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수(74)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유인촌 장관이 나를 쫓아내려고 여러 사람이 모인 기관장 회의 때 반말로 지시를 하면서 모욕을 줬다"며 "(재임 시절) 막말과 삿대질, 회유와 압력 때문에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김 전 관장은 "내 발로 걸어 나가게 하려고 유 장관이 일부러 모욕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윤수 전 관장은 13일 '국립현대미술관장 해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고 나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행정9부(부장판사 박병대)는 김 전 관장이 국가를 상대로 낸 해임 무효 확인 청구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김 전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2008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체 감사 결과를 근거로 김윤수 전 관장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현대미술관이 2007년 5월 마르셀 뒤샹의 작품 '여행용 가방'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김 전 관장이 적정 가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구입하는 등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날 법원은 "뒤샹의 작품은 국내에 단 한 점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없어 시장 가격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 전 관장이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제안 받은 견적 가격을 기준으로 예정 가격을 결정한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장한 다른 계약 해지 이유도 모두 '근거 없다'고 뒤집었다.
김윤수 전 관장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공동의장 출신으로 지난 2008년 3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정부의 정치색을 가진 기관장은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면서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사퇴 대상자로 직접 거론했던 기관장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