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9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명목으로 5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당초 징역 5년에 추징금 5만 달러(4600만 원)를 구형했다.
재판 과정에서 곽 전 사장은 "총리공관 오찬에서 5만 달러를 의자에 두고 왔고, 한 전 총리도 이를 알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곽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이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는 곽영욱 전 사장의 진술인데 곽 전 사장의 진술에 일관성과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이 상당히 부족하고 곽 전 사장의 인간됨과 진술로 얻을 이해관계로 봤을 때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다. 곽 전 사장이 "궁박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해 검찰에 협조적인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한 "오찬 직후에 5만 달러를 받아 숨기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며 짧은 시간에 돈봉투 처리가 가능한지도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골프채 선물' 의혹, '제주도 골프 빌리지' 의혹 등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아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로써 민주당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서 한 전 총리의 지방선거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며 검찰 개혁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날 재판부가 직접 검찰의 강압수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이 한 전 총리에 대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별건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항소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이날 법원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는 "횡령 사실이 일부 인정된다"며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한통운에서 조성된 비자금 83억600만 원 가운데 31억2510만원을 차명 계좌에 입금해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곽 전 사장을 구속기소했으며, 이후 횡령액 37억8990만원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한편 선고공판 뒤 법원 입구 앞에선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반면 이날 오전부터 몰려든 한 전 총리의 지지자들과 민주당 관계자들은 환호 속에 한 전 총리를 꽃다발로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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