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가 제일 싫어하는(?) 배우 문성근은,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빳빳한 사람이 아니다. 그도 숨이 좀 꺼졌다. 나이가 50대 후반으로 치닫고 있으며, 그런 만큼 요즘엔 종종 많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 안그러겠는가. 한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고, 그걸 실패한 사람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또 그게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그다. 문성근은 요즘 술을 먹으면 '귀여운' 주사를 보인다. 근데 처음엔 그게 유쾌하다가도 나중이 되면 약간 서글퍼진다. 왜 이런 사람을 시대가 버리려고 하는가. 왜 미워하려고만 하는가.
재미있는 사실은 세상이 그를 자꾸 좌파적 인물로 몬다는 것인데 그런다 한들, 그는 오히려 그 반대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다. 문성근은 매우 감상적인 마음의 소유자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는 정치판에서 보면 그처럼 위험하고 순진한 인물도 없다. 그가 정치적인 척, 사실은 실제 정치판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것은 그때문이다.
출연작만 봐도 그렇다. 문성근은 착한 사마리아인같은 캐릭터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악한이거나 비열한, 혹은 비굴한 인물이거나 아니면 꼴사나울 만큼 있는 집 후손인 척 하는 게 맞아 보인다. 최근 그의 출연작 <작은연못>에서도 문성근은 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거기서 가장 있어 보이는 지주 역을 맡았다. 머리에 기름을 싹, 바르고 잰체하는 모습이란!
▲ <초록물고기> |
홍상수의 <오! 수정>에서는 또 어떤가. 혹시 <초록 물고기>에서의 조폭 두목 역을 기억하는지.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1-1>에서도 느끼한 조폭 역을 맡았는데, 그게 또 그렇게 어울리 수가 없다. <한반도>에서 권력욕에 사로잡힌 국무총리 역도 제대로 된 캐스팅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사실, 양파껍질처럼 자신 안에 여럿의 자신을 두고 사는 인물이며 그렇기 때문에 천생 배우로밖에 살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세상은 그를 두고 말이 많으며 그가 출연한 영화를 가지고도 말이 많다.
사람에 대한 오해는, 사람 자체가 여러 얼굴을 가진, 모순 덩어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데서 온다. 사람은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생각도 늘 바뀌는 법이고, 자기와 완전히 다른 사람과도 섞여서 살 수 있는 법이다. 나와 다른 어떤 사람과 어느 날 같은 일을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고, 공동의 무엇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의 시대는 무언가 자꾸 테두리를 만들고, 같은 편만을 찾거나, 그래서 일을 재미없게 만드는데 선수인 양 군다. 시대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새로운 일을 할 사람을 찾는, 인재 풀이 자꾸 바닥이 나는 건 그때문이다.
▲ <작은 연못> |
<작은연못>이 개봉한다. 1950년 충북 노근리 마을에서 벌어진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을 다룬 내용이다. 이 영화가 흥행에서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은, 소위 언감생심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다만 작품 자체에 대한 편견과 오해없이 영화를 보기를 바랄 뿐이다. 문성근은 아주 작은 역을 맡았다. 배우들 사이에 묻혀있는 그의 연기를 보는 것도 쏠쏠한 느낌을 준다. <작은연못>을 두고 한바탕 논란이 벌어졌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열린 사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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