬기롭게 다루지 못한 책임, 주군을 지키지 못한 책임에 대한 최소한의 자숙기간도 없이 정치 일선에 선 이들의 조급증이 못내 불편하다.

'북풍'과 '노풍' 사이, 이명박은 어디에?

친노벨트가 구축한 '노무현 프레임'은 생산성 없는 선거 구도다. 현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의 의미를 희석시킨다. 한나라당은 '작전'이 용이해졌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건으로 반북 정서를 극대화시켜 시선을 '북한 평가'로 몰아가고 있다. 느닷없는 전교조 때리기를 통한 반전교조 전선긋기도 시선 분산 전략의 일환이다. 여기에 '노풍(盧風)'까지 중첩되면 'MB정부 평가'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북풍'과 '노풍'이 충돌하는 선거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최상의 구도에 가깝다.

'노무현'과 '북한'이 선거의 복판으로 들어올수록 그렇다.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가 예정된 이번 주, 정부는 대대적인 북풍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야권에선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노풍' 띄우기가 가동된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가 골자인 선거에서 '이명박'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 ⓒ연합

야권에는 지나친 노풍은 역풍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노무현을 확고부동한 이슈로 띄운 건 스스로다. 일각에선 노무현이 'MB정부 중간평가'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노풍에 대한 일반적 기대감과 달리 선거 전문가들은 야당에 유리한 이슈인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노무현 추모 열기는 지지자들 내에서만 뜨거운 이슈인데다 보수층의 반노 정서를 역결집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여론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에게는 '인간'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의 이미지가 동시에 각인돼 있다. 선거가 노무현을 호명할 때, 인간 노무현만 살아나리라는 기대는 착각"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실패한 전 정권 책임론"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기 위한 것이다.

물론 '노무현 효과'가 선거에서 반짝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유시민 후보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경기도지사 단일후보로 선출되면서 지지율이 상승해 선거지형이 술렁이고 있다고 한다.

설령 친노 후보들이 노풍을 타고 지방선거에서 선전해 야권 정치 질서의 주류로 재등장한다고 해도 이것이 정상적인 일인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박제화 된 노무현'으로 선거 구도를 기형적으로 비튼 주체들에 대한 못미더움은 그들의 이후 정치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시민 후보의 출정으로 '이명박 대 노무현' 프레임이 확고하게 짜인 이후 몇몇에게 연락을 받았고, 몇몇에게 연락을 했다. 이런 선거가 온당한 선거냐고 물었다. 답이 비슷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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