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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는 왜 정두언도 조전혁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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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야당에는 왜 정두언도 조전혁도 없나?

"'막가파' 한나라당"이라고 욕만 하면 선거 이기나?

'권모술수'는 뜻이 그러하듯 어감도 좋지 않다. 정치에선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마키아벨리즘이다. 전략을 담당하는 책사들 머리에서 이런 정치가 주로 구사된다. 6.2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인 정두언 의원의 눈부신 활약이 눈에 띈다.

장기판에선 졸 잘 쓰는 사람이 고수다. 무명에 가까운 조전혁 의원이 교원단체 명단 공개 하나로 대번에 악명 높은 전국구 스타가 됐다. 정두언 의원이 일찌감치 "전교조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 이번 선거를 전교조 심판으로 몰아가겠다"고 예고한 시나리오의 행동대장이다. 조 의원을 상대로 전교조가 소송을 걸고 법원이 하루당 3000만 원의 배상을 명하자 싸움이 붙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 정 의원의 "조폭 판결" 한마디가 판을 키웠다. 법원과 판사까지 '조폭'으로 매도한 막장 발언이다. 정 의원을 필두로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기 홈페이지에도 명단을 공개했다.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상대방의 분노를 자극한 것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제정신이냐"며 격한 언사로 맞대응했다. 이로써 전교조 명단 공개 이슈는 수직 상승 기류를 탔다. 목적 달성이다.

정 의원의 전교조 이슈화 전략은 조전혁 의원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으니 패착일까? 떠들썩한 상대방의 분노는 우리 지지층 결집이라는 후속 효과를 조용히 내는 법이다. 여론조사만 보면 진보 교육감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무상급식 등 이슈에서 밀렸고 보수진영의 후보단일화 교통정리도 안 됐기 때문이다. 보수층은 선거에 눈을 돌릴 계기가 없었다. 그들 눈앞에 정 의원이 '전교조'를 들이 댄 것이다.

'전교조 효과'는 지난 5일 진보교육감 후보들의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으로도 가늠이 충분하다. 이삼열 후보는 "전교조에 대한 편견은 현실"이라고 했다. 단일후보로 선출된 곽노현 후보는 "전교조 대 반전교조 구도는 보수진영의 가짜 프레임"이라고 했다. '편견'이건 '가짜 프레임'이건 말려들면 진다는 위기감이 핵심이다. 이제 정 의원의 예고대로 '교원평가제'라는 미사일까지 장착하면 판세는 한 번 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만 이기면 된다"

선거는 한 표라도 많이 얻는 게 목표인 숫자 싸움이다. 친(親)전교조 성향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이 싫다고 두 표 찍는 것 아니다. 조전혁 의원의 '인간어뢰'식 돌격으로 시작된 정두언 의원의 '막가파'식 전교조 전략은 오로지 표 모으는 데에 맞춰져 있다. 정치의 금도 따위는 안중에 없다. 또 다른 '무법자'인 '스폰서 검사' 문제에 대해 정 의원이 정반대 태도를 보이는 게 증거다. 비난 여론에 맞서기보다 그 힘에 올라타는 게 표 단속에 낫다고 봤다.

그는 "검찰에서 진상조사를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며 "고질적 문제인 스폰서 검사 문제는 특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의원의 의견에 동조하는 의원들도 부쩍 늘었다. "특검보다는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를 지켜볼 때"라며 야당의 특검 요구를 거부한 당의 방침은 뒤바뀌고 있다. 한명숙 뇌물 의혹 사건에서 이미 상처를 입은 데다 이번 사건으로 그로기 상태에 몰린 검찰을 엄호하는 건 자살행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교조 논란과 달리 검찰에 대한 반감은 보수, 진보를 아우르는 만큼 갈라치기가 어렵다.

설령 특검이 떠도 한나라당이 딱히 손해 볼 건 없다. 특검이든 진상규명위든 스폰서 검찰 몇 명을 단죄하는 건 불가피한 수순이다. 검찰 개혁의 모양새를 내고 이후 법원 손보기에 나서려면 특검이 좀 더 그럴싸하다.

'암수'도 하나 숨겨뒀다. 정 의원은 "스폰서 검사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고 자료상으로 봐도 2003년, 2004년의 얘기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과거 정권에서 일어난 일"로 규정한 것과 같다. 논란이 곰삭으면 물타기할 소재가 무엇인지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야당은 뭐하나?

선거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하지만 무작정 상대방을 때려눕힌다고 이기는 게임은 아니다. 표를 쥔 유권자를 매개로, 유권자의 판정을 받아야 비로소 승패가 갈린다. 정두언 의원의 메시지는, 그것이 권모술수에 가깝다하더라도 오로지 표를 향해 있다. 싸움의 기술만큼은 평가할만하다.

지방선거의 핵심인 서울시장 판세도 정 의원의 손길이 닿으며 시선을 모아가고 있다. 2~3등 후보의 단일화를 통한 1등 후보와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경쟁. 정 의원의 '새판짜기'는 전통적인 흥행 경로를 밟아가고 있다. 그는 "수도권은 상황이 아주 안 좋다"고 위기감도 한껏 불어넣었다. "엄살이 아니다"며 엄살도 떨었다.

정 의원이 이처럼 온갖 이슈를 주무르며 대마를 장악해가는 동안 정작 급해야 할 야당은 태업 중이다. 최대 현안인 천안함 사건에 대해 민주당은 '안보 공백론' 외에 내는 목소리가 없다. 야당에 유리한 의제인 무상급식은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이, 4대강 반대는 종교인들이 중심이다.

지난 1월부터 넉 달 넘게 공력을 집중했던 야권연대도 파투났다. 연합정치의 예술이 불가능해진 자리에서 후보 단일화 논란만 되풀이하고 있다. 야권의 지방선거 대표주자인 한명숙 전 총리는 여왕폐하 옹립식을 기다리는 듯이 당내 후보와의 TV토론도 수용 못하는 옹졸한 티를 낸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이런 민주당을 향해 "여당인줄 아냐"고 비꼰 게 틀린 말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일거수일투족에 토를 다는 것 외에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판을 만들어가는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전략을 다루는 자리에 이름은 있으나 사람이 안 보인다. 다들 상전 노릇 하느라 돌격대도 없다. 조만간 돌아올 '노무현 시즌'을 기다리는 형국이지만 파급력을 장담하긴 어렵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여당이 공격을 주도하고 몸만들기에 실패한 야당이 쩔쩔매는, 총체적으로 여야가 뒤바뀐 선거인 셈이다. 벌써부터 야당에선 "반타작 하면 성공"이라는 수세적 목표치가 거론된다. 정권심판을 바라는 여론이 아무리 높아도, 이를 매개하기엔 야당이 너무 허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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