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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트로이 목마'가 아닌 한…

[김종배의 it] 한명숙 별건수사, '사면초가' 검찰의 자위책?

야당이 아니라 여당 후보들이 먼저 설정한다. 그들이 나서 "한명숙 바람을 잠재울 후보는 나뿐"이라고 목청을 돋운다. 서울시장 선거구도를 '여 대 야'가 아니라 '한명숙 대 반한명숙'으로 짠다.

여당 후보들이 희한한 구호를 연발하는 이유는 수치에 있다. 최대 20%포인트 차까지 벌어졌던 오세훈-한명숙 지지율 격차가 법원의 무죄 선고 후에 한자리수로 좁혀졌다. 민노당 새세상연구소 조사에서는 4.5%포인트로 차로, '국민일보' 조사에서는 7.5%포인트 차로 좁혀졌다(두 조사 모두 한명숙 전 총리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 결국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한명숙 바람'을 지핀 것이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엎지른 물이니까 주워 담을 수 없다. 주워 담는 게 아니라 마른 행주로 훔치면 된다. 그러면 얼룩은 좀 남겠지만 물기는 없앨 수 있다. 시간도 충분하다. 법원의 1심 선고일인 4월 9일에서 지방선거일인 6월 2일까지는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가로놓여 있다. 자고 나면 새 소식이 쏟아지는 한국사회의 특성상 '한명숙 바람'을 잠재우기엔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소용없다. 검찰이 '5만 달러'에 이어 '9억 원'을 꺼내드는 순간 행주마저 물범벅이 됐다.

사정이 그렇다. 검찰 수사에 발동기를 단다고 해도 불가능하다. 지방선거 전에 기소를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방선거 전에 1심 선고를 끌어낼 수는 없다.
▲ 검찰 로고 ⓒ검찰청

한명숙 전 총리는 느긋한 자세로 활용하면 된다. '한명숙 바람'이 잦아들라치면 '한명숙 수사'를 선풍기 삼아 꺼내들면 된다. '한명숙 무죄'를 무기 삼아 '한명숙 수사'에 물을 타면 된다. 그러면 '한명숙 바람'은 유지된다.

금상첨화일까? 한명숙 전 총리에게 호재가 되는 보도가 하나 더 나왔다. '9억 원'을 수사하는 주체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지만 사실은 그 전에 대검 중수부가 내사를 벌였다는 보도다. 서울중앙지검은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H사 채권단이 제보해 수사에 나섰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 전에 대검 중수부가 내사를 벌였다는 보도다. '한국일보' 보도다.

이러면 이어갈 수 있다. '한명숙 수사'를 '노무현 수사'에 이어붙일 수 있다. '노무현 수사'를 벌였던 대검 중수부의 은밀한 '노무현 측근 내사'를 부각시켜 바람을 이어갈 수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또 하나의 희한한 장면을 연출하는 이유가, 야당이 아니라 여당 의원들이 먼저 나서서 '별건수사'를 비판하고 '수사중단'을 요구하는 게 그래서일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까 정정사항이 생겼다. 세간에서는 검찰의 '한명숙 5만 달러' 기소를 지방선거용으로 읽지만 이것만은 아니다. '5만 달러'는 몰라도 '9억 원'은 아니다. 여당이 아니라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수사이니까 '9억 원'은 지방선거용이 아니다. 검찰이 '트로이 목마'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는 한 '9억 원'을 지방선거와 연결 지을 수가 없다.

검찰의 '9억 원'은 '생계용'이다. '5만 달러'로 손상 난 검찰의 위신을 어떻게든 보전하려는 몸부림이다. '네 코'보다 '내 코'부터 살피는 자구책이다. 이런 행동이 정반대 상황, 즉 여당의 심기를 건드리고, 여당의 검찰 '개혁'에 가속도를 붙이고, 결과적으로 검찰의 처지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이 꺼내들어야 하는 자위책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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