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를 수색하다 침몰한 금양98호 실종자 유가족 19명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를 찾았다. 정운찬 국무총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지난 14일 공식 면담 요청서를 보냈다. 하지만 이날 유가족은 정운찬 총리를 만나지 못했다.
이날 면담 자리에는 조원동 국무총리실 사무차장이 참석해 유가족과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유가족의 요구 사항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의견만을 제시했다. 유가족들은 △의사자 지정 절차 진행 상황 △금양호 선체 인양 예산 지원 △전국에 금양호 희생자 분향소 설치 △해군 참모총장 및 국방부장관 사죄 등을 요구했다.
"자기 아들이 바다에 빠졌다면 이렇게 하진 않을거다"
이원상 금양호 실종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총리실과 대책위와 직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라인을 만들기로 합의했고 빠른 시일 내에 국무총리가 대책위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다 할 진척된 사항은 없었다. 이원상 위원장은 "사무차장에게 모든 요구 사항을 전달했지만 얻은 답은 없었다"며 "선체 인양, 의사자 지정 등을 요구했지만 검토하겠다는 답변만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 금양98호 유가족들은 실종자의 영정 사진을 들고 청사를 방문했다. ⓒ프레시안(허환주) |
유가족은 반발했다. 유가족들은 "자기 아들이 바다에 빠졌다고 한다면 이렇게 하진 않을 것"이라며 "'노력하겠다'. '검토하겠다' 등의 말은 수없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정식 면담 요청서를 보낸 지 10여 일이 지났는데도 정작 총리는 면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며 "마지막 길 가는 망자를 욕되게 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날 정부종합청사를 들어오는 과정에서 경찰이 유가족들을 막은 것을 두고 유가족들은 "우리가 폭도도 아니고 왜 길을 막는지 모르겠다"며 "이게 예우인가"라고 분노했다. 경찰은 이날 유가족들이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청사를 방문하자 이를 저지했다.
"고인의 넋을 위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
이날 국무총리실에서 보여준 모습은 금양98호가 침몰하고 25일간 보여준 정부 당국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이틀이 지난 4일 정부는 인천 중구 부구청장을 본부장으로 사고수습대책본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당시 인천해양경찰서장은 유가족에게 늑장 출동에 관한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하지 않아 유가족의 반발을 샀다.
8일에는 유가족이 침몰한 금양98호에 실종자가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해경에 요청했으나 탐색 장비가 천안함 쪽에 있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하지만 여론이 금양98호 실종자에게 몰리자 해경은 잠수 용역 전문 기업을 선정, 14일부터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하지만 금양98호 실종자를 찾던 잠수용역 전문기업은 지난 23일, 3차례에 걸쳐 수중 수색을 시도했으나, 로프, 그물 등으로 선체가 엉켜있어 수색이 불가능하다며 사고 해역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선체 인양은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의사자 지정의 경우 그가 정부 관계자들은 유가족에게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해왔다. 결국 유가족들이 27일 정운찬 총리를 만나기 위해 정부종합청사를 찾은 이유다. 하지만 이날 만난 사무차장은 의사자 지정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지난 4일 금양98호 침몰 소식을 접한 정 총리는 "시신으로 발견된 금양호 선원 김종평 씨도 국가에 공헌하다가 귀중한 생명을 잃은 만큼 고귀한 희생에 합당한 대우를 하는 게 마땅하며, 충분한 예우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원상 위원장은 "정부에서는 계속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고인의 넋을 위로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답답한 심정을 나타냈다.
▲ 영정 사진을 들고 청사를 들어가려는 유가족을 경찰이 막았다. 국무총리실에서는 착오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프레시안(허환주) |
▲ 대표자와의 면담에 앞서 사무차장은 청사를 찾은 유가족 모두와 대화를 진행했다. ⓒ프레시안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