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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헨드릭스 '40년 만의 신보', 미발표곡도 4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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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헨드릭스 '40년 만의 신보', 미발표곡도 4곡

[기고] 격동의 시대 기타神의 귀환 [Valley Of Naptune]

헨드릭스 신보? 죽은 지 40년인데…?

자자, 하루이틀 아니다, 죽은 아티스트 신보 나오는 거. 그들 대부분이(실은 가족이나 음반사지만) 이미 발표된 곡들 짜깁기해서 다시 낸다는 거 모르는 바 아니지 않냐.

이 앨범 [Valleys Of Neptune]도 냉정하게 말하면 좀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아니기도 하다. 미발표 곡이 네 곡이나 들어있기 때문. 그 많은 헨드릭스의 그레이티스트 히츠, 베스트 앨범에도 들어간 적이 없는 곡이 네 곡이나 여짓 남아있었다는 거 자체가 놀라운 일이니, 그의 열혈 팬이라면 이 사실만으로도 소장 가치가 적지 않을 터.

▲ 지미 헨드릭스의 신보 [Valleys Of Naptune]. 이 앨범 발매에 발맞춰 소니는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의 정규앨범 3장을 CD+DVD 형태로 재발매했다. ⓒ소니뮤직코리아
그 곡들 중의 하나가 바로 타이틀 트랙인 'Valleys Of Neptune' 되겠다. 전형적인 헨드릭스 음악 같다가도 중간 이후 넘어가면 70년대 이태리 아트록 같은 느낌도 좀 나고 – 사실 제목도 좀 그런 쪽 – 암튼 매력적인 곡인데, 왜 지금껏 발표된 적이 없는 걸까. 그런 사정까지는 굳이 알고 싶지 않지만 여하튼 헨드릭스의 곡이 세상에 또 하나 나왔으니 그걸로 만족.

마찬가지로 미발표곡 'Lover Man'. 전형적인 블루스 록이라고 할 이 곡은 초장부터 헨드릭스의 쫄깃쫄깃한 기타 솔로로 점철돼 있다. 그 관점에서 보자면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기타 톤이다. 통통하면서도 심지가 굵은 이 톤은 평소 헨드릭스하곤 좀 다른데, 굳이 비교하자면 미래의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 같은 묘한 느낌이 좀 난다고 할까. 함 비교해 보시는 것도 좋겠다.

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곡은 'Sunshine of Your Love'. 알다시피 이 곡은 원래 에릭 클랩튼이 몸담았던 크림(Cream)의 레파토린데, 헨드릭스 버전은 클랩튼의 연주보다 빠르고 나름의 긴장감과 그루브를 갖추고 있다. 개인적으로 우울한 느낌의 원곡보다 이게 더 매력적이다. 노래는 아예 빠져 있는 7분 가까운 연주곡인데도 지루함이라곤 없으니 요게 바로 헨드릭스의 힘이다.

'Hear My Train A Comin' 은 고풍스러운 블루스에 가깝다. 헨드릭스 특유의 리듬감과 목소리로 인해 어떤 음악을 해도 헨드릭스 뮤직이 되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아무래도 백인이 연주하는 블루스 록에 비해서는 정통적인 느낌이 드는 건 분명. 동시대의 클랩튼이나 벡, 미국의 마이크 브룸필드, 로이 부캐넌 같은 연주자들보다는 차라리 나이 한 스무살 위의 모자쓴 흑인 연주자들이 떠 오르니, 배경으로 자라난 혈통과 문화는 어쩔 수 없는 거다. 송곳은 주머니에 숨겨도 삐죽 튀어나온다고 하던가.

마지막 트랙, 기타의 클린 톤이 신선한 'Crying Blue Rain'. 이런 블루스 록을 연주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흑백 막론하고 지금 얼마나 남아 있나? 헨드릭스의 전매특허 중 하나인 그루브와 번개 같은 트릴 연주가 만들어내는 리듬감, 그리고 소울풀하다 못해 말 그대로 트랜스 상태인 것 같은 보컬의 흐느적거리는 추임새. 그리고 후반부의 몰입…. 60년대, 흑인, 블루스, 록 이런 것들이 다 합쳐지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음악이 이런 거다.

마, 곡 소개 하다 보니 그냥 건조한 설명이 되는 것 같아서 이 정도 하고 헨드릭스라는 아티스트 자체에 대해 좀 이야기를 해 보자. 이 앨범으로 헨드릭스를 첨 접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또 그 동안 들어왔으면서도 헨드릭스가 가진 의미를 별로 느껴보지 못한 분도 있을 테니.

▲ 지미 헨드릭스의 상징과도 같은 깁슨 '플라잉 V'를 연주하는 모습. ⓒ소니뮤직코리아

록은 원래 철저히 백인의 음악이다. 비틀즈(The Beatles), 크림,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딥 퍼플(Deep Purple),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밴 헤일런(Van Halen), 메탈리카(Metalica), 너바나(Nirvana)…. 이들 중 흑인 밴드는 아무도 없고, 주요 흑인 멤버를 가진 밴드도 없다.

소위 3대 기타리스트를 포함한 유명한 록 기타리스트들 역시 마찬가지.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지미 페이지(Jimmy Page), 제프 벡(Jeff Beck),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 에디 밴 헤일런(Eddie Van Halen), 게리 무어(Gary Moore),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 스티브 바이(Steve Vai), 조 새트리아니(Joe Satriani), 에릭 존슨(Eric Johnson), 존 페트루치(John Petrucci), 커크 해밋(Kirk Hammet)… 헥헥.

다 백인이다.

이렇게 록은 백인의, 백인에 의한, 백인을 위한 음악임에 분명한데, 웃긴 건 이 법칙을 깨는 단 하나의, 그러나 결정적인 예외가 바로 지미 헨드릭스라는 거. 게다가 그는 사후 40년이 되도록 기타계의 지존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

살펴보면 헨드릭스는 다른 록 아티스트들과는 바탕이 좀 다르다. 자기 밴드로 데뷔하기 전에 그는 미국의 흑인 싱어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의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흑인 교회의 율동을 과격하게 발전시킨 것 같은 리틀 리처드의 파격적인 무대 매너는 마이클 잭슨에게도 영향을 줬다고 하는데, 무대 뒤쪽에서 기타치면서 이걸 만날 지켜보던 헨드릭스도 리처드의 보컬과 퍼포먼스를 자신의 기타로 계승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단다.

이런 발상이 당시 일렉트릭 기타의 발전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점은 그에게는 큰 행운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음량 앰프의 잡음이 울려 퍼지는 상태에서 기타를 땅바닥에 문지르고 공중에 던지고 바닥에 내치고 이빨로 뜯고, 심지어 무대에서 불을 붙이는 등, 이전에는 아무도 상상 못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는데 이걸 맹맹한 클린톤 기타로 했으면 절대 어울렸을리 없으니.

암튼, 그가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정선되지 않은 본능적인 감성들, 정리되고 포장된 백인의 지성적인 음악과는 다른, 흑인의 문화와 피를 계승한 자만이 다룰 수 있는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정서였을 것이다.

헨드릭스는 사실 영국과 유럽에서 먼저 명성을 얻었는데, 이렇게 강렬한 연주와 음악, 존재감이 절정으로 만개한 곳은 결국 고향 미국이었다. 당시 미국은 플라워 무브먼트(Flower Movement)로 상징되는 히피즘과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반전 평화 운동이 거국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록 음악의 반항적 면모와 강렬한 정서는 이런 미국의 흐름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때는 1969년의 우드스탁 페스티벌(Woodstock Festival)이었다. 여기 등장한 헨드릭스는 미국 국가 'The Star-Spangled Banner'를 연주하게 되는데, 피드백과 아밍(Arming)등 각종 기술과 기교를 총동원해서 당시 베트남 전쟁의 상황을 암시하는 전투기와 미사일, 폭격 등의 굉음을 표현하고 일그러진 미국의 자화상을 그려내기에 이른다.

역사상 누구도 미국 국가를 이렇게 일그러뜨리고 비꼰 경우는 없었다는 점에서 이 연주가 가져온 충격은 엄청났다. 특히 당시 흑인 민권운동이 활발하던 시절에 흑인 록 스타 헨드릭스의 이런 반항적인 정서와 연주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음은 당연하다. 단지 음악인이 아니라 당시의 문화 전체를 대변하는 아이콘이 된 순간이다.

▲ 팬더 스트라토캐스터 역시 지미 헨드릭스가 애용하던 기타다. 그가 처음 불태운 기타도 팬더 스트라토캐스터다. ⓒ소니뮤직코리아

이후 지미 헨드릭스가 남긴 사운드와 음악, 퍼포먼스는 수많은 록 아티스트들에 의해 모방되었지만 딥 퍼플의 리치 블랙모어를 포함해 그 누구도 그의 열정과 충격을 재현해 내지는 못했다. 그것은 거의 유일한 흑인 록 기타리스트라는 그의 독특한 지평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헨드릭스의 60년대, 그 시대만의 향기가 이미 사그라들었기 때문이기도 할 거다.

더욱이 안타까운 점은 27세라는 젊은 나이로 요절한 탓인지, 그가 주창한 흑인 록이 하나의 장르로 꽃피지 못하고 당대에서 맥이 끊겼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그의 가치가 아직도 빛을 발하긴 하지만, 한편 흑인의 정서가 록을 더욱 풍성하게 살찌울 계기를 잃고 말았던 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헨드릭스의 모든 작품들, 또 이번 앨범에 수록된 것처럼 그간 발표되지 않은 곡들의 출현은 하나하나가 음악사적 의미를 가진다고도 볼 수 있다. 헨드릭스라는 존재 자체가 대중음악사의 거대한 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앨범이라면, 진짜 신보든 아니든 그런 건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미 헨드릭스의 신보는 지난달에 발매됐습니다. 당초 이 글은 3월 중순에 맞춰 내기로 했으나, 내부 사정으로 게재 시기가 늦춰졌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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