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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배후는 너다, 이수호"

교단으로 돌아간 민주노총 위원장의 詩心

누구에게나 배후는 있다

동해 일출과 서해 낙조

떠도는 구름 고운 별무리

그 뒤에는 언제나 하늘이 있는 것처럼

너의 뒤에도 하늘이 있다

어젯밤 너의 하늘은 온통 비바람이더니

오늘 아침 이렇게 햇살 곱구나

때로 나는 너의 배후를 의심하고

너의 하늘마저 질투해서

고민하고 몸부림치지만

너의 하늘은 너무나 커서

언제나 꿈쩍도 않는다

그래서 너는 언제나

고우면서도 빛나면서도

쓸쓸하면서도

폭풍우 몰아치고 캄캄하면서도

넉넉하고 당당하다

나의 배후는

너다 이수호

「나의 배후는 너다」전문

▲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최근 펴낸 시집의 표지 ⓒ프레시안

전 민주노총 위원장 이수호(58) 씨가 시인으로 돌아왔다. 이 씨는 자신이 써내려간 시들이 담긴 시집 한 권을 수줍은 듯 내밀었다. 『나의 배후는 너다』(모멘토 간)라고 제목이 달린 이 시집에는 90여 편의 시가 담겨 있다. 이 씨가 반평생 '투쟁'하는 틈틈이 써 온 시다.

이 씨는 운동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주노총 위원장'이라고 새긴 명함을 들고 다녔다. 그 전에는 전교조 위원장을 했고, 또 그 이전에는 '국민연합' 집행위원장을 역임했다. 그가 다니지 않은 싸움판이 없었고, 처절한 투쟁의 현장 그 중심에 이수호 씨가 있었다.

시심(詩心) 가득한 운동가, 이수호

그는 시심(詩心) 가득한 운동가였다. 이 씨는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대중집회 연단에 셀 수 없이 섰다. 그의 연설은 강단지고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이 아니었다. 대중집회 장소나 상황에 따라 비유적 표현을 유독 많이 썼다. 날 선 발언 속에 언제든 화해할 수 있는 '포용력'이 담겨 있었다.

지난 2004년 초, 울산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 박일수 씨가 분신자결했다. 분신정국은 뜨거웠다. 노동운동가는 너 나 할 것 없이 울산으로 내려갔다. 민주노총 위원장이던 이수호 씨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일수 씨를 추모하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울산의 일산해수욕장 해변에서 열렸다. 그는 일산 앞바다가 출렁이는 가운데 대회사를 읊었다.

"저기 저 일산 앞바다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밀려갔다 밀려오기를 반복합니다. 며칠 전 우리 노동형제가 자결했습니다. 동지의 죽음에 바다가 울고 있습니다. 무심한 자본과 정권은 바다의 울음도 노동자의 울음도 듣지 못합니다…."

이수호 씨는 민주노총 사무총국 전체회의가 있을 때면 매번 시를 낭독했다. 이 씨가 좋아하는 시인 도종환의 시가 주로 읊어졌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사무총국 성원에게 그가 읊는 한 편의 시는 또 하나의 활력소였다.

"시를 통해 나를 성찰한다"
▲ 이수호 전 위원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펴낸 자신의 시집에 담긴 시 한 편을 낭독했다. ⓒ프레시안

이 씨는 시와 함께 했다. 그는 혼자 있을 때, 외로울 때, 힘들 때 시를 읽고 썼다고 한다. 시를 쓰면서 마음을 다잡고, 자기 자신을 돌아봤단다. 시는 이수호 씨에게 '성찰'의 도구였던 셈이다.

"새벽에 일어나 시를 적어나갔습니다.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가슴속에 가득찰 때 펜을 들었습니다. 시를 쓰면서 저를 돌아봤습니다. 뭘 잘못했고, 어떤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는지를…. 시는 저에게 성찰의 힘을 줬습니다. 그 힘으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서곤 했습니다."

이수호 씨는 지금 선생님이다. 한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친다. 지난해 말 민주노총 위원장 직을 그만둔 직후 교단으로 돌아갔다. 그는 아이들의 눈높이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고 말한다. 5분마다 다른 곳에 눈을 돌리는 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찾기 위한 고심도 한다. 학생들에게서 늘 환영받는 선생님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는 고스란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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