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23일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연내 5조 원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전국의 미분양 주택 4만 호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가뜩이나 재정적자를 둘러싼 논란이 시끄러운데 올해 안에 5조 원이라는 뭉칫돈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일까?
부담을 공기업인 대한주택보증과 LH(토지주택공사)에 떠넘기는 게 이명박 정부가 찾아낸 해법이다. 대한주택보증이 준공 전 미분양 주택 2만 가구를 3조 원을 들여 매입하기로 했다. 또 LH공사도 준공후 미분양을 1000호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꼼수'는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도 대한주택보증(대주보)에 2조 원을 들여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 매입하게 했다. 주택보증은 미분양 주택 지원을 위해 총 5조 원의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문제는 대주보도 돈이 없다는 것. 대주보 측의 주장을 믿더라도 5000억 원 이상 은행 빚을 내서 건설사들을 지원해줘야할 판이다. 부도가 난 성원건설에 들어갈 돈 등을 감안하면 1조 원 이상 돈이 부족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기업이 대출을 못 받는 '좀비 건설사'들을 대신해 천문학적 규모의 은행 빚을 지고 고액의 이자를 대신 갚아가며 건설사들을 연명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도 마찬가지 방법을 활용해 공기업인 수자원공사에 8조 원의 부담을 떠안겼다.
이처럼 공기업 돈을 '쌈짓돈'처럼 활용함에 따라 이명박 정부에서 공기업 부채가 급증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6일 2009회계연도 23개 공기업 결산을 확정한 결과 지난해 공기업의 총부채는 213조20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4%(36조1000억원) 늘어났다. 공기업들의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넘어섰고 평균 부채비율도 153.6%로 전년 대비 20.1%포인트 상승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2년 만에 공기업 부채는 74조8000억 원 늘었다.
총 5조 떠안은 대주보, 괜찮을까?
대주보는 2008년 2조 원을 투입해 환매조건부로 미분양 1만3412가구를 매입했었다. 이번에도 추가로 3조 원을 투입해 미분양 2만 호를 매입하게 됐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주택보증은 현재 유동 가능한 자금(2조5000억 원)보다 지원금 규모가 크지만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1년 뒤 되파는 환매조건부 매입이기 때문에 자금 부담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주보 주장을 인정해도 당장 5000억 원을 조달해야 한다.
실제 대주보가 연내로 조달해야할 자금이 1조 원이 훨씬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주보가 지난해 보증료 수익감소, 충당금 증가 등으로 7000억 원의 적자를 본데다 최근 남양건설, 성원건설 부도 등으로 충당금이 늘어나 여유자금이 1조20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민주당 관계자가 밝혔다.
짧은 기간에 거액의 돈을 마련해야 하므로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것도 어려워 결국 금융권 대출을 받아 마련해야 한다. 1조 원이 넘을 경우 일년 이자만 해도 수백억 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대주보는 환매조건부매입이므로 다시 건설사에 되팔면 큰 부담을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미분양 폭탄'이 건설사에서 주택보증, 더 나아가 국가재정으로 옮겨가지 않을 수 있을까?
정부는 매입 가격을 분양가의 50% 이하로 제한했다. 결국 분양가의 50% 이하라는 '덤핑 세일'을 해야할 만큼 사정이 다급한 건설사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원리로 따지자면 당연히 퇴출돼야할 '좀비 건설사'들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들이 1년 후 미분양 주택을 다시 살 수 있을까? 장담하기 힘들다. 지난 2008년 대주보가 매입했던 미분양주택의 환매율은 60%가 채 되지 않는다. 당시엔 분양가의 70-75%선에서 매입해줬고, 2009년 들어 부동산 경기가 다소 풀렸는데도 환매율이 이 정도에 그쳤다. 환매기간이 길어질수록 대주보가 감당해야할 금융비용은 증가한다. 지원 건설사가 부도가 나는 등 환매가 불가능할 경우, 그 손해는 고스란히 대주보가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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