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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독재'부터 허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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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독재'부터 허물겠다"

[민주진보교육감 예비후보 연속 인터뷰] 이삼열 전 숭실대 교수

'세계화'라는 말은 늘 경쟁이라는 말과 한 묶음으로 쓰인다. 시장 통합을 뜻하는 경제적 개념으로 고안된 게 '세계화'였다. 그런데 이삼열 전 숭실대 교수(철학과)는 세계화와 경쟁을 함부로 묶어 쓰지 않는, 드문 경우다. 세계화로 인해 국경이 낮아지면서 한국도 다문화 사회로 바뀌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경쟁보다 협동과 배려가 더 절실해진다는 게다. 따라서 교육 역시 이런 덕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

국제이해 교육을 강화해서 훌륭한 세계 시민을 키워내야 한다는 그가 오는 6월 2일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 선언을 했다. 크리스찬 아카데미 간사, 참여연대 초대 운영위원장, 한국철학회 회장,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등의 이력을 지닌 그를 지난 9일 저녁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선거 사무실에서 만났다.

"50년 전보다 더 답답한 학교"

- 이력만 놓고보면, 초·중등 교육과의 인연은 깊지 않아 보인다. 초·중등 교육을 관할하는 교육감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교육학을 전공하거나, 초·중등 교사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네스코 한국위에서 일하면서 교사들을 상대로 다양한 직무 연수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초·중등 교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학교 현실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됐다.

나는 1959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대학 시절에 4·19혁명을 경험했다. 이른바 '4·19' 세대다. 그런데 요즘 학교 현실을 접하고 나니, 내가 학교에 다니던 50여 년 전에 비해서도 더 획일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회 민주화가 진행돼 왔는데, 왜 학교는 제자리걸음인가. 이런 답답함이 나를 교육감 선거에 나서게 했다.

- 독일 체류 기간이 길다. 외국 경험이 교육에 대한 안목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을 듯 하다.

▲ 이삼열 전 숭실대 교수. ⓒ이삼열
1970년대 독일에 유학하던 중, 한국이 유신체제에 들어갔다. 이 소식을 듣고 나는 학위 논문을 중단하고, 독일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 광부, 간호사 등 교민 100여 명과 함께 '재독민주사회건설협의회'를 창립했다. 또 기독자 민주동지회 독일 책임자를 맡아 해외 민주화 운동에 참가했다.

이 때문에 중앙정보부의 탄압을 받았고, 그 결과 13년 동안 귀국하지 못했다. 1982년 숭실대 철학과 교수로 임용돼 귀국하기 전 5년 동안은 독일에서 노동 상담을 했다. 독일 교회의 지원을 받아 한국인 광부, 간호사 등의 임금 및 산재 보상 등에 대한 재판을 돕는 일을 한 것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과 깊이 소통한 이런 경험 역시 좋은 교육 행정가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이라고 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도 인연이 있다. 전교조의 모태가 된 것이 YMCA 교사 모임인데, 여러 차례 이 모임에서 강연을 했다. 주로 독일 교원 노조의 사례에 대해 이야기했다. 훗날 전교조가 만들어지는 걸 보고 느꼈던 기쁨이 잊혀지지 않는다.

"전교조는 파트너다"

- 전교조에 대한 보수 언론의 왜곡 보도가 심각하다. 이는 전교조가 한국 교육에 남긴 큰 기여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전교조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된 한 이유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교육 현실에서 전교조가 소금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왜곡 보도가 판치는 상황은 답답한 노릇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면 징검다리가 필요하다. 내가 그 역할을 맡겠다. 전교조와 보수 세력,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 말이다. 이런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고 나면, 전교조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대부분 씻겨나가리라고 본다.

물론, 이런 입장이 전교조 등 특정 집단을 일방적으로 편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전교조 역시 교육의 한 파트너일 따름이다. 교육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한데 어울려서 해 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서울 교육은 비리 백화점…교장 평가제 강화해야"

- 공정택 전 교육감 관련 비리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공 전 교육감이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의 간판 역할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번 선거에서도 교육 비리 근절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깨끗해야 할 학교가 부정과 비리로 얼룩졌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다. 이런 부끄러움 역시 내가 서울시 교육감이 되겠다고 나선 한 이유였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교장 157명이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 강남 지역의 이른바 명문고등학교 교장 두 명이 구속됐고, 결국 전임 교육감까지 구속됐다. 이쯤 되면, 서울시 교육은 비리 백화점이라 할만하다.

그 배경에 있는 게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지돼 온 '교장 독재'다. 민주화 이후에도 변하지 않은 이런 학교 현실이 부패한 교육감을 통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부정과 추행에 연루된 부적격 교사를 퇴출해야 한다는 논의가 무성한데, 이와 함께 할 일이 비리 교장 퇴출이다. 상대적 약자인 교사만이 아니라 관리자인 교장에 대해서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교장 평가제를 제안한다. 학교 권력의 정점에 있는 교장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빠진 교원 평가제는 교사들을 통제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동시에 나는 시민이 교육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고 비리를 적발할 수 있는 '시민감사관제'도 제안한다. 교육감이 되면, 반드시 추진할 생각이다.

"'고비용, 저효율' 모순 덩어리 교육,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 일제고사 실시 등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은 '한 줄 세우기' 방식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아이들을 획일적 기준에 맞춰 서열화한다는 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아이들은 근거없는 우월감을, 나머지 많은 아이들은 역시 근거없는 열패감을 경험한다. 이번 선거는 이런 비판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공감하는지를 확인하는 장이 될 것이다.

그렇다.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을 분명하게 심판해야 한다. 예컨대 현 정부는 사교육비 절감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일제고사를 실시한다. 얼마나 모순적인 일인가. 그렇지 않아도 증가하던 사교육비는 2008년에는 전년도 대비 4.3퍼센트, 2009년에는 전년도 대비 3.4퍼센트 증가했다. 총액은 20조 400억 원에서 21조 6000억 원으로 뛰었다. 그런데 정부는 2010년도 교육 예산을 전년도에 비해 2조 1000억 원을 깎았다. 한마디로 모순 덩어리 정부인 셈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모순의 정점에 서울시가 있다는 사실이다. 학생 일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여율이 가장 높은 곳이 서울이다. 이런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고, 다른 지역은 서울을 모방하려 애쓴다. 그런데 이렇게 기를 쓰고 사교육을 시키는 서울의 학력 실태는 어떤가. 강남, 서초 지역을 제외한 서울 학생들의 평균 학력은 다른 지역보다 높지 않다. 고비용 저효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니 학부모들이 학교를 불신할 밖에.

"2008년 강남 몰표, '전교조 프레임' 때문"

- 지난 2008년 교육감 선거에서도 개혁 진영 후보는 '이명박 교육 심판'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러나 서초, 강남 등 부유층 거주지역에서 쏟아진 공정택 몰표로 패배했다. 이런 현상이 2010년 선거에서 재연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당시 '강남 몰표'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나.

부유한 유권자들이 꼭 공정택 후보를 좋아했을까. 또 공 후보의 정책을 지지했을까. 나는 좀 회의적이다. 부유층 학부모들 중에도 극단적인 경쟁 위주 교육에 반발하는 이들이 꽤 있다. 지금과 같은 한국 교육이 자기 아이들에게도 해롭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 왜 2008년 선거에서는 '강남 몰표' 현상이 벌어졌을까. 나는 '전교조 프레임' 때문이라고 본다. 보수 언론, 대형 교회 등이 유포한 전교조에 대한 악선전이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다. 2008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전교조 프레임'에 걸려 넘어지지 않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역할을 하기에는 내가 적임자라고 본다.

- 교육감 선거 준비를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했다. 초·중등 교육 행정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도 적은 편이다. 교육감은 상당히 복잡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 괜찮겠나.

리더가 정책의 각론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너무 세세한데 매달리는 게 꼭 좋지는 않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넓고 깊은 안목과 조정 능력이다.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이런 능력을 충분히 키웠다고 본다. 아울러 내 주변에는 내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인재들이 많이 있다. 리더의 역할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역할에는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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