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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부의 영화제 평가, 과연 공정하고 합리적인가

[뉴스메이커] 최문순 의원실 주최 '영화제 지원 발전방향' 토론회 열려

국내 국제영화제 지원 방향을 놓고 지난 3월 17일 문광부와 영진위 주최로 토론회가 열린 데에 이어, 이번에는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과 공공미디어연구소,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가 공동주최한 토론회가 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7일 토론회에 대한 일종의 '후속 반응'의 성격로, 토론회 주제 역시 "국내 개최 국제영화제의 지원 방향과 발전 방향"이라는 제목 하에 개최됐다. 17일 토론회에 참석했던 발제자 및 토론자들 일부가 또 다시 참석해 눈길을 모은 가운데, 토론회는 대체로 17일 요약 발표됐던 각 영화제 평가서에 대한 공신력과 객관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관련기사 참조 : 영진위가 "영화제 국고지원" 논의에 올린 까닭은?)

이 날 토론회가 긴급 주최된 것은, 17일 토론회가 열린 직후 작년까지 국고지원을 받고 있던 여섯 군데 국제영화제 중 제천영화제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영화제가 모두 지원금을 삭감 당했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는 토론회가 열린 직후 2009년 영화제 평가 결과 부산영화제와 전주영화제 각각 3억원, 여성영화제 1억원, 그리고 전주영화제와 청소년영화제 5천만 원씩 지원금을 삭감한다는 최종결정을 발표한 바 있다. 17일 토론회 당시 "영화제 지원예산 삭감의 예고편이 아니냐"던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각 영화제들에 비상이 걸린 것. 특히 여성영화제의 경우 예산 삭감을 통고받은 시점이 개막식을 2주 가량 앞두고 있었던 시점인 데다가, 다른 영화제들이 2009년 증액된 금액만큼 깎이면서 2008년 지원받던 수준으로 돌아간 것에 비해 여성영화제는 작년 1억 5천만 원이 깎인 데다 올해 또 다시 1억 원이 깎이면서 2005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어서 더욱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토론회는 김혜준 창조산업연구원 대표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17일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했던 강성률 광운대 교수와 허욱 용인대 교수가 발제를 맡고, 당시 발제를 맡았던 정헌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과 토론자로 참석했던 이대현 한국일보 논설위원 겸 영진위 위원, 그리고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와 김동원 감독, 정지욱 영화평론가, 임순혜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 날 주로 도마에 올랐던 것은 지난 17일 토론회에서 정헌일 연구원이 요약 발표했던 영화제 평가서이다. 영화제 평가가 지나치게 산업적 관점으로만 이루어지면서 영화제의 보다 다양한 공공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있는 데다가, 평가의 기준과 객관성도 의심스럽다는 것. 특히 영화제를 치르는 당사자 입장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김지석 부산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는 이 평가서가 심지어 일부 사항은 틀린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며 맹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프로그램 지급비용 과다' 지적에 대해서도 "게스트 중 자비를 들여 참석한 이들이 무려 3,230명에 이른다. 게다가 대체로 상영료가 주일 텐데 부산영화제는 상영료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 또한 국제영화제의 위상을 평가한다면서 해외에서의 영화제에 대한 평가 등을 항목에 집어넣지 않은 것, 성격이 비슷한 해외영화제가 아닌 국내영화제끼리 비교를 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관객충성도에 대한 항목 역시 "작년 이례적으로 관객이 줄었을 뿐, 올해에는 반드시 증가할 것"이라 장담하면서, 단지 한 해의 관객수만 갖고 충성도가 줄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항변했다. 오히려 재방문 의사나, 부산영화제가 운영하고 있는 시네필 회원 수의 증감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다는 것. 또한 "평가위원 중 한 사람은 심지어 부산영화제에게 게스트 아이디를 신청해놓고 영화제가 끝날 때까지 찾아가지도 않았다"고 밝혀, 평가서의 공신력과 객관성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전주영화제 집행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김동원 감독은 "전주영화제보다 오히려 위기에 처한 것은 작은 규모로 열리는 군소영화제들"이라고 지적하면서 새삼 국내 다양한 영화들의 다양한 영화제들이 처한 현실을 고발하기도 했다. 김동원 감독에 따르면, "대체로 독립영화들을 상영하는 인디포럼이나 인디다큐페스티벌, 서울독립영화제 등은 국제영화제의 예산에는 비교도 할 수 없는 1억 원 미만의 예산(서울독립영화제는 1억 4천만 가량)으로 운영되지만, 올해 기업들은 하나같이 '독립영화, 인디영화라는 접두사가 붙은 영화제들에는 일절 후원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밝히면서, 독립영화에 대한 모종의 탄압이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 영화제들은 그저 지원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지원이 끊기면서 아에 영화제가 열리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 김동원 감독은 "없는 집이 더 심각하게 핍박받고 있다"는 말로 이를 표현했다.

한편 이 날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평가와 그에 따른 지원 삭감이 "영화제 내 좌파를 척결해야 한다는 일부 보수계, 특히 문화미래포럼 인사들의 준동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다시 한 번 제기됐다. 작년부터 영화계에 파다하게 퍼져있던, "한예종 다음은 영화제, 특히 부산영화제"라는 주장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영화계 내 어느 정도 신빙성을 얻으며 퍼져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2009년 영화제를 평가한 평가위원 중에 현 영화진흥위원회의 조희문 위원장과 정초신 부위원장이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정헌일 연구원은 "좌파라서 평가가 낮았던 사항은 없었으며, 조희문 위원장과 정초신 부위원장이 평가작업에 참여할 당시에는 영진위 위원장으로 위촉되기 전이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산업적 기여'가 영화제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적용된 것에 대해서도 "'산업적 기여'라는 말이 단지 경제적 관점이나 돈의 문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담론과 제작흐름을 공유하는 것 역시 넓게 산업적 기여로 포함될 수 있다,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구체적인 반박과 지적이 이어지면서, "평가의 공신력과 객관성이 의심받는 것은 심각한 일이므로. 이에 대한 보다 심도깊은 보완을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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