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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프레임? '돌파'vs'우회'vs'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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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프레임? '돌파'vs'우회'vs'해체'

[현장] 진보 진영 서울교육감 후보 초청 토론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거웠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라디오21> 스튜디오에서 열린 진보 진영 서울교육감 후보 초청 연속 토론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쟁점은 '전교조 프레임 극복'이었다. 오는 6월 2일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범야권 단일 후보를 뽑고자 진행된 이 토론회에 참가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교조 교사 : 대학 교수 = 2 : 2

전교조 교사 출신이 둘, 대학 교수 출신이 둘이었다. 참가자 가운데 이부영 서울시 교육위원은 전교조 결성을 주도했고, 초대 수석부위원장과 서울지부장, 초대 합법 위원장을 지냈다. 이 위원이 전교조의 지도자 역할을 했다면, 다른 참가자인 최홍이 서울시 교육위원은 현장에 충실했다. 최 위원은 이날 "위원장을 맡은 적도 중요 직책을 맡은 적도 없다. 현장에서 조수 역할만 했다"고 말했다. 평교사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은 최 위원에게 평생의 자랑거리다.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재벌 개혁, 인권운동 진영에서 주로 이력을 쌓았다. 삼성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을 고발했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교육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해 초 경기도 학생 인권 조례 제정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다. 곽 교수의 역할 모델은 역시 교수 출신으로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선출됐던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다.

다른 교수 출신 참가자인 이삼열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숭실대 철학과 교수를 오래 지냈다. 그는 한국철학회 회장을 지냈고, 참여연대 초대 운영위원장을 맡는 등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폭넓은 활동을 해 왔다. 이 전 사무총장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교사들을 상대로 다양한 직무 연수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국제 이해 교육, 평화 교육 등에 관심이 많다.

이들 네 명은 200여 개 시민·교육운동단체로 구성된 '2010 서울시 교육감·교육의원 후보 범시민 추대위원회'(추대위)에 등록된 예비후보들이다. 추대위는 여론조사와 추대위 참여단체 투표 등을 거쳐 오는 14일 최종 후보를 정할 방침이다. 9일 토론회는 최종 후보 선정에 앞서 진행되는 연속 토론회의 첫 번째다. 12일, 13일에도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왼쪽부터 곽노현, 최홍이, 이부영, 이삼열 예비후보. ⓒ<라디오21>

"누가 나와도 '전교조 후보' 꼬리표 붙는다"

9일 토론회는 이삼열 예비후보가 이부영 예비후보에게 "전교조에 대한 편견과 왜곡 보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라고 물으면서 열기를 띠었다. 전교조가 보수 언론의 표적이 돼 있다는 점은, 전교조 출신 후보는 본선 경쟁력이 없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대학 교수 출신인 주경복 후보가 진보 진영을 대표해 출마한 것도 이런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역시 이런 경우다.

하지만 이런 논리에 대해 전교조 출신 후보들이 느끼는 반감은 상당했다. 이부영 예비후보는 "(진보 진영에서는) 누가 나와도 전교조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주경복 후보 역시 보수 진영은 전교조 후보라며 공격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그는 "(전교조) 깃발이 무거우니 대신 들어 달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전교조 이름과 얼굴로 당당히 맞서겠다"고도 했다.

"교육 비리와 싸운 조직이 바로 전교조"

최홍이 예비후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교조에 대한 편견은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고 했다.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20~30년 전 수준에 머물러서야 되겠느냐"는 말도 곁들였다.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 관련 비리를 놓고서도 그는 "전교조 대 비전교조 구도가 유리해졌다"고 했다. 비리에 연루된 이들은 대부분 교장, 장학사 출신인데 그들은 모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출신이라는 것. 이원희 전 교총 회장 등 보수 진영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이 대부분 교총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논리에 설득력이 실린다.

이부영, 최홍이 예비후보 모두 "교육 비리에 앞장서서 싸워온 조직이 전교조"라고 강조했다. 전교조 창립 초기부터 벌여왔던 촌지 거부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편견 바뀌지 않는 한, 전교조 출신 교육감은 어려운 게 현실"

반면, 이삼열 예비후보는 "전교조에 대한 편견은 현실"이라는 입장이다. 토론회장 바깥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도 같은 입장이었다.

예컨대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 당시, 서초, 강남구 주민들이 공정택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일에 대해서도 그는 "전교조 프레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들 지역 주민들이 공 후보의 교육 정책을 더 선호했다기보다 강남 지역 대형 교회 등을 중심으로 유포된 전교조에 대한 악선전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은 "전교조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전교조 출신 교육감은 나오기 힘들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가 "전교조는 파트너"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자신은 '전교조 후보'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전교조냐, 아니냐'가 왜 중요한가?"

"전교조 출신은 안 된다"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이른바 '전교조 프레임'에 대해 이부영, 최홍이 예비후보가 '정면 돌파'를 주장했고, 이삼열 예비후보가 '우회'를 주장했다면, 곽노현 예비후보는 조금 다른 입장에 섰다. 일종의 '해체'론이다. 곽 예비후보는 "전교조 대 반(反)전교조 구도는 가짜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의 핵심 쟁점을 열거하는 것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학교 격차와 교육 양극화,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체벌, 모든 아이들에게 획일적 기준을 강요하는 한 줄 세우기식 평가 등. 그리고 그는 "이런 문제들이 전교조와 어떤 관계가 있느냐"라고 되물었다. 중요한 것은 '전교조냐, 아니냐'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교육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대안을 내놓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요컨대 '성적이냐, 적성이냐', '행정 능력 평가냐, 수업 능력 평가냐'와 같은 구도를 부각시켜서 이른바 전교조 프레임을 해체해야 한다는 것.

전교조와의 관계 설정, 교육감 후보의 숙제

지난 교육감 선거에 비춰보면, 전교조에 대한 입장은 선거 기간 내내 첨예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진보 진영이 누구를 후보로 내세우건, 보수 진영은 전교조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리라는 것이다. 이부영 예비후보의 말처럼 보수 진영은 누가 후보가 되건 '전교조 후보'라는 꼬리표를 붙이려 할 게다.

"그렇소. 나는 전교조 후보요"라고 맞받아 치는 것, "개혁적 시민을 대표하지만, 전교조 후보는 아니다"라고 하는 것, "지금 우리 교육에서 중요한 문제는 '전교조냐, 아니냐'가 아니다"라며 넘어서는 것. 진보 진영이 어떤 입장에 선 후보를 고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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