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법'이라는 단어가 정부문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시기였다. 노동부가 '불법집단행동근절'에서 '떼법'을 언급하더니 검찰은 '참여정부 시절 떼법 7대 사례'로 철도노조, 화물연대, 현대자동차의 투쟁을 적시했고 급기야 경제부처들은 '떼법 근절로 1%이상 경제성장'을 보고했다.
'떼법'.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하면 "법적용을 무시하고 생떼를 쓰는 억지주장 또는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불법시위를 하는 행위. 이 신조어는 집단 이기주의와 법질서무시의 세태를 보여준다"고 되어 있다. 말 그대로 '신조어'다.
'빙법(憑法)'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2009년 11월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코레일 허준영 사장은 '법을 빙자한 태업'이라는 의미로 신조어를 만들었지만 별로 회자되지는 못했다.
어쨌든 '떼법'이나 '빙법'이 겨냥하는 것은 명백하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집단행동이 가능한 조직들에 대한 폄훼의 의도가 분명히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10년 지금 이 떼법과 빙법을 즐겨하는 이들은 정부기관과 여당의원들이다.
검사들의 일탈이라는 문화…경찰의 교육감 후보 사찰이 정보수집?
문화방송(MBC) <PD수첩>이 '검사와 스폰서' 편에서 폭로한 것을 보면 상당수 검사들은 매춘여성들에게 '매너가 더러운 덕에 2배의 팁'을 주고 성매매를 해야 했다. 물론 그 팁을 준 사람은 스폰서다. 속된 말로 떼로 몰려가서 '공짜 오입'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통령과 법무장관의 해석이 가관이다. '검찰 문화의 일부'로 '고쳐야' 한단다. 상당수 국민들은 이른바 '섹검'의 행위를 '일부 검찰의 일탈행위'로 억지로라도 봐주려고 했건만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나서서 그것을 검찰 전체의 '문화'로 규정해 주었다. '문화'라니? 이 단어는 사전에 있다.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하여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을 통틀어 이르는 말."
섹검들의 행위는 '스폰서의 돈으로 집단적으로 성매매를 한 불법행위'이고 그것이 '그 구성원들에 의하여 습득‧공유‧전달되는 행동양식'인 것이다. 개탄스럽다.
경찰의 '좌파 교육감 후보 사찰'은 어떤가? 이건 단순 정보수집의 수준이 아니다. '좌파교육감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이러저러한 '배후세력'을 색출하되 '우파후보'는 대놓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니 자유당 때하고 무엇이 다른가?
'3권 분립' 무시하고 메카시 선풍을 기대하는 조전혁 의원과 추종자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전교조와 한국교총 명단을 공개했고 법원은 다시 명단을 삭제하지 않으면 하루 3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조전혁 의원은 갑자기 '열사'수준의 대접을 받는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모든 한나라당 의원이 자기 홈페이지에 '전교조 명단을 게시하자'고 선동했고, 다시 조전혁 의원이 '전부는 무리이니 일부라도 하자'고 하여 10여 명이 실제로 전교조 교사명단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점입가경이다. 안상수 대표도 율사출신이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대놓고 무시한다면 3권 분립은 어디로 갈까? 더욱 가관인 것은 한국교총이 조전혁 의원을 고소하겠다며 나서서 같은 보수끼리 이른바 '알권리'를 놓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조전혁 의원은 21세기판 '메카시 선풍'을 노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그의 일탈은 '전교조 열풍'으로 돌아왔다. 그가 주창한 '국민의 알권리'는 '천안함의 진실'을 갈망하는 국민적 여망과는 거리가 먼 딴나라, 딴세상의 발상일 뿐이다.
▲5월 1일 노동절 새벽. '근로시간면제심의원회(근심위)'는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가끔씩 보아온 날치기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색다른 날치기를 선보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프레시안(여정민) |
MB의 노동절 선물, 색다른 '근심위 날치기'
5월 1일 노동절 새벽. '근로시간면제심의원회(근심위)'는 국회와 지방의회에서 가끔씩 보아온 날치기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색다른 날치기를 선보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즉각 강하게 반발했다. 원천무효이고 강경투쟁은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세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김태기 근심위 위원장은 국회 예산심의, 최저임금 심의의 선례를 들어 적법성을 주장했지만 무지몽매한 주장일 뿐이다. 최임위나 예산심의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기에 예외적으로 인정된다하더라도 근심위의 경우 '4월 30일까지 합의 혹은 표결되지 못하면 국회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음에도 5월 1일에 재차 표결을 강행한 것은 그 자체로 불법이고 무효다.
둘째, 의사절차가 송두리째 생략되었다. 근심위는 '안건상정-의안설명-찬반토론-표결'이라는 일반적 과정을 몽땅 생략한 채 노동계 위원들의 팔다리를 직원들을 동원하여 붙잡아 놓은 채 투표를 강행했다. 김태기 위원장은 경제학자이지 법이나 노사관계 전문가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김태기 위원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다는 것 말고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도대체 어떤 법률 전문가들이 그따위 자문을 했는지 밝힐 일이다.
셋째, 김태기 위원장의 언급대로 국가기관의 품격을 심각하게 훼손한 불법행위가 자행되었다. 4월 30일 근심위회의가 열린 중앙노동위원회에는 수 백 명의 경찰관이 투입되었다. 중앙노동위원장, 노동부 장관, 근심위원장 셋 중의 누군가는 경찰투입을 요청했을 것이다. 외곽경비라면 모를까 건물 안은 물론이고 회의장에까지 경찰병력을 배치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격렬한 대립이 일상화된 국회에도 경찰병력이 투입되지는 않는다. 민주노총도 최저임금심의위원회를 비롯하여 수 십 개의 법적 기구에 참여하고 노사 혹은 노정대립이 격하게 벌어지지만 한 번도 경찰이 투입된 적은 없다.
나름 기관장이라는 자들이 경찰에게 의존하다니, 품격은 커녕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총체적인 '떼법' '빙법'이 횡행하는 이유는?
최근 선관위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4대강 홍보는 되고 반대는 안 된다는 희한한 해석을 내놓았다.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집권당에 불리한 것은 하면 안 되는' 선거의 조짐이 보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광속으로 집단지성을 만들어가는 세상에 '자유당 때'의 발상과 시스템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스스로 '떼법'과 '빙법'을 자행하는 여당과 권력기관들은 도대체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6.2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는 이 정권의 앞길을 가름하는 분수령이다. 정부여당은 어떻게 해서는 이념적 색칠로 무상교육 열풍, 4대강 반대열풍, 일방독주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반대를 잠재우고 싶어 한다. 그래서 천안함 사건을 기화로 북풍을 일으켜 보려 했으나 그조차도 자가당착에 빠졌다. '북의 어뢰공격'을 기정사실화하고 싶지만 그러자니 한미연합 작전 해역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어뢰공격을 감행하고도 멀쩡한 북한을 '친환경 스텔스 어뢰'를 보유한 최첨단 군사강국으로 인정해야 하는 꼴이니 선거용으로만 떠들다가 '영구미제사건'으로 덮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도 저것도 안 되니 악수를 거듭하는 것이 현 집권층의 상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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