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지형적인 특성상 자연재해가 특별히 많다.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 '유엔 재난경감 국제전략기구(UNISDR)'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최근 300년간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10만 명이 넘는 50차례의 자연재해로 1억 5100만 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50차례의 자연재해 중 유럽은 3차례에 불과했다. 1812년 겨울의 동해(凍害)로 프랑스인 40만 명, 1845년부터 1846년 사이의 아일랜드의 기근으로 150만 명, 1908년 이탈리아의 지진으로 11만 명이 각각 사망했다.
그러나 중국 땅에서는 26차례나 일어났고, 누적 사망자도 1억 3백 만 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68%에 해당한다. '유엔 재난경감 국제전략기구'는 "중국은 세계적으로 자연재해가 가장 심각한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대륙에서 일어나는 지진의 빈도와 강도의 측면에서, 중국이 세계의 1위로 전 세계 지진의 1/10 이상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중국에서는 태풍의 상륙 빈도도 매년 평균 7차례가 넘는다. 인류가 기록을 한 이래로 매년 중국에서는 가뭄과 수재, 산지재해, 해안선에서의 재해가 발생하고 있다"있다고 발표했다. 더 나아가 이 보고서에서는 역사상 기록된 지진의 횟수가 8,000번 이상이며, 그 가운데 중국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진도 6 이상의 지진만 1,000회 이상이었다. 특히 20세기 초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지진으로 인한 사망률 비율 중 중국인이 50퍼센트 이상이다.
그 이유를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바크트만 교수는 <환치우스바오(環球時報)> 기자와 인터뷰에서 전체적으로 유럽의 자연조건에 비해 아시아의 자연조건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럽은 지진대가 적고 강수량이 비교적 일정하기 때문에 농업, 목축업, 어업이 혼합식 경제 형태를 띠고 있고, 대다수 유럽인들은 하늘에 의지하여 생존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연계 자체가 유럽인들의 삶을 위협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자연재해가 나타나면 일종의 '마녀의 마법'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많은 전설이나 신화가 인간과 자연의 투쟁의 시각에서 기록되었고 이들이 영웅이다. 따라서 '여와보천(女蝸補天)'이나 '우왕치수(禹王治水)' 등의 신화 등이 대표적이라고 바크트만 교수는 주장한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기본적으로 중국이 유럽에 비해 자연재해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광활하고 지형이 복잡하다. 따라서 수 천 년 간 수재, 가뭄, 지진, 곤충의 습격, 전염병, 등 각종 재난으로 점철되었다. 따라서 중국의 역사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재난 극복과 항쟁의 역사'이다. 기록으로 보면 기원전 602년부터 1938년까지 2,540년 동안 황허가 범람한 것이 1,590차례, 물길을 크게 바꾼 것이 26차례였다. 결국 평균 3년에 두 번 정도 홍수가 나고, 백년에 한 번 씩은 물길을 바꾸었다는 의미다.
▲ 가뭄에 고통받고 있는 농부. ⓒ한인희 |
금년 봄, 중국은 북부에는 황사로, 남부는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윈난, 광시, 충칭, 쓰촨, 구이저우 등 서남부 지역이 더욱 심각하다. 작년 9월부터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았다. 윈난 지역의 경우를 살펴보자. 윈난의 기후는 건기와 우기로 대별된다. 일반적으로 건기는 매년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로 칭장(靑藏)고원에 찬고기압이 머물기 때문에 강수량이 적다. 우기는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로 평균적으로 비가 많이 내린다. 그러나 작년은 비가 내려야할 8월부터 비가 내리지 않았고, 우기가 조기에 끝나버렸다. 올 봄 가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3월 19일 오후부터 21일까지 윈난성에서도 피해가 가장 극심한 취징(曲靖)시를 방문, 취수·급수현장은 물론 보리·쌀 등의 농작물 재배현장도 일일이 둘러봤다. 원자바오 총리의 어두운 표정 앞에 물이 마른 저수지의 바닥이 마치 진흙기둥처럼 갈라진 보도 사진은 중국 가뭄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번 가뭄으로 중국에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윈난의 리강(麗江)도 강바닥이 드러났고, 천하제일의 산수라던 광시 꿰이린(桂林)도 강물이 말라서 중국인들의 걱정이 크다.
중국의 매체들도 가뭄에 대한 특집 기사를 싣고 가뭄에 대한 특별 보도를 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연인원 6천 만 명에 달하고, 피해면적이 한반도의 두 배이며, 피해 추산 액만 2백억 위안(30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이번 재난이 '천재(天災)'인지 '인재(人災)'인지를 놓고 논쟁이 분분하다. 중국 내의 언론들은 대체로 이번 가뭄을 '천재'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과학원의 원사이자 2009년도 세계자연기금회(WWF)가 수여한 '에딘버러공작 보호단 메달'을 수상한 천이위(陳宜瑜) 박사는 이번 중국 서남지역에서 발생한 가뭄은 '정상적이고 주기성 자연재해'라고 결론을 지었다. 그는 "수재나 가뭄 발생은 모두 정상적이다. 왜냐하면 지구의 기후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기후의 이상은 정상적이고 의심할 바가 없다. 지역적인 소환경과 전 지구적인 대환경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설재(雪災)나 유럽의 설재도 모두 심각했다. 전체적으로 올해 지구의 기후가 이상하다. 두드러진 것은 중국의 재해도 전 지구적인 기후 이상의 일부다"라고 지적하였다.
'천재'의 근거를 뒷받침하는 중국 국가기상국(NCC)의 발표를 보면 윈난, 구이저우 일대는 2000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강수량이 부족했고, 온도도 예년에 비해 높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몇 년 동안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중국 남부의 가뭄이 계속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기상통계에 따르면 작년 9월 이래로 윈난, 광시, 충칭, 쓰촨, 구이저우의 일부 지역의 강우량은 전년 동기대비 50%나 적었다. 일부지역은 70-90%까지 부족했다. 작년 8월부터 현재까지 중국 서남지역의 강수량은 1951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는 점도 가뭄의 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가뭄의 원인과 관련해 지난 4월 11일자 <아주주간(亞洲週刊)>의 의미 있는 보도가 있었다. <아주주간>은 '중국 가뭄의 뿌리를 추적하다(追査中國旱災禍根)'라는 주제로 이번 가뭄을 표지기사로 다루고 있다. <아주주간>은 중국이 21세기 들어서면서부터 대규모적인 가뭄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근거로 2009년 여러 성에 가뭄이 들었고, 2008년에는 윈난에서 연속 3개월간 가뭄이 들었으며, 2007년에는 22개성에 가뭄이 발생하였고, 2006년에는 충칭에 100년 만에 가뭄이 왔었으며, 2005년에는 화남지역에 가을부터, 겨울, 봄에 이르도록 가뭄이 계속되었고, 특히 이 해에는 윈난 지역에서는 이 지역에서 보기 드문 봄 가뭄이 있었고, 2004년에는 남부지역에 53년 만에 가뭄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자연이 인간들에게 이미 경종을 울린 것'이자, '지난 세기 인간들이 환경에 저지른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아주주간>은 자연재해 중 가뭄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홍콩의 중문대학 지리와 자원관리학과의 천용친(陳永勤) 주임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천 교수는 "홍수의 파괴력은 단기간 내 인명재산의 손실이 얼마나 큰지 인간들은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가뭄의 살상력이 더욱더 심대하다. 왜냐하면 가뭄은 시간이 길지만 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더 크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주주간>은 중국 서남부지역의 가뭄을 어쩔 수 없는 '천재'의 부분도 분명하게 있지만 배후에는 '인재'의 요인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근거로 중국의 전임 수리부 장관을 지낸 첸쩡잉(錢正英) 여사를 인터뷰했다. 그녀는 1923년생으로 중국공산당 집권 초기부터 수리부와 수리전력부에 근무한 이후 부부장(차관), 부장(장관) 등을 역임했고, 중국 최연소 장관이기도 했던 인물이었다. 그녀는 중국의 '수리'분야의 전문가이자 황허, 창장, 회이허(淮河), 주장(珠江) 등 강 유역을 정돈하는 계획에 참여했고 수리, 수전 등 대규모 건설의 정책에 관여했던 인물이었다. 그녀는 공개적으로 "90년대 들어서면서 황허의 물 흐름이 중단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서서히 (수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우리들은 오랫동안 치수, 용수만을 강조했지요. 뒷날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어요. 타리무허와 헤이허 등 내륙에 있는 강 물줄기가 중단되기에 이르렀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과거의 수리 업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그것은 관리가 허술했고, 과도하게 개발했다는 것입니다"라고 지적하였다. 1990년대 말 중국공정원(中國工程院)은 그녀에게 <21세기 중국 지속발전 가능한 수자원전략>이라는 프로젝트를 의뢰하였다. 그녀는 전문가들로 구성을 하고 '기존 수리 사업의 부작용'에 대해 정부에 건의했다.
그녀의 회고에 따르면 195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댐을 건설한 것이 8만개 이상을 건설하면서 수해를 방지하고자 했다. 문화혁명시기에는 매년 30만개 이상의 우물을 파기도 했다. 특히 당시는 이른바 '농업은 따자이(大寨)에서 배우자!'를 강조하던 시기를 계기로 치수가 농업의 기본정책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리 분야의 자금 투입을 소홀히 하였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특히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1980년대에 들어서 수리시설에 대한 투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더욱이 수리시설이 다른 용도로 바뀐 경우도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예로 윈난 지역은 원래 물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었으나 수자원 이용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윈난의 수자원의 능력은 전국의 3위이지만 이용률은 겨우 6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아주주간>은 '인재'의 측면에서 윈난 지역의 기존 원시우림을 성장속도가 빠른 '고무나무(橡膠樹)'와 '유칼립투스(gum tree:중국명 桉樹)로 바꾸어 심고 있는 점을 인터뷰를 통해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적에 대해 중국관영 언론들과 현지 관리들은 부인하고 있는 사실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주주간>은 환경전문가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 사업이 1980년대부터 1990년대에 윈난성 정부가 세계은행 차관으로 실시하는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을 보도하고 있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의 금광그룹(金光集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고 윈난성의 푸얼시와 원산(文山)시가 공동으로 약 86만무(1무: 약 200평)의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비록 윈난성 전체에서 유칼립투스의 임업면적이 5%에 불과해 큰 영향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주목할 것은 윈난성의 고무나무 조림면적은 6백만 무에 달하고 유칼립투스 조림면적이 백만 무에 달해 계획대로 조림할 경우 그 면적은 2천만 무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런 나무를 열대우림을 제거하고 심고 있는가? <아주주간>은 펄프사업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 중심에 인도네시아의 금광그룹이 있다. 이 회사는 자본금 2백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내 최대 펄프회사이다. 이 금광그룹이 윈난성 정부와 합작으로 2002년부터 '경제적' 속성수 조림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설립된 윈난성의 윈징(雲景)펄프회사는 윈난성 최대 규모의 국영펄프회사이다. 이들 회사들은 펄프사업을 위해 속성수를 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속성수를 심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가? <아주주간>은 지역의 기후에 변화를 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윈난 쿤밍이공대학 환경학과 학과장 호우밍밍(侯明明)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시상반나(西雙版納)의 열대우림은 층이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제일 아래층은 관목, 중간층은 교목으로 나무의 높이가 20-30미터이고, 어떤 나무는 60-70미터의 마천수들이 자라고 있다. 이들 숲에는 등과식물들이 자란다. 이렇게 되면 매우 훌륭한 생태환경 시스템이다"라고 주장한다. 이 경우 지하수의 증발은 낮고 전체 생태가 습윤 상태가 되어 열대 우림의 지면간의 구조도 산소를 많이 품은 수분이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고무나무 숲은 높이가 일반적으로 15-18미터로 땅에는 어떠한 관목이나 등과식물도 못자란다. 땅에는 고무를 채취하러 다니는 일꾼들을 위한 길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수분 증발이 빠르다. 실험을 해보면 고무나무 밑에서는 2시간이면 건조되지만 기존의 열대우림에서는 3시간 이상이 지나야 건조가 된다. 당연히 숲 속의 나무가 바뀌면 생태환경이 바뀌고 기후도 바뀌게 된다. 지나치게 '경제성' 만을 강조할 경우 '인재'는 피할 수 없는 재앙으로 인류에게 되돌려준다.
자연재해를 이기려면 자연을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치가들과 경제인들은 '과학기술이 제일의 생산력'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들 환경학자들에게는 '식물이 제일의 성장력'이다"라는 호우밍밍 교수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중국이 빨리 재난을 극복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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