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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풍, '북풍'인가 '카트리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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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천안함 폭풍, '북풍'인가 '카트리나'인가

[시론] 2010년 지방선거, 무엇을 할 것인가?

독일 정치에 관한 유머 하나. 정권 교체 직후 새 정부의 총리는 세 개의 봉투를 받았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한 개씩 열어보라"는 쪽지와 함께. 첫 해 정부의 인기가 떨어지자 첫 봉투를 개봉했다. "전임 정부를 비판하라." 총리는 현재 어려운 상황을 모두 전임 정부 탓으로 돌렸다. 다음 해에 인기가 또 떨어졌다. 두 번째 봉투를 뜯었다. "내각을 교체하라." 총리는 당장 인기 없는 각료를 잘랐다. 그 다음 해에 더 인기가 떨어졌다. 세 번째 봉투에 써 있는 말은? "이제 물러날 준비를 하라."

중간선거의 징크스

2010년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3년차에 맞는 중간선거이다. 대부분의 역대 중간선거는 '정권심판'의 성격이 강했다. 국회의원 선거든지 지방선거든지 여당보다 야당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외적으로 1998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처럼 정권교체 직후 '밀월기간'에 여당이 승리했지만, 대체로 야당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유권자들이 선거를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생각하는 '회고형' 투표의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2010년 한국의 6.2지방선거는 어떨까? 최근 4월 12-13일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7%가 '정권견제를 위해 야당후보에 투표하겠다'고 대답했다.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7.2%였다. 지금 민심은 정권견제로 기울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지난 달 조사에 비해 3.6% 낮아져 40.4%에 머물렀다.

이처럼 정권심판론의 확산은 한나라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달 전 조사에서 한나라당은 34.7%의 지지율을 보인데 비해, 이번 달은 30.6%로 하락했다. 민주당은 지난 달과 비슷한 20.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모름과 무응답의 비율이 40%나 되지만 상당수가 야당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예측된다. 3월 23일 KSOI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무당파층의 48.6%가 야당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여당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비율은 26.6%에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무당파의 선거참여가 야당후보의 승패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의 선거의 재판?

위 여론조사 결과를 지역별로 보면 전통적으로 야당성향이 강한 호남에서 야당 지지율이 78.2%, 충청에서 57.8%에 달한다. 과거와 다른 변화가 없다. 이변은 여당성향이 강한 영남에서 일어났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야당후보의 지지율이 43.6%로 여당후보 지지율 37.8%보다 높았다. 최근 부산경남의 민심이반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한편 지방선거의 핵심적 관심 지역인 수도권의 민심은 매우 유동적이다. 서울에서는 지난달과 달리 여당후보의 지지율이 45.0%로 야당후보의 37.1%보다 높아졌다. 현재의 여론조사 판세로 보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대체로 지역주의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민심은 정당 기반, 정책 이슈, 인물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할 수 있다.

야당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야권연대의 효과는 기대보다 별로 크지 않아 보인다. 3월 23일 KSOI 여론조사를 보면, 단순 야당 지지 응답 비율이 44.3%인데,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할 의향은 47.1%를 보였다. 물론 야당성향 후보가 분열되면 '사표방지 심리' 때문에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야당성향을 가진 무당파 유권자들이 많은 상황에서 더 그렇다. 이런 점에서 보면 야권연대는 이번 선거 막판까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지방선거의 쟁점과 야당의 전략적 혼란

경향신문과 KSOI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투표에 영향을 미칠 이슈로 '4대강 사업'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서해 천안함 침몰 사고'(19.4%), '세종시 수정 논란'(17.8%), '무상급식'(12.4%), '한명숙 전 총리 수사 및 재판'(9.4%)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최근 정치권과 주요 언론에서는 세종시 논란에 이어 천안함 사고에 큰 관심을 가졌으나, 민심의 향방은 달랐다.

위의 결과를 보면 현재 야당이 '4대강 사업'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야권연대' 논란과 공천 갈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민주당 등 야당들이 사실상 남의 다리를 긁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4대강 특위'도 보이지 않는다.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지금 당장이라도 전국의 선거후보 사무실에 통일적으로 '4대강 사업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물론 반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교육, 복지를 위한 '생활정치'의 공약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위 여론조사를 보면 전반적으로 유권자의 관심사는 지역개발 (32.1%)보다 복지확대 (65.1%)에 쏠려 있다.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이어 다시 '무상급식'이 '핫이슈'가 된 이유를 깨달아야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무상급식이 복지의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교육비와 주택 마련 등 더 시급한 문제도 많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이유는 국가가 복지에 무관심한 현실에 대한 반란이다. 부자감세에 비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이 실종되는 현실에 대한 명백한 저항이기도 하다.

북풍인가? 카트리나 허리케인인가?

서해 천안함 침몰사고는 지방선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지금 정부와 군 당국의 대응에 대해서 '잘못 대응하고 있다'(60.8%)는 응답이 '잘 대응하고 있다'(33.0%)는 응답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1987년 대한항공 테러 사건과 1992년 북한 잠수정 침투 사건처럼 '북풍'이 불어 선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 지난 달 30일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수색 진행 상황 점검차 사고 해상에 있는 독도함을 찾았다. ⓒ청와대

반면에 만약 한국 군대의 책임으로 결론이 난다면 반대로 여권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2005년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루이애지나주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카트리나 허리케인 재난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무능력'이라는 비난이 커지면서 선거 참패의 최대 요인이 되었다.

미국의 카트리나 재난은 이명박 정부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북한의 공격 여부와 관계없이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책임이 큰 논란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서해 천안함 침몰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의례적인 발언보다 솔직하게 국민에게 실상을 알려야 하고, 관료주의에 빠지지 말고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해야 하며, 신속한 대응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한 번 무너진 정부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다.

위 여론조사에 따르면,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공격으로 밝혀질 경우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만 군사행동으로 응징해야 한다'(17.0%)보다 '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군사행동을 자제해야 한다'(80.7%)는 응답이 훨씬 높았다. 국가안보에 대해 더 신뢰하는 세력도 보수정치세력(41.2%), 진보정치세력(42.8%)로 큰 차이가 없다. 이 결과는 정부가 제2의 북풍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 카트리나 참사의 사례에서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대의 관전 포인트, 서울시장 선거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은 서울시장 선거이다. 한명숙 전 총리의 5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수도권 여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경향신문과 KSOI 여론조사를 보면, '한명숙 무죄판결'에 대해선 '당연한 결과'(46.4%)라는 응답이 '잘못된 판결'(36.3%)이라는 응답보다 높았다. 한 전 총리가 시장에 출마하는 서울에서도 '당연한 결과'(44.9%)가 '잘못된 판결'(34.7%)이라는 응답보다 높았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보고 바로 한명숙 전 총리의 우세를 점치기는 어렵다.

최근 한명숙 전 총리 무죄판결 이후 서울시장 후보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보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명숙 전 총리에 비해 6.0% (4월 10~11일 더피플, 한겨레신문), 20.9% (4월 10일 미디어 리서치, 한국일보), 18.7% (4월 12일 중앙일보 여론조사팀) 정도 적지 않은 우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정국 변화에 따라 이는 크게 변화할 가능성은 있지만, 한명숙 전 총리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물론 한나라당도 선거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2008년 총선 이후 한나라당은 사실상 분당 상태이다. 지난 재보선의 패배에서 볼 수 있듯이 "친이, 친박의 분열로는 선거는 해보나 마나"라는 말이 입증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의 통합 시도가 난항을 거듭하는 것처럼 한나라당의 정치적 기반은 불안해 보인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으로 수도권에서 박근혜 의원의 지지율이 약간 하락했지만 박 의원의 정치적 효과가 아직도 매우 크다. 한나라당의 내부갈등이 계속 되고 친박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다면 한나라당 후보는 크게 고전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축제를 위해 유권자의 참여가 필요

지방선거는 정부여당의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역일꾼을 선출하는 선거이다. 선거가 진정한 지방자치와 지역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먼저, 돈 선거와 공천비리의 잡음을 없애야 한다. 공천헌금 수수와 금품제공 행위는 점차 줄고 있지만 아직도 정치부패에 대한 시민이 불신이 크다. 깨끗한 선거문화를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둘째, 정당 민주화를 더 강화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각 정당은 상향식 공천과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도입하여 관심을 끌었지만, 아직도 정당 민주주의가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조직동원, 금품살포 등 당원경선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도입한 여론조사는 결국 인지도가 높은 현직 단체장의 입지를 도와주는 문제가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 이에 반발하는 경선후보가 속출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 경선 부작용 때문에 민주적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예비경선에도 정부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관리하는 시민참여 상향식 공천이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2006년부터 도입된 매니페스토(manifesto) 정책선거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한 시민사회와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후보가 도덕성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선거공약의 현실성이 있는지, 재원을 마련할 대책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유권자의 안목이 필요하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려면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글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간한 '동향과 분석' 142호 (4월 16일)에 게재한 기고문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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