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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명진과 내가 눈엣 가시겠지"

[인터뷰] 수경 스님 "4대강 저지? 민주당, 배지라도 떼고 와야지"

봄 기운이 살아나 제법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던 11일 정오 무렵 여주 신륵사 입구 '여강선원' 앞 마당. 청소년들 한 무리가 한 스님을 둘러싸고 노래를 불렀다. "스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화계사 학생회 아이들 30여 명이 주지인 수경 스님을 찾아와 응원을 하던 것이었다.

이들은 수경 스님께 드릴 편지도 써와 직접 읽었다. "수경스님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을 뵈러 여기 여강선원으로 온 저희는 화계사 학생회입니다. 지금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계신 수경스님께선 저희에게 큰 교훈을 주십니다."

이들은 이어 "만물의 생명의 근원인 이런 강을 죽이려드는 우리나라의 정부를 볼 때마다 참으로 부끄러워집니다. 우리에게 너무도 가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4대강 사업은 이를 깨달아 중지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했다.

▲ 반갑게 화계사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는 수경 스님. ⓒ프레시안

아이들이지만 최근 불교계를 둘러싼 논란에도 민감했다. "요즘 인터넷 신문기사 제목을 보면 '경찰, 지관 스님 폭행사건', '봉은사 주지신 명진 스님 다음으로 수경 스님 차례' 등이 있습니다. 종교 편향이 세져서 어처구니없는 일까지도 일어난 것 같습니다. 한 나라의 공무직인 경찰이 스님을 폭행하다니 잘못 되도 너무나 잘못된 일인 것 같아 화가 납니다. 그리고 이어서 봉은사 외압까지…."

아이들의 편지와 노래에 수경 스님은 그 어느 손님을 맞이한 것보다 반가운 듯 했다. 아이들에게서 받은 편지를 옷 섶 깊은 곳에 챙겨 둔 수경 스님에게 '기분이 어떠시냐'고 물었다.

"요즘 내가 눈물 마를 날이 없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고 막아내기 위해 아예 여주 강천보 공사현장 근처에 컨테이너박스 한 칸짜리 선원을 차리고 현장에 눌러 앉은 수경 스님을 만났다.

▲ 편지를 읽고 있는 학생대표. ⓒ프레시안

명진, 수경 그리고 조계종

명진 스님의 발언으로 촉발된 불교계 외압 논란에 관해 물었다. 수경 스님 개인에게는 '압력이 없었는지'라고 살짝 물어봤는데 "명진 때문에 저렇게 시끄러운데 나까지 건드릴 수 있겠어? 허허허"라고 웃어 넘겼다. 이어 논란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불교가 불교답게 먹고 살아야지. 멀건 흰 죽만 먹고 살더라도. 명진이 그런 문제제기를 한 거지. 그런데 자꾸 개인의 문제로만 다루는 게 좀 아쉬워. 명진이 몰리고 있지. 조계종은 기득권을 지켜야 하고, 주변 사람들도 속으로는 명진의 문제제기가 옳다고 생각하지만 밖으로 내놓고 얘기 못 하지. 불교는 원래 신도들에게 포교를 하고 불자를 많이 만들어 그들이 부처님의 일을 스스로 하게 해야지. 왜 정부에 의존을 하나. 절에서 입장료 받는 것도 그래. 국보 같은 문화재는 국민의 것이니 정부에서 돈을 들여 관리 하면 되는 거지. 그런데 절에서는 입장료 받아 새 사찰 짓고 그런단 말야. 지금은 구조적으로 외부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수경 스님은 최근 조계종의 문제가 명진 개인의 문제라거나 보수 정권 때문만은 아니라고 봤다. 현재처럼 정부 의존적인 구조가 계속되면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와 같은 의존적 구조에서 정부의 압력이 가해지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명진과 수경 스님은 종단 개혁가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예산을 관리하는 봉은사, 화계사의 재정을 모두 공개하고 운영도 신도들에게 넘겼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출가한 스님들이 사찰 운영을 독단적으로 했었지. 사부대중(四部大衆)이 함께 해야 하는데 말야. 그래서 재정권을 신도들에게 넘겼지. 이전에는 사찰 운영 방식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야. 그런데 그렇게 하니 신도들이 늘고 사찰 예산도 늘어났지. 봉은사는 상징성이 강한 곳이라서 이런 개혁이 다른 사찰로도 퍼져 나갈 수 있는데, 봉은사를 직영으로 전환하면 퍼져 나가는데 아무래도 제약이 있겠지. 명진과 나는 아무래도 눈엣 가시겠지. 어떤 식으로든 못 하게 하고 싶겠지."

4대강과 이명박 정부

이야기를 '4대강 사업'으로 이어갔다.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 물었다.

"사람이 미워서 이러는 게 아냐. 대통령이나 정부가 중요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데, 단순한 사업도 아니고 국가의 국운이 걸린 중요한 문제임에도 일방적으로 국민들의 동의도 없이 절차도 무시하고 다루는 것 자체가 자신 스스로가 대통령이길 거부하는 것 아니겠어. 이건 부처의 가르침에 어긋나고 말고까지 따질 것도 없어. 상식적 사람이라면 이 시점의 한국 사회에서 4대강 사업을 보면서 어떤 말을 하겠어. 합리적 방식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이지."

종교인들이 나서자 정부와 여당에서는 '홍보'가 부족하다는 말이 다시 나왔다. 수경 스님에게도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쪽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여러 번 왔다고 한다.

"만나면 뭐해. 청와대 수석, 장관들은 심부름꾼이지 그들에게 결정권이 없잖아."

만난다고 아무 것도 바뀌는 것이 없을 텐데,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이만큼 노력했다'고 선전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강선원을 차린 지 한 달. '선원'이라고 하지만 달랑 컨테이너박스 한 칸이다. 지낼만한 지 여쭸다.

"컨테이너 안에서는 못 자겠어. 안에 있으면 자꾸 뭐가 나. 그래서 여기 텐트 치고 자. 밤에는 엄청 춥지만. 또 길 바닥에 나앉은 거지 뭐. 허허허."

쇠와 스티로폴 등 환경호르몬 유발 물질로 만들어진 컨테이너 안의 공기가 좋을 리가 없었다. 환경 문제에만 수십 년을 몸 바쳐온 그 이기에 '나쁜 환경'에는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 같았다.

수경 스님은 절 보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일부 보수 인사들은 수경과 명진 스님에 대해 '좌파 정권에서 강남북 최대 사찰에 박은 대못'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수경 스님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에게 '좌파다, 우파다'라고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로지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따르고 있다.

"내가 김대중 정부 시절에 지리산 댐, 노무현 정부 때는 새만금, 지금은 대운하에 4대강까지. 허허허. 효순이 미선이 때문에 길에서 단식할 때 노무현 대통령이 와서 낸 손을 꼭 잡으며 '앞으로 스님 길에서 고생하는 일 없게 할께요'라고 하데. 그 뒤에? 허허허"

▲ ⓒ프레시안

4대강과 민주당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한 이야기로 흘렀다. 그는 대번 "한나라당도 문제지만 민주당이 더 큰 문제야"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과연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한 진정성과 절박감,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요즘 나라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이 국가 위란에 이를 지경인데, 당리당략과 당권 대권을 겨냥하는 거 아닌가. 연대에도 소극적이고 미온적이잖아. 욕심에 눈이 가려 그런 거야. 단군 이래 최대 사업을 통해 국토를 인위적으로 개조하겠다는 절체절명의 순간인데, 민주당 의원들 80여 명이 배지라도 던지고 와서 막아야지. 저 정도 해서 되겠어?"

'단군 이래 최대 토목 사업.' 이 타이틀은 노태우 정부 시절 결정돼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까지 계속되고 있는 '새만금 사업'의 단골 수식어였다. 하지만 새만금 사업은 20년간 8조 원 가량이 들어가는데 비해 4대강 사업은 3~5년 사이에 22조 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사업'의 타이틀이 단숨에 갈렸다.

혀를 끌끌 차는 수경 스님은 "민주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새만금 사업을 강행한 것은 물론이고 연안개발특별법 등을 만들어 이명박 정부가 토목사업을 벌일 근거들을 그 시절 다 만들어 놨다는 것이다. 민주당원인 전북지사는 새만금 사업 지원에 감사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큰 절' 편지를 쓴다. 당에서는 '4대강 사업' 반대한다지만 영산강에서는 현직 단체장들이 몰려가 축사를 한다. 당에서도 낙동강의 문제점은 한창 파헤치지만 상대적으로 영산강, 금강에 대한 관심은 적다.

"이 얘기는 꼭 써줘. 어떤 목사님이 그러데. 이명박 정부, 국민 전체가 호로 아들놈들이라고. 나라의 어머니인 강을 파 뒤집어 헤집는데 헤집는 정부나 그걸 두고 보고만 있는 국민들 전부 호로 아들놈이라고."

수경 스님을 만나는 동안에도 강에서는 바닥 모래를 퍼내는 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다.

"여기가 금모래, 은모래로 얼마나 유명하던 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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