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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도 모르는 채 3당 대표 회동, MB가 해야 할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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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도 모르는 채 3당 대표 회동, MB가 해야 할 일은?

[김종배의 it] 천안함을 '중립지대'로 되돌려 놓아라

추모는 아닐 것이다. 오늘 행한 특별연설은 '추모'였지만 내일로 예정된 3당 대표와의 회동, 그리고 이후 잇따를 전직 대통령, 군 원로, 종교지도자들과의 만남 내용이 '추모'는 아닐 것이다.

'논의'라고 한다. 천안함 침몰 원인과 수습책을 논의한다고 한다.

근데 궁금하다. '논의'할 건더기가 없다. 지금으로선 수습책은 고사하고 원인을 설명하고 경청할 여지가 없다. 함수는 인양되지 않았고, 민군 합동조사단은 결론을 도출하지 않았다. 합동조사단이 '외부 폭발에 의한 침몰'이란 잠정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외부 폭발'이 어뢰에 의한 것인지 기뢰에 의한 것인지, 또 어뢰든 기뢰든 그것이 누구 것인지는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회동' 계획을 근거로 청와대가 사고 원인에 대해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추정을 내놓고 있지만 근거가 약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추모 연설에서 언급하지 않았는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끝까지 밝혀낼 것"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은 분명 과거형이 아니라 미래형으로 말했다.

회동 시점이 이르다고 보는 이유가 이것이다. '원인' 규명 속도가 더디고 '수습'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도대체 뭘 '논의'한다는 건가.

그래도 동의한다. 대통령이 여야 3당 대표를 만나기로 한 건 잘한 일이다. 아울러 동의한다. 박선규 대변인의 설명처럼 "국민적 단합"이 중요한 이때에 "지도자들이 역할을 해 달라는 뜻을 전달"하려는 건 당위다.

초점은 '협정'에 맞춰져야 한다.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원인'이 최종 규명될 때까지 정치권의 섣부른 추측과 몰아가기를 자제하자는 협정, 혹시라도 '원인' 규명이 지방선거 전까지 완료되지 않으면 '천안함'을 '중립지대'에 남겨놓자는 협정 말이다. 이게 청와대가 설명한 "국민적 단합"의 방책이요, "지도자들의 역할"이다.

그러려면 정부부터 단속해야 한다. 군과 정보 관계자들이 익명의 그늘에 숨어 조각 정보를 잇따라 흘리는 일을 차단해야 하고, 어느 장관이 '북한 소행이라면'이란 단서를 달아 대책을 미리 언급하는 일을 단속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을 획득한다. 대통령의 오늘 추모 연설과 내일 정당대표 회동이 '천안함 이슈' 부각을 위한 정치 이벤트라는 삐딱한 시선을 걷어낸다.

그래야 효율성도 획득한다. "지도자들"이 아무리 머리 맞대고 손 맞잡는다 해도 소용없다. 언론이 군불을 때면, 그들이 예단에 사로잡혀 몰아가기를 하면 '국민적 논란'만 증폭되기에 공급선을 차단해야 한다. 특정 목적 하에 특정 언론에 특정 정보를 공급하는 정부 내 '나쁜 빨대'를 단속해야 "국민적 단합"의 효율성이 갖춰진다.

박선규 대변인이 지난 6일 "국회에서도 그렇고 여러 군데에서 안보위기상황을 맞아서 이른바 안보 기밀에 관한 상황들이 자꾸 흘러나가는 경향이 있고 무분별하게 자꾸 유포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는데 그건 '밖'을 향해 할 말이 아니라 '안'을 향해 던질 말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4월 6일 여야 3당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청와대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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