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찬 형식으로 열린 이날 회동에서 정세균 대표는 △국정조사 즉각 수용 △책임자 문책 및 진상조사단 제외 등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2001년 미국에서 9.11 사태가 났을 때 공화-민주당이 동수로 국정조사를 실시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국정조사를 즉시 실시해야 하고, 조사 받아야 할 사람이 조사를 지휘하거나 참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회창 대표는 "문책은 조사가 끝난 다음에도 가능하다"면서 "만일 지금 문책을 한다면 어딘가에 숨어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공격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북풍'(北風) 논란도 일었다. 이 대표는 "진상규명 이후에는 확고한 대응 조치가 필요한데 '북풍'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세균 대표는 "북풍이라는 용어를 공적으로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의 국정조사 요구도 이날 회동에서 다른 당의 반대로 '국회 진상조사 특위 구성 필요성 공감' 정도로 정리됐다.
정 대표는 회동 후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외롭게 혼자 서 있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정 대표는 특히 "이회창 대표의 말씀에 대해서도 내가 한 두 마디 한 것이 있고 그 쪽도 내 얘기를 한 것도 있지만 야당끼리 이러고 저러고 할 상황은 아니어서 여기서 그런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답답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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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北風하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북한 소행'이라고 했겠지"
이명박 대통령은 '북풍론'에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정치권 일부에서 북풍을 이야기하는 분이 있더라"며 "그러나 내가 북풍을 하겠다고 하면 처음부터 '북한의 소행같다'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겠느냐"고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정치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신중하게 하고 있으니, 야당 쪽에서도 그 점을 분명히 인식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고 원인 자체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이어 갔다. 이 대통령은 "이미 내부 폭발이 아니라 외부 폭발이라고 하는 부분은 확인이 됐다"며 "그러나 어뢰든 기뢰든 무슨 조각이 나와야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조사를 할 수 있을텐데, 지금 그것을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종 물증이 나올 때까지는 뭐라고 할 수 없다, 신중하게 가는 게 좋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여러가지 경우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지만, 지금은 결론을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며 "최종 결론이 나올 때 까지는 정치권에서 협력을 해 주시면 좋겠다는 당부를 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감출 것 없고, 나오는대로 다 공개할 것이기 때문에 조사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기다리면서 믿음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안보를 튼튼히 하고 개혁을 하자는 부분에 대해서 정치권에서 얼마든지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조사하는 데 대해서는 의심을 하지 말아달라고 꼭 당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국회 국정조사' 논란에 대해 이 대통령은 "어느 시점에 국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을지 상의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어떻게 이 문제를 다루는게 가장 슬기로운 것인지 상의하신 후에 결론이 나는 대로 조언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다른 견해가 있더라도 양쪽 이야기를 다 참고하겠다"면서 "군 관련 부분에 있어선 상당 부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국방선진화위원회를 만들어 현재 작업을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책임자 문책 요구'에 대해서는 "당장 책임 있는 사람들의 문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책임을 안 묻겠다는 게 아니고, 냉정하게 묻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시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안보상 어느 때 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군의 사기도 고려하면서 책임을 더 엄격하게 묻는 방안은 없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야당 대표 두 분도 제 입장에 계시다면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양호 희생자들에 대한 장례지원과 보상 문제를 언급한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건의에 이 대통령은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그렇게 하겠다고 (희생자 가족들에게) 전해 달라"고 답했다.
이명박 "살살 좀 하시라"
회동 자체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각당 대표 및 수행원들과 악수를 나눈 이명박 대통령은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을 향해 "살살 좀 하시라, 너무 세게 하지 말고…"라고 농담을 건네 웃음이 번졌다.
이 대통령은 이회창 대표를 향해서도 "얼굴이 좋으시다. 저는 오른 쪽 눈에 백내장 수술을 해서 보호차 4월 말까지 안경을 써야 한다"면서 "이번에 핵안보 정상회의에 갔더니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나를 못 알아보더라"고 했다.
회동을 모두 마친 뒤 이 대통령은 "진지하고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 해 설명을 드렸고, 이해화 협조도 구했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회동 이후 청와대를 나서는 각 당 대표님들의 표정이 좋으시더라"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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