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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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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없인 못 살아, 정말 못 살아!

[판다곰의 음식 여행] 소금, 맛의 근원

사람의 몸은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소금물을 가두는 물주머니다. 우리 몸은 90퍼센트를 넘는 소금물을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은 그 태생이 바다라는 사실을 몸속에 간직하고 있으며, 그 틀림없는 증거가 바로 이 소금기다.

소금은 나트륨 원자 하나가 염소 원자 하나와 결합한 분자들의 결정체에 지나지 않고, 사람에게 필요한 양도 그다지 많지 않아서 하루에 3그램이면 충분하지만, 우리 몸에 들어가면 각기 나트륨과 염소 이온으로 나뉘어 수많은 생리 대사 작용에 관여한다. 그것이 없으면 우리는 생리 대사 작용이 일어나지 않아 심장이 뛰지 않으며 살아갈 수가 없다.

소금 없이 살 수 없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소금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육식동물은 먹이에 있는 염분을 통해 충분한 소금을 섭취할 수 있지만 초식동물은 풀과 나뭇잎의 염분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몸에서 땀이나 오줌으로 소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다. 그래도 야생 상태의 초식동물은 염분이 들어 있는 흙을 먹거나 해서 부족한 염분을 보충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목민이 기르는 동물이나 가축은 이런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에 주인이 소금기를 먹여야 온전히 자랄 수 있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소금을 쉽게 낭비한다. 그리고 소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먹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 소금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이미 문명의 상징이다. 이 문명의 결과로 사람의 경우에는 물과 소금의 배출량이 다른 동물에 비해 극심한 편이다. 사람의 오줌과 땀에는 많은 소금이 녹은 채로 배출되고 있지만 염분과 물의 섭취가 쉽지 않은 동물은 밖으로 배출되는 양을 최소화하거나 회수하여 소금의 배출을 막는다.

많은 동물은 소금을 아끼기 위해 아예 땀을 흘리지 않고 오줌도 아주 적게 누도록 진화해왔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물을 마셔야 하고, 오줌과 땀에 아낌없이 소금기를 배출하기 때문에 소금도 항상 보충해주어야 한다. 사람이 채집과 수렵으로 살아갈 때에는 고기를 먹으므로 물만 보충하면 살아갈 수 있었지만, 농사를 짓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곡식에 있는 염분이 지극히 적기에 소금의 확보가 심각한 과제였다. 내륙 지방의 소금 확보가 큰 문제가 된 것이다.

물 따라 길 따라 이어진 소금길

사실 소금처럼 구하기 쉬운 것도 없다. 요즘은 식료품 가게에 가면 몇 푼 되지 않는 돈으로 쉽게 살 수 있다. 바닷가에 산다면 소금이 귀한 물건일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운 여름에는 그릇에 바닷물만 떠놓아도 물기가 증발하고 소금만 남는다. 영국이 인도에서 소금법을 제정하자 간디는 바다로 걸어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나오는 것만으로 소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소금은 그야말로 귀중한 필수품이 되고 만다.

내륙에도 염호나 소금물이 나오는 소금 우물, 또는 바다가 육지에 갇혀 말라붙어 생긴 소금 광산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수효가 많지 않기 때문에 소금 확보가 필수적이었다. 개개인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소금이지만 가족 단위, 마을 단위로 커지면 소금 수요량은 훨씬 증가한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곳이라면 소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귀중했다. 소금은 생각보다 부피가 크고 무거운 짐이다. 수요를 맞추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강을 통해 배로 운반하는 것이다. 물길도 닿지 않는 곳에서는 짐승을 이용해 나르거나 등짐을 지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비교적 수운도 발달했기에 소금에 대한 갈증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소금이 중요하다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주로 일조량이 많고 개펄이 넓은 서남부 해안 염전에서 천일염을 생산해 배로 실어 날랐다. 서해안을 따라 소금을 실은 배가 한양에 물건을 부리는 곳이 마포 어귀였다.

마포의 소금 가게들이 즐비한 염리동, 소금 창고가 있던 염창동은 그 무렵 소금의 동선을 이야기해준다. 여기서 남한강과 북한강의 한강 수운을 따라 내륙 지방으로 소금이 퍼져 나갔다. 물론 뱃길이 닿지 않는 곳은 소금 장수의 등짐에 기대어 산간벽지까지 이어졌다.

소금에도 세금이

소금은 곡식과 함께 사람에게 꼭 필요한 필수품이라는 점 때문에 위정자들의 눈에 띄는 물건이었다. 생존에 필수적인데다가 곡식보다 가볍고 양도 많지 않으며 생산을 통제할 수 있다. 그래서 소금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행해졌다.

로마에도 소금세가 있었다. 봉급을 뜻하는 영어의 'salary'라는 말은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arium'에서 나온 것으로, 소금으로 군인의 급료를 지급한 데에 유래가 있다고 하는데, 로마에서는 생필품인 소금을 시민에게 배급제로 나눠주었던 것 같다.

소금을 세정에 이용한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한나라 때부터 소금의 전매업을 실시해 주요 세수로 삼았다. 유가의 관료들과 학자들이 강하게 반대하여 전매업이 느슨해진 적은 있지만 넓은 땅에서 소금만큼 손쉽게 세수를 올릴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소금의 유통뿐만 아니라 생산까지도 적극적으로 국가에서 관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금의 전매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삼면이 바다인데다 내륙의 물길이 발달했고 땅의 폭도 그리 크지 않으며 깊은 내륙이라고 할 만한 곳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려 초기에는 호족들이 염전을 독차지하고 부를 쌓는 수단으로 삼았지만 국가의 전매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몽골의 침략으로 재정이 빈곤해지자 충선왕 때에 소금의 전매업이 시행되었지만 그다지 큰 효과를 본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서남부 해안은 개펄이 발달하고 일조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소금 생산에는 최적지였으며 수운이 발달하여 사염의 제조와 판매가 워낙 쉬웠던 탓에, 소금의 전매가 장기간 시행된 기록은 없다.

여하튼 산간벽지를 제외하고는 소금이 귀한 나라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소금을 이용해 갖가지 장을 담그는 법과 김치나 젓갈처럼 염장법을 이용한 식품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었다.

ⓒ프레시안(손문상)

생명의 근원에서 맛의 근원으로

소금의 사용이 농경 시대의 산물이라면 어쨌거나 문명의 발생과 관련되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하지만 소금에는 생리적 작용 이외에도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소금을 생리적 필수품이라고 여긴다면 소금은 한 사람당 1년에 1킬로그램의 소금이면 충분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의 몇 배가 넘는 소금을 소비한다. 이렇게 많은 소금을 사용하는 까닭은 소금이 지닌 짠맛의 매력에 있다.

가령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조난당해 홀로 남게 된 사람이 짐승을 잡아먹어 고기에 들어 있는 염분과 영양으로 연명했다면 영양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가 다시 문명으로 돌아온다면 그냥 고기가 아닌 소금을 친 것을 먹을 게 분명하다. 그 맛이 야생의 고기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소금을 찾는 것은 본능적이겠지만 소금은 이처럼 음식 본연의 맛과 어울려 맛을 향상시키는 놀라운 작용을 한다. 고기뿐만 아니라 곡식, 채소 등과 같은 어떤 재료와도 어울려 우리 입맛을 유혹한다. 또 그냥 찍어 먹으면 너무 짜고 쓰기까지 하지만 다른 맛과 어울리면 기가 막힌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소금이다. 실제로 우리가 먹는 음식 가운데 소금이 들어가지 않는 음식은 거의 없다. 술, 차, 커피, 과일과 같은 기호품을 빼고는 거의 모든 음식에 소금을 넣는다. 심지어는 여름에 토마토나 수박 같은 과일을 먹을 때에도 소금을 뿌려 먹는다.

김치를 담그려면 우선 소금에 절여야 한다. 김치를 짠지라고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금에 절인 푸성귀는 자체적으로 유산 발효를 하여 신맛을 지닌 김치가 된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나물도 소금기 없이 싱겁다면 반찬으로는 낙제점을 받을 것이다.

생선이나 고기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구워 먹을 때에는 소금을 뿌려야만 제 맛이 난다. 생선과 고기의 본디 맛에다 소금이 어우러져 한층 더 고급스러운 맛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고기를 가장 싱겁게 먹는 방법인 수육조차도, 비록 삶을 때에는 간을 하지 않더라도 김치나 새우젓, 또는 된장 같은 짠맛이 없으면 먹기 어려울 것이다.

밥에는 소금을 쓰지 않지만 그것은 소금기 있는 반찬과 함께 먹기 때문이다. 오곡밥을 지을 때는 소금을 약간 넣어 짭짜름하게 한다. 반찬과 함께 먹기는 하지만 오곡밥은 자체로의 맛을 즐기는 것이기에 그렇다. 맨밥은 먹기 어려워도 소금기가 조금 있는 주먹밥은 그런 대로 먹을 만하다.

단독으로 먹는 떡을 만들 때에는 조금이나마 소금으로 밑간을 하게 마련이다. 미량의 소금간은 단맛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한다. 백설기를 만들 때 소금을 넣지 않는다면 설탕을 많이 넣어도 단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짠맛 자체는 모든 식품의 맛을 살리고 단맛, 신맛, 매운맛 등 모든 맛과 잘 어울리는 맛이다.

식품 보존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소금의 용도는 단지 몸에 꼭 필요한 이온을 공급하고 짠맛을 보태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식품의 보존에도 커다란 역할을 한다. 생선을 소금에 절인 젓갈은 보존 기한이 엄청나게 길어진다. 소금이 음식을 썩게 하는 미생물의 발생을 막기 때문이다. 생선에 소금을 뿌려 보존한 굴비와 간고등어는 내륙 사람들에게도 생선 맛을 볼 수 있게 했다.

냉장 시설이 없던 옛날에는 고기의 보존에도 소금이 귀중한 존재였다. 소금과 숯의 연기를 통한 훈제는 고기의 보존 기한을 한층 늘어나게 했다. 지금은 흔하지 않지만 동북아 지역에는 고기를 염장한 육젓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소금이 풍부했고 고기와 생선, 콩들이 있었기에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여러 장이 함께 존재한 지역이다. 장류는 보통 단백질을 기본으로 하기에 육장, 두장, 어장으로 나눌 수 있다. 지금은 흔치 않지만 우리에게는 동북아의 전통에 따라 육장도 있었으며, 콩의 원산지인 만주 땅 덕분에 두장인 된장과 간장을 담갔으며, 서·남해안의 풍부한 물고기 덕분에 어장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다양한 젓갈도 있었기에 나중에 풍성한 김치가 탄생할 수 있었다.

채소의 보존에도 소금은 큰 역할을 한다. 온대 지방의 사람에게 추운 겨울의 채소 부족은 비타민 결핍을 불러오는 중대한 문제였다. 옛날 사람들도, 비타민의 존재는 몰라도 채소를 먹지 않아서 오는 몸의 이상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채소를 염장하여 겨울철에 적절한 비타민을 공급할 수 있었다. 김치로 대변되는 염장 채소들은 그 형식과 내용은 제각기 다르지만 거의 모든 온대 지방에서 발견되는 겨울철 보존법이다. 게다가 사람에게 유용한 젖산균 같은 미생물이 이 음식들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고대의 사람들이 미생물까지는 몰랐더라도 이 대단한 소금의 작용은 잘 알고 있었다. 소금의 보존 효과는 종교에 이르기까지 대단한 역할을 한다. 서양의 성서에서는 '빛과 소금'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지칭하는 현란한 용어로까지 발전한다. 우리에게도 소금의 정화 기능은 신앙과 같은 존재였다. 무당의 굿에서도 쌀과 소금이 등장하고, 오줌을 싼 아이들에게는 키를 씌우고 이웃집에서 소금을 얻게 했다. 재수 없는 손님이 왔다가 가면 가게에서는 소금을 뿌려 액운을 쫓는다. 이런 소금의 신앙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사우나에서 소금으로 양치질하고 소금을 온몸에 문지르며 건강한 삶을 간구하는 것이다.

소금에서 두부까지

소금처럼 우리 몸에서나, 맛에서나, 식량의 보존에서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없다. 하지만 이 짠맛의 강렬한 유혹은 건강을 해치는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소금의 과잉 섭취가 심장병을 비롯해 많은 병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짠맛의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잘 먹을수록 짜게 먹는 경향이 있다. 과거 유럽의 오스트리아 같은 곳에서는 짜고 단 음식이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내륙은 소금이 비싸고 귀하기에 부유층만이 누리는 특권이었기 때문이다. 설탕이나 꿀도 그러했다.

소금의 중요성을 알기에 값비싼 소금도 등장한다. 어떤 죽염은 거의 약값처럼 비싸다. 하지만 이는 소금 정제의 한 단면일 뿐이다. 바닷물로 만든 천일염에는 마그네슘을 비롯한 여러 불순물이 섞여 있다. 이 불순물이 소금에서 쓴맛이 나게 하기 때문에, 불에 굽거나 다시 녹여 불순물을 침전시키는 등 정제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정제 과정이란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다. 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을 쌓아두기만 해도 공기 중의 수분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녹아 나온다. 이를 간수라고 하는데 염화마그네슘, 황산마그네슘, 염화칼륨과 같은 것들이 그 성분이다. 이 간수는 아무 쓸모가 없는 것 같았지만 콩을 갈아 끓인 두유와 반응해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역할을 한다. 소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녹아 나오는 불순물이 다시 새로운 식품의 탄생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소금은 그 자체로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필수품이고, 맛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소중한 것이며, 그 부산물조차 우리의 입맛을 즐겁게 한다. 바다를 보면 가슴 뭉클한 감흥을 느끼듯 우리 몸과 마음과 맛까지도 바다를 떠날 수 없다.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이 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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