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학생 50여 명은 '두산 취업전문학교, 중앙의 진짜 이름', '날치기식 밀실행정, 막가자는 거죠'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타워크레인 밑을 지키고 있었다.
30여 미터 높이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온 노영수 씨는 대기하고 있던 경찰에 의해 곧바로 연행됐다. 업무방해 혐의였다. 그가 올랐던 크레인은 중앙대 정문 약학대학 및 R&D 센터 신축공사 현장에 설치된 것. 시공사인 두산건설에서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영수 씨가 크레인에 올라가 있을 때 또 다른 중앙대학교 학생 2명도 한강대교의 높이 10여 미터 아치 난간에 올라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대학은 기업이 아니다', '기업식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글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농성을 벌이다 오전 9시 30분께 자진해서 내려왔다.
8일 구조조정안 통과시키기 위한 이사회 열려
▲ 중앙대학교 정문 앞 공사장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노영수 씨. ⓒ프레시안(허환주) |
중앙대는 지난 12월부터 추진해온 학문단위 재조정 수정안, 즉 구조조정안을 3월 23일 교무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많은 학생들과 교수들이 반발했던 구조조정안은 현행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로 구성된 학문단위를 10개 단과대학 46개 학과, 61개 모집단위로 바꾸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중앙대는 그간 "대학을 대표할 명품학과를 6개 육성하겠다"며 경영학과 등 소위 잘 나가는 학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불어불문과와 독어독문과는 유럽문화학부로 편입되고, 일어일문과도 아시아문화학부로 편입된다. 사실상 학과가 폐지되는 셈이다. 이런 구조조정안 확정 때까지 내부 구성원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과정은 없었다.
"학교는 구조조정 반대 목소리 누르기에 급급"
학내 구성원의 반발은 클 수밖에 없다. 지난 12월 대학본부의 구조정안이 발표된 이후 학생들은 결의대회, 기자회견, 천막 농성, 삼보일배, 단식농성 등 해볼 건 다 해보았다. 학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안명호 중앙대 총학생회 학술국장은 "학교에서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누르기에 급급했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을 반대하며 일반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설치된 천막은 설치 19일 만에 강제 철거됐다. 학내 곳곳에 붙여 놓았던 학교의 구조조정 반대 플래카드도 모두 철거됐다. 대학 구조조정과 관련된 비판 기사를 실은 교지가 전량 회수됐고,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학생회 자체 '새내기새로배움터'를 진행한 자연대 학생회장단이 학교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학교에선 2010년 학생회 새터 행사를 폐지시켰다.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반대 집회 및 기자회견을 진행해온 중앙대 총학생회장 등 학생회 간부 3명도 징계위에 회부시켰다.
김일건 중앙대 부총학생회장은 항의의 표시로 지난 6일 삭발과 동시에 단식에 들어갔지만 학교 측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
▲ 크레인 밑에서는 중앙대 학생 50여 명이 학교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안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허환주) |
"우리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크레인에 오를 수밖에…"
노영수 씨는 이날 타워크레인에 오르기 전 배포한 글을 통해 "결국 우리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서는 이곳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며 "타워크레인에 올라서게 된 사정을 헤아려 달라"고 당부했다.
김일건 중앙대 부총학생회장은 "학교에서는 '니들이 나서봐야 바뀔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부당한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말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단식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앙대 총학생회는 12일 오후 4시, 대운동장에서 구조조정안 폐기를 위한 전체학생총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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