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구글'과 '애플'은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구글'과 '애플'은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

[철학자의 서재] <Googled!>

구글=新型 파놉티콘

우리 삶의 질적 양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과 활동의 상당 부분은 이제 PC 앞에서, 아니 인터넷에 연결된 단말(PC이건 스마트폰이건)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그것에 미시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거대한 자본이 존재한다. 바로 '구글(www.google.com)'이다.

켄 올렌타의 <구글드!(Googled!)>(타임비즈 펴냄)는 구글이 작금의 인터넷 산업의 변화를 어떻게 주도했으며 어떻게 세계 검색 시장의 70퍼센트를, 더 나아가 어떻게 우리의 삶과 삶의 공간(도서, 위성지도사진, 사용자가 만든 동영상)을 복제해서 엄청난 광고 수익을 얻고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의 주된 의도는 구글의 혁신이 어떻게 기존 미디어 산업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그 과정에서 구글의 철학적 기반인 집단 지성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이미 진부한 이야기지만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수많은 변화가 우리 주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세계 2~3위의 핸드폰 제조업체가 인터넷과 이메일이 가능한 운영 체계를 제공하는 스마트폰에서는 5위권 밖으로 쳐지고 있다. 부랴부랴 삼성전자나 엘지전자가 그나마 개방적인 구글의 운영 체제를 자신들의 스마트폰에 담으려 하면, 구글은 무상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다음과 같은 옵션을 요구한다고 한다. "구글의 콘텐츠 사업에 저해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는다." 결국 삼성, 엘지전자는 하드웨어 제조업체로만 남으라는 것인데, 인터넷을 지배하지 못하는 하드웨어 기반 업체의 한계로 판단된다.

구글이나 애플에 대한 국내 외 사용자들의 열광적인 환영은 집단적이었고 무엇인가 억눌려 있던 욕구의 분출이라고밖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 동안 한국의 대기업은 대중의 집단 지성을 활용하는 사업을 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이익 실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조차도 깨닫지 못했다. 구글과 애플의 성공은 심지어 자본마저도 대중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기 위해서는 서비스-플랫폼-단말의 삼위일체를 통해 대중과 맞서는 방식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웅변하고 있다.

구글 기술의 철학적 기초=집단 지성에 대한 믿음

▲ <구글드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켄 올레타 지음, 타임비즈 펴냄). ⓒ프레시안
구글은 2009년 3월 현재 전체 웹 동영상 트래픽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유튜브를 가지고 있으며, 구글의 광고 수입은 연 200억 달러가 넘는다. 이는 전체 세계 온라인 광고 시장의 40퍼센트에 달한다. 구글은 전 세계 2만5000개의 뉴스 사이트 기사를 수집해 제공하며, 출판된 책을 모조리 디지털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구글은 사용자에게 무료로 강력한 검색 엔진을 제공하는 대신, 검색 결과에 따라붙는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사업 모델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료 서비스에 기반을 둔 광고 수익 모델은 사실 인터넷 초창기부터 알타비스타나, 네이버나, 다음이나, 야후나 다 가지고 있었던 것이고 구글은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 이상의 철학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바로 집단 지성에 대한 믿음을 극한적으로 몰고 갔다는 점이다.

요즘,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자신의 관문 역할을 하던 포털(nate, ez-i, magicn) 아래 모든 콘텐츠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던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콘텐츠 제공 업체를 대하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나 어플리케이션을 이동통신사 담당자를 만나서 보여주고, 아이디어가 해당 담당자에 의해 심사되고 채택되는 일련의 심사의 과정을 겪었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 과정이 일견 기계적이고 행정적인 과정으로 전화되었기 때문이다.

애플이나 구글이 만든 일정한 규칙(자의적이건 합리적이건)만 지킨다면, 그들이 만들어 놓은 '오픈 마켓(Open Market)'에 등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과 노출을 판단하는 주체는 이동통신사 담당자가 아니라 흔히들 말하는 아이폰 사용자들의 '리뷰(Review)'와 '레이팅(Rating)'과 구매 비율로 대변되는 집단 지성이다.

여기서 집단 지성은 사용자들의 구매 경향(Trends)을 분석하는 시스템과 정확하게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이제 내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 이동통신사나 단말사의 담당자를 찾아가서 영업을 할 필요는 없다. 돈을 준다고 높은 순위로 광고를 해주거나 선전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로비는 사라지고 집단지성에 의한 판결만 기다리면 된다.

검색 엔진에서 구글의 운영 원칙 또한 애플이 소프트웨어 마켓을 통제/관리하는 원칙과 동일하다. 구글은 전세계 인터넷 검색 시장의 65.1퍼센트를 차지하는 절대적인 강자이다. 구글은 네이버처럼 돈을 더 준다고 사용자의 행태와 무관하게 검색 순위를 올린다거나 하지 않는다. 바로 그들의 철학과 위배되기 때문이다.

구글은 광고주들 사이의 입찰을 통해 사용자의 검색 결과 하단에 나타나는 공간을 판매하는 일을 한다. 최고액으로 입찰한 광고주가 오른쪽 최상단 그리고 차점자들이 그 아래 열 개의 공간을 차지한다. 이 모든 광고 시스템에는 세일즈맨도, 협상도, 관계도 필요 하지 않다. 기존의 미디어 기업들이 한 세기 넘도록 구독자나 시청자의 숫자로 광고를 팔아 왔던 것과 달리, 구글은 클릭당 비용 데이터를 가지고 정확히 해당 광고를 클릭할 때만 비용을 내도록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을 유지하고 있다.

복제되고 DB가 된 집단 지성=디지털화된 개인과 집단의 삶의 궤적

검색 엔진의 기본 토대는 모든 것을 복제하는 것이다. 구글의 목표인 인터넷 전체를 복제하고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데서 출발해서 이제 스마트폰(안드로이드)을 통해 발신 통화와 수신 통화에 담긴 디지털 데이터와 통화 시간을 수집하고 모으고, 사용자의 위치, 그곳에 머문 시간, 사용자가 접촉한 다른 휴대전화 사용자를 추적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구글의 플랫폼을 채택한 TV에서도 사용자의 모든 흔적이 복제되고 DB로 저장되고 분류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개인의 행태에 대한 관찰 기제와 연계된다는 사실을 우리가 쉽게 망각한다는 데 있다. 사용자의 단말에 저장되어 이러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장치인 쿠키는 구글 입장에서는 검색 기록 관련 정보가 많을수록 사용자의 의도를 예측할 수 있어서 "검색 결과가 더 좋아지게끔 만드는 불가피한" 기제라고 이야기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초창기에 구글은 사용자의 쿠키를 통해 얻어진 개인의 행태와 관련된 정보의 보관 기간을을 영구로 설정해왔다. 전 세계 인터넷을 활용하는 사람의 거의 전체의 행태가 "거대 쿠키"로 보존되어 온 것이다. 잠재적 내지 실질적인 프라이버시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구글은 쿠키의 보존 기간을 18개월로 줄였지만, 영구히 사용자를 추적하는 방식 대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분산된 쿠키"들로 전환시켰을 뿐이다.

이제 집단 지성의 전유는 모든 IT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의 전형으로 확립되었고, 스마트폰 등으로의 확산을 통해 사용자의 행위에 대한 관찰은 이제 단지 웹상에서의 행위가 아니라 사용자의 실제 활동까지 관찰되는 체계로 확립되어 가고 있다.

구글이 인류의 집단 지성의 긍정적인 가치와 순방향을 보여준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어떤 나라가 정보의 통제라는 방식으로, 이제 어떤 전문가가 정보의 왜곡으로 네트워크상에 서로 다양한 방식으로 연계되어 있는 대중을 기만하거나 속이는 것은 먼 옛날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무료로 제공되는 집단 지성을 위한 장치들에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사적 영역을 온전히 내주어야 하는 이중성이 담겨 있다.

구글의 이런 기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운영 체계 독점보다 더욱 부정적이고 우리의 삶을 자본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높다. 아니 원래 그것이다. 구글의 쿠키는 단지 미디어 산업이나 광고 중개자들의 수익을 감소시키는 데 머물지 않고, 욕구의 가시화 내지 통계화에 따른 자본과 나의 사적인 공간 사이의 간극을 빠른 속도로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야후처럼 타협하지 않고 과감하게 중국에서 철수를 하는 등 누구보다도 인터넷의 자유 정신과 편의성을 위해 노력을 해왔다. 분명, 중국처럼 인터넷 집단 지성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려는 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구글의 집단 지성에 대한 철학은 진보임에 분명하다. 구글은 그 정치 권력에 용감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의 집단 정신에 대한 철학이 자본이 사적인 영역을 가시화하는 도구로서 기능하는 한 구글의 좋은 브랜드는 결국 프로그래머나 좋아할 성질의 것이지 비판적 성찰을 담당할 지식인들이 따라야 할 성질의 것은 아니다.

기술의 발달로 대중은 보다 능동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정보를 기억하며, 이 정보를 이용하여 풍부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있으며 이제 대중은 기존의 정치 권력을 통하지 않고서도 다원적으로 말할 수 있고, 정책을 고발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중국에서 1만 명이 인터넷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인터넷 전체를 검열하고자 해도 이는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다. 대중의 집단 지성의 발전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밖에는. 피에르 레비의 주장처럼 인식론적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모르지만 조금은 안다. 그것은 타자도 마찬가지이다.

서로의 영역이 겹치지 않는 한에서 타자는 내 지식을 풍부하게 해주는 원천이고 나 역시 타자에게 그러한 역할을 하면서 집단 지성은 만들어지고 이것이 인터넷의 다양한 도구를 통해 복합적으로 중첩되어 확산되기 때문에 집단 지성을 물리력으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무의미하고 궁극적으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디지털 기술은 다시 자본에게 집단 지성뿐 아니라 개개인을 완전히 벌거벗겨서 볼 수 있는 기제를 제공하고 있다. 자본이 나의 사적 공간을 미시적으로 침투하는 기제를 주목하고 연구하지 않고서는 집단 지성이 선한 길로 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